O, X가 아닌 △가 지닌 가치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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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X가 아닌 △가 지닌 가치를 전달합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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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청년잡지 '애매모호'

한쪽으로 치우치는 대신 중립을 지킨다. 옳고 그름에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다름이라는 가치를 포용한다. ‘애매모호는 그런 잡지다. 애매모호는 말한다. 당신의 생각은 남들과 조금 달랐을 뿐이라고, 결코 틀린 게 아니라고. 어둠 속에 가려진 빛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청년잡지 애매모호를 만나본다.

애매모호에서 모호(moho)는 아프리카 말로 함께라는 뜻이다. 청년들이 잡지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현실의 애매모호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힘을 얻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김태경 발행인 겸 편집장이 직접 지었다. 2017년 여름 창간준비호 발행 이후 계간지로 발행되고 있는 애매모호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진다.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나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애매모호 매거진이 추구하는 가치는 중도의 가치다.

하나의 문제를 보더라도 맞다’, ‘아니다를 판단해서 서로의 의견을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가치관, 생각, 꿈이 있잖아요.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개인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적어도 애매모호에서 만큼은, 애매모호 매거진을 읽는 동안만큼은 자신의 생각과 꿈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길 바랍니다.”

중도의 가치를 생각해 창간

창간준비호에는 잡지명을 그대로 주제로 다뤘다. 잡지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리는, 세상에 던진 첫 출사표인 셈이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면 성공한 인생, 보수가 적고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면 실패한 인생처럼 맞다, 아니다또는 옳다, 그르다로 이분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O, X가 아닌 가 지닌 가치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담았다.

1호 주제는 ‘8월의 크리스마스, 모순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우리 인생 안에 어떤 모순이 존재할지 들춰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았다. 2호에서는 신기루, 환상을 주제로 다뤘다. 현실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드는 신기루. 하지만 그 신기루가 마음속에서 무한대로 펼쳐진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잡지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3호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주제는 인생은 BD 사이의 C, 선택이다. 하고 싶고, 먹고 싶고, 선택의 폭은 점점 늘어나지만 현대인들은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 겪는 불안함을 3호에서 집중 조명한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지를 살펴본다.

애매모호 팀원
애매모호 팀원

애매모호는 현재 5호까지 발행됐다. 잡지 제작과 발행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부족한 비용은 지자체 지원 사업에 참여해 받은 수익으로 충당한다. 지자체 지원 사업은 애매모호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데 큰 기여를 하는 부분이다. 소소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수익은 팀원들에게 배분한다. 잡지 판매 수익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 이러한 지자체 공모사업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애초에 독립 잡지를 시작할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익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팀원 모집할 때도 분명하게 말씀드렸고요.”

물질적인 가치보다 의미 있는 잡지를 만든다는 보다 더 큰 가치에 공감하는 팀원들은 김태경 발행인과 함께 계속 활동하고 있다.

애매모호가 궁금하다면 독립서점을 찾아가보자. 대구 더폴락, 스튜디오콰르텟, 부산 북:그러움, 서울 이후북스, gaga77page 등에 입고되어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인디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발행될 애매모호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까? 벌써부터 6호가 기대된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인터뷰 / 김태경 발행인 인터뷰

꿈을 현실로 이루는 데 애매모호가 작은 힘이 되길

Q. 청년을 위한 독립잡지를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애매모호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중국 무역회사에서 잠깐 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요즘 청년들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대학교 때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와 관련된 활동 경험도 있거든요. 그래서 지역 내 대외활동에 참여해 청년과 함께 활동하게 됐죠.

대외활동을 하면서 청년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았어요. 왜 학교 밖으로 나와 이런 활동을 하는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죠. 처음에는 이 친구들이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달랐어요.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죠. 또래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얻는 것이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들보다 더 유익하다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그렇다면 내가 한번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일회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고 잡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실 과거 대구지역 대학생들이 만든 잡지가 있었는데 얼마 가지 못해 폐간됐어요. ‘힘이 닿는 한 꾸준히 오래 만들자라고 스스로 굳게 다짐하면서 잡지를 만들기로 결심했죠.

 

Q. 팀원 모집에 청년들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팀원 모집은 20173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팀원 공고는 SNS 채널과 대학 내 커뮤니티를 활용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본인 학교 커뮤니티에 올려달라고 부탁해서 대구, 경북 지역 대부분의 대학에 홍보했어요. 2~3주 후에 반응이 오더라고요. 솔직히 4명 정도만이라도 신청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소수 인원이라도 어떻게든 같이 해봐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60명 가까이 신청자가 몰린 거예요. 깜짝 놀랐죠. 그만큼 글을 쓰고 싶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청년들의 열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애매모호를 만드는 팀원이 궁금합니다.

처음 선발 인원은 12명이었습니다. 현재는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 분들을 제외하고 6명이 함께 하고 있어요. 편집팀, 디자인팀, 마케팅팀, 사진팀 4개 팀으로 구성된 팀원들이 잡지를 만들고 있죠. 모두 전문가가 아니고 아마추어이기에 각자의 역량을 합쳐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팀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합니다. 이 회의에 모두가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팀원 선발할 때도 성실함을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Q. 4호와 5호 주제는 무엇인가요?

4호의 주제는 빨간 맛입니다. 대프리카의 고장, 보수의 성지라고 불리는 대구광역시 이야기를 색다르게 조명했습니다. 더위의 빨간색 보수의 빨간색이 아닌 대구에는 어떤 다양한 빨간색이 있을까. 빨간색에 관한 고찰부터 에디터들이 내린 나름의 정의까지 다채롭게 담았죠.

5호는 마침표, 또 다른 시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잖아요. 문장에도 마침표가 있죠.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할 때 우리가 살아가며 어떤 책을 써 내려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습니다. 대구광역시의 숨은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애매모호를 꼭 구매해 주세요!

 

Q. 직접 취재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지역에서 유일 독립영화 전용극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소위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속해서 오랜 시간 일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독립영화 문화를 알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감명을 받았죠. 자신이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것이 업이 되고 언젠가는 빛을 볼 때가 온다는 것을 이분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독립잡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Q. 지역 소식을 전하는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대구가 가진 새로운 면면을 알리는 데도 열심인 듯 보입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구라는 도시,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구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고요. 그리고 여러 강의나 행사를 가보면 대구 청년들의 경우 호응이나 반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는데, 사실 다들 쑥스럽고 낯을 가려서 그렇지 마음속의 열정만큼은 대프리카 대구의 열기처럼 굉장히 뜨겁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청년들이 애매모호를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애매모호는 어떤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특정 독자로 분류하고 싶진 않아요. 청년뿐 아니라 잡지를 통해 뭔가 영감을 받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나는 왜 남들과 다르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애매모호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고민, 생각을 하는 친구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꿈을 잃지 말고 계속 가져갈 수 있길 바라고요. 더 나아가 그 꿈을 현실로 이루는 데 애매모호가 아주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Q. 마지막으로 애매모호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대구를 대표하는 지역청년잡지로 성장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관련 기획자분들과 협업하여 조금 더 넓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고요. 무엇보다 가장 바라는 점은 애매모호 팀원들이 이곳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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