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한다면 제대로!
상태바
이왕 한다면 제대로!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29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천웅 칼럼

소주병 뚜껑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던 어떤 사장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 사장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까짓 병뚜껑 백날 만들어봐야 남는 것도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주병을 만드는 회사는 이윤이 꽤 짭짤한 것 같던데 나도 병뚜껑 공장 집어치우고 술병을 만들면 어떨까?’

 

새로움보단 심도 있게

이 이야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설령 그가 정말로 병뚜껑 공장을 집어치우고 병 공장을 차렸다 해도, 얼마 안 가서 그에게는 또 다른 욕심이 생기리라는 것이다. 술병을 만드는 것보다 술을 만들어 파는 것이 훨씬 더 부가가치가 높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병뚜껑을 만드는 일과 병을 만드는 일은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 병뚜껑은 철판을 갖다놓고 칼날을 내려 눌러서 만드는 프레스 기술이지만, 술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리 성형과 진공, 열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혀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술을 만들려면 그와는 또 다른 양조 기술이나 발효 기술이 필요하다.

내가 할 줄 아는 일을 버리고 남들이 하고 있는 일을 새롭게 배우는 게 과연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이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하고 있는 일보다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병뚜껑보단 술병을, 병보단 술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지금은 비록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더 보수도 많고 근사해 보이는 다른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미래발전적인 태도를 길러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하며 살아간다. 재미가 없다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큰돈을 벌지 못한다고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모두 과거의 추억으로 묻혀버릴 지도 모른다.

 

현재에 몰입할 것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할 줄 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이 네 가지가 통일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중 2개 이상 통일시켰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은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이 어긋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것도 아니며 적응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 자기만의 독특한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할 줄 모르는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는 사실이다. 업무특성상 적응이 어려워 잦은 실수를 하거나 진행이 더디게 된다고 판단되면 바로 포기하기보단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한소리 같지만 필자는 이것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 일을 보다 잘하고 빨리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기 때문이다.

 

이왕 바꾼다면 제대로!

평생 동안 처음 선택한 일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때에 따라서는 하던 일을 버리고 과감하게 새 출발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은행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밤에는 고시 공부를 하는가 하면, 연예계 진출을 위해 학업과 연습을 병행하며 밤을 새우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의 인생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본다. 특히 경력을 꽤 채웠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었다면 과감히 새로움을 찾아 나서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면 새로운 틀로 제대로 바꿔야 할 것이다.

IMF 한파가 시작될 무렵 필자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경비절감 차원에서 형광등 하나라도 덜 키려고 노력했다. 당시 건물 로비에만 200여 개의 형광등이 있었고 세 개 걸러 두 개씩 형광등을 빼보니 조금 침침해진 느낌은 있었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기료 몇 푼 아끼려다 회사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직원들이 많아져 필자는 고심 끝에 안내 데스크만 남기고 로비의 모든 형광등을 꺼버렸다. 대신 건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화분들을 끌어 모아 로비 한가운데를 정원으로 꾸몄다. 거기에 강렬한 조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주었더니 어둡다는 인상은커녕 오히려 인테리어를 새로 한 느낌이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화분을 관리해야 했는데 한곳에 모아놓으니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크게 줄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사소한 예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기존의 틀 속에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틀 자체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효율적일 때가 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바탕칠이 많이 되어 있는 종이에 덧칠을 하는 것보다 밑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에 새로 그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박천웅 스탭스() 대표이사

()진로취업서비스협회 초대회장()

한국장학재단 멘토()

삼성전자 임원 역임

저서: <졸업 전에 취업하라>, <신입사원 이강호>, <프로답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