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과 목적달성을 위한 탁월한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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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과 목적달성을 위한 탁월한 설계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2.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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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업 / 퍼실리테이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그 배를 바다로 가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내부 갈등 없이, 평화롭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어쩌면 바다보다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90년대부터 보편화된 직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퍼실리테이터를 알아보자.

퍼실리테이터란 하나의 목적 달성을 위해 여럿이 머리를 맞대자고 모였을 때, 모임의 시작부터 의견도출 과정, 결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원하는 목적을 이루도록 돕는 사람을 일컫는다. ‘가능하게 하다’, ‘용이하게 하다라는 어원 facilitate에서 알 수 있듯이 무슨 일이든 쉽고 원활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해주는 역할이다.

대학교에서 팀플 프로젝트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성향, 취향, 나이가 다른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팀을 이끄는 리더가 생긴다. 어떤 주제로 과제를 할 것인가 논의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의견 조율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서 내 다양한 관점과 이해도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기 위해 회의를 하지만 그런 회의의 대부분은 유명무실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갈등 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회의를 이끌며 효과적으로 목적 달성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이가 바로 퍼실리테이터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퍼실리테이션이라고 한다.

 

퍼실리테이터가 주목 받고 있는 시대

퍼실리테이션은 1970년대 미국의 한 지역사회의 개발 사업 과정에서 출발했다. 마을을 재건하는 지역사회 사업으로 주민, 관계자,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고, 그 과정에서 다야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회의를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했던 것.

이후 퍼실리테이터의 중요성과 필요도가 증대됨에 따라 1994IAF 국제퍼실리테이터협회가 설립되었,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00명 이상의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정치, 기업, 공공기관, 교육, 지역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초반부터 퍼실리테이션이 주목받기 시작해 최근 들어 기업에서 그 수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그 배경은 창의, 혁신, 변화 등의 가치에 따라 국내외 사회경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 기인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세계화가 되면서 시대가 변했다. 시장 트렌드와 기술 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졌고 기업에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고 앞지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벤치마킹 전략을 펼칠 수 있던 과거에는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해 한 명의 리더가 직원들에게 역할을 지정해주는 수직적이고 하향식 조직문화가 가능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아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협업 과정이 기업 성장의 관건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기업에서 조직 문화 개편, 회의 문화 개선을 위해 퍼실리테이션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다양한 분야에서 퍼실리테이터가 활동하고 있듯이 퍼실리테이션 기술은 다양한 현장에서 접목할 수 있기에 그 수요도가 높다. 아이디어 도출, 비전 회의, 토론, 워크숍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특정 결과를 도출하려는 어떤 자리에서든 퍼실리테이터가 활약할 수 있다. 조직문화 개편이나 비전 회의 등은 꼭 기업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떤 결과 도출을 위해 2명 이상이 모인 자리도 엄밀히 말하면 회의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소규모 집단에서도 퍼실리테이터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의 역량

퍼실리테이터는 회의에 참여하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객관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의사소통 프레임을 제시하며, 참여자들의 몰입도를 향상시켜 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에서 일반 사회자와 뚜렷이 구분된다. 소극적인 참여자들도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도 한다.

활동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 방법을 체계화하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목적과 구성원들의 성향 등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회의를 할지, 의사소통 방법을 어떻게 설계할지 결정한다.

회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자리 배치, 필요한 도구, 심리적 환경 등을 조성하는 것도 퍼실리테이터의 몫이다. 회의가 진행되면 공평하고 평등하게 모든 구성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촉진해야 한다.

국내외 퍼실리테이터 협회에서는 퍼실리테이터에게 필요한 역량을 5~7가지로 정의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고객과 상호 협력적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고객이 문의를 해오면 목적이 무엇인지, 회의 참석자, 주제, 장애 요인, 시간 등을 논의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황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편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참여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단계들을 설정,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갈등 중재 능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번째는 목적 달성을 위해 효과적으로 회의를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회의 중간 중간에 끊임없이 목표를 상기시켜 주고 가이드를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명하고 집단 지성으로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가치관과 태도다. 이를 기반으로 상대방 의견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 되기

퍼실리테이터는 누구나 될 수 있다. 회사 내에서는 직원 역량 개발을 위해 퍼실리테이터 교육 과정을 독려하기도 한다. 회사 내에서 작은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경험을 쌓고, 국내 퍼실리테이터 교육 인증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후 자격시험을 받으면 된다. 또는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한국에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퍼실리테이터 자격시험이 존재한다. 자격시험 전 필수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를 비롯해 다양한 인증 교육기관이 있는데 원하는 곳을 선택하며 된다. 교육이수 후 전문 퍼실리테이터 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기본 자격은 교육 이수 후 3년 내 7회 퍼실리테이터 수행 사례가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활용 범위가 정말 넓기 때문에 특정 목적을 위해 2명 이상이 모인 회의 자리를 이끈 경험도 사례로 가능하다.

심사 과정은 이러한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2차 면접 및 현장 심사로 진행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모의 퍼실리테이터 역할 면접을 한다. 개인 인터뷰도 진행한다. 모든 심사 과정을 거쳐 합격하면 전문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초보 퍼실리테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역량 향상이다. 소규모 회의부터 출발해 경험을 쌓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면서 점차 규모를 넓혀 큰 집단 회의를 진행해보는 것이 좋다. 퍼실리테이터에 관심 있는 취업준비생이라면 가족 여행이나 주변 환경에서부터 기회를 찾아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를 계획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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