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취준생, 34일간 걸어서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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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취준생, 34일간 걸어서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하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2.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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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2020 버킷리스트 / 여행

원래 자신은 도전적이기보다 안주하기 좋아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민진 씨. 대학 졸업을 앞두고 특별한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했다. 걸어서 800km, 그는 그 길이 여행이라기보다 고행에 가까운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힘들었던 여정 가운데서 마주쳤던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192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스물여섯 김민진입니다.

 

2019년에 이루고자 했던 것들은 무엇이고 그 중 이룬 것은 무엇인가요?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서 큰 계획 두 가지를 짜 놨었어요. 2019년을 계획할 시기인 2018년 연말쯤 갑자기 산티아고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뭔가 도전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도전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스타일이거든요. 상반기에 가는 산티아고에서 특별한 것을 얻어오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하반기부터는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취업을 하거나 적어도 2020년에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취업을 위한 역량을 다 채우자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였죠.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대성당까지 이르는 약 800km의 길, 이 길을 프랑스 길이라고 부르는데요, 34일 동안 이 순례길을 완주한 것이 2019년 제가 목표했던 것 중 도전해서 이룬 가장 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티아고였나요?

일단은 뭔가 좀 멋져 보이잖아요(하하). 제가 산티아고에 가 있는데 스페인 하숙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어서 지금은 산티아고에 대한 이해가 있잖아요. 근데 저는 미디어에 영향을 받아 산티아고를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관광지를 보고 쇼핑을 하고 맛있는 걸 먹는 여행도 재미있지만 내가 걸어서 완주하는 순례길 여정이 진짜 도전이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막상 걸으면서 , 이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요(하하).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어려운 여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취업을 한다거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환경이 되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의 여행은 불가능하거나 많은 기회비용을 동반할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산티아고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퇴사 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셨더라고요.

 

여행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항공권이 시작이더라고요. 티켓 사기 전까지 엄청 고민했어요. 경제적 상황이 넉넉지 않은 취준생이다보니 언니에게 졸업선물로 항공사 마일리지를 달라고 해서 약 30만 원을 보태어 왕복 비행기표부터 구매했죠. 항공권을 딱 구매하고 나니까 경비는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공권을 구매한 시점부터 비행기를 타는 시점까지 저에게는 약 4개월의 준비기간이 주어졌어요.

저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신발, 가방부터 양말, 물통 등 사소한 것까지 준비물을 하나하나 모아나갔어요. 주위 분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빌리기도 했고, 가성비가 가장 좋다는 물건들로 조금씩 채워나갔죠.

사실 처음엔 인터넷 까미노 연합카페에 가입해서 이런 저런 게시글을 봤어요. 근데 다들 제각각이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 입장에서는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 하는지 좀 혼란스러웠어요. 산티아고에 이미 다녀온 선배한테도 연락했는데 선배는 겨울에 다녀오기도 했고, 선배도 선배의 케이스에 한해서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막막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멘탈을 잡고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항공권을 예매해 놓고 괜히 일을 벌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 먼 곳에서 혼자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거든요.

많은 걱정 속에 준비는 계속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준비하는 저를 향한 주위 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물건들을 전부 모아놓고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가면서 마지막으로 가방을 패킹하는 데 제 짐가방에 들어가는 하나하나가 전부 누군가가 저를 생각해서 빌려준 것이거나 챙겨준 것들이더라고요. 그 가방 안에 사랑과 응원을 담아 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며 출발했죠.

 

여행 중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순례를 시작한 지 10일쯤 지났을 때 치통이 왔어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어서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계속 진통제를 먹었어요. 치통 때문에 두통까지 올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어요.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치과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친구는 치통이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한 번 확 아팠다가 가라앉는다고요. 정말 며칠 더 지나니까 가라앉더라고요. 통증이 지나가고 무사히 순례길을 완주하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치과에 가서 신경치료를 받았어요.

 

순례길을 걸으면서 힘들었던 점과 유익한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첫 날이 가장 힘들었어요.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는데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도 그 위로 또 더 높은 산이 보이고 그게 몇 십 번 반복됐던 것 같아요. 초반 4일차까지는 근육통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온몸이 근육통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같은 거리를 훨씬 긴 시간동안 걸었어요. 근데 그 근육통도 풀리고 적응이 되는 건지 하루 평균 30km 정도도 나중에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많이 걸었던 날은 45km 정도를 신나게 걸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얻은 유익이라고까지 말하긴 힘들지만 정말 매일 잊을 수 없는 행복의 순간이 있었어요. 하루 종일 있는 힘껏 걷고 나서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깨끗하게 씻고 나와서 식당에 앉아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면서 생맥주를 마시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첫 출발지 프랑스 생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랑 끝가지 그 길을 함께 했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누군가와 새로운 환경에서 친해지는 게 힘든 일인데 고행길을 함께 하니까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면서 동지애가 생기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 각자 자리에 돌아간 후에도 서로 연락하며 친밀한 관계로 지내고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성취감과 함께 그 길을 함께 걸어온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또한 제가 얻은 커다란 유익이에요.

 

2020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찾으시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퇴사하신 분들,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뒤로하고 오신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적은 기회비용을 치를 수 있는 시기에 빨리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잘한 팁을 드리자면 세 가지 정도가 있어요. 저는 출발하면서 순례길을 걷는 내내 물집과 배드버그를 정말 많이 걱정했거든요. 저는 물집 하나 없이 순례길을 완주했습니다. 비결은 원래 신던 운동화를 신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트레킹화를 사가긴 했는데 발에 잘 맞는 느낌이 들지 않아 잘 신지 않았어요. 다른 순례자들은 주로 새로운 등산화를 신는데 다들 물집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배드버그도 많이 만나긴 했는데, 한 번도 물리진 않았어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항상 빠르게 샤워를 했고 잘 때도 침낭에 구멍이 하나도 없게 꽉 조여 놓고 잠을 잤어요. 마지막으로 매일 일찍 잤던 것이 체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비결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같이 다니던 사람들이 밤에 함께 놀자고 해도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잤거든요. 그 곳 해가 정말 길어요. 밝은데도 일단 잤어요. 생존을 위해 잠을 자는 느낌인 거죠(하하).

 

2020년 시도할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2020년에는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말할 수 있도록 회화 수준을 높이는 거예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하는 기업에 꼭 입사하고 싶어요.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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