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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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3.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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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40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가 평생을 거기서 살다가 잠시 귀국한 옛 친구와 그간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다. 가장 다른 것 중의 하나가 젊은이들의 취업문제였다. 그 친구의 미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현재 젊은이들 취업난은 원래 의미의 실업이 아니라 자발적인 미취업이라는 것이다. 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실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자신의 두 아들은 직장이 마음에 들거나 원하는 곳, 연봉이 높은 곳은 아니지만 일단 일을 하면서 스스로 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한국 젊은이들이 일할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건만을 따지고 취업을 안 하고 있는 것은 국가 지원의 대상도 아니고 실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시도하라

이는 미국과 한국 사회의 큰 차이이다. 그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일단은 부모도 문제이고 젊은이 자신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교육제도나 가치관 등에서도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처방이 간단치 않다. 다만 한국의 그러한 현실에 문제가 분명히 있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인식을 같이 할 것이다. 다만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처방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우선 우리 젊은이들과 부모님들의 생각부터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제안한다. 그것이 가장 쉽고 빠르다.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바꾸고 공감대를 만들기에는 생각이 너무나 다르고 소모적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나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첫 마디는 일단 아무 일이나 시작하라!”이다.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일단 아무 일이나 시작해 보자는 메시지이다. 물론 청년들이 아무 일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랫동안 취업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아직도 일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임을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구직활동을 해 왔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자신감을 잃거나 위축되지 말고 일단 가능한 곳에서 작은 일이라도 시작을 하라! 아르바이트도 좋고 계약직도 좋다. 월급이 많고 적고 문제가 아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우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일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 원초적인 자신감이 생긴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자신감, 남들과 대등하게 어울리고 서로를 인정받는다는 안도감, 이 순간 자체가 경력으로 쌓이고 있다는 뿌듯함, 주위에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편안함이 생긴다.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에서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이 어려운지, 남들 생각은 무엇인지, 남들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 등등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파악할 수 있다. 현장은 최고의 스승이다. 나아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비전도 생길 수 있다. 의외로 뜻을 같이하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조직의 쓴맛과 단맛도 알게 된다. 조직의 생리와 세상의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서 작은 내 이야기와 내 인생이 시작된다. 그리고 나를 찾거나 불러주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한다.

의외로 세상에는 처음 데뷔할 때 거창한 비전과 철학,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 있게 시작한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경우 일단 닥치거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을 한 후에 점차 바꾸고 옮기고 키우고 하여 오늘날의 자신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도래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면서 더 나은 기회를 모색하고 발전시켜 나가자.

 

갇혀 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가라

미국에서 온 친구는 두 아들의 현재 직업이 작은 동네 중소기업에서 물건 배달 일과 식당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이거나 안정되거나 높은 연봉은 아니지만 자식들의 취업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의 취업은 그들이 대학 졸업 후에 스스로 선택 결정한 것이었고 그들의 졸업 후 생활비나 사회생활을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가 스스로 생활을 해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자녀들이 스스로 길거리 전단을 보고 아르바이트 일자리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정규직 직원이 되어서 다소 안정적인 지위를 가졌다고 한다.

일자리의 질이나 적성도 중요하지만 우선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으면 일단 각자의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규범으로 인해 청년들이 장기간 실업상태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일단 어떨 일이라도 시작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그 다음 적성과 더 나은 조건을 찾아서 옮기고 바꾼다고 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우리 청년들은 자라면서 직접 일을 저질러 보거나 결정을 스스로 해 본적이 많지 않다. 부모들의 보호와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에서 시키는 일, 주어진 일만 하고 자랐다. 우리의 유교적 사회나 가정도 한 몫 했다. 우리 전통 문화는 각자가 기분 내키는 대로 마음껏 저지르고 창의적으로 살아 보아라가 아니라 사람은 태어나면서 가정과 사회, 직장에서 각자의 역할과 본분이 있으니 그 본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모범생이라고 배웠다.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주위를 살피고 상황을 파악해서 남에게 욕먹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렇게 주어진(?) 프로세스대로 살면 안정적이고 평범한 사회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선배들을 보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배우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해 본 경험이 없어서 직접 마음 놓고 저지를 수도 없는 현실이다.

많은 청년들은 답답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길 꺼린다. 혼자 하는 아르바이트와 스펙 쌓기 공부로 각자에게 갇혀 있다. 각자의 일상을 보면 특별히 잘못된 것이 없지만 취업준비라는 명목으로 스스로에게 갇혀 있다. 항상 바쁘지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용기도 없어진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일단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아무 일이나 시작하자. 아무 일이라고 하여 청년들을 함부로 본다고 오해 없길 바란다. 지금 시작하는 일은 단지 시작하는 일일 뿐 여러분 인생의 본질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지금 시작하는 일은 여러분을 세상에 데뷔시키는 조각배에 불과한 것이다.

너무 신중하지 말자. 그것이 무엇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단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면 주위 시선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리고 실제 상황도 바뀐다. 지금 갇혀 있는 스스로의 굴레를 벋어 던져라! 여러분 선배나 기성세대들, 특히 지금 성공했다고 부러워하는 기업가도, 스포츠 스타도, 봉준호 감독도 처음 시작은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지금 당장 일어서 나가 보이는 아무 것이나 잡고 시작하라! 바로 필자 말의 위력을 실감할 것이다.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본 내용은 본지에 기고한 개인의 내용으로 <월간리크루트>와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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