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소리의 아름다움을 찾는 ASMR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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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소리의 아름다움을 찾는 ASMR 유튜버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3.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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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소리 전문 유튜버

비가 오는 거리의 소리는 사람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든다. 청각은 시각과 다른 감각을 자극하고 반응하게 한다. ASMR 유튜버는 일상의 소리를 찾고 들려주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ASMR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유튜버다. 청각을 자극하는 ASMRTV광고에도 많이 쓰일 만큼 인기다. 치킨 광고가 대표적인데 유명 연예인이 치킨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씹는 소리를 들려주는 영상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인 ASMR 유튜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ASMR이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을 일컫는다. ASMR Research Project의 설립자 제니퍼 앨런(Jennifer Allen)“ASMR은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을 주는 특정 소리 혹은 현상이라고 대중이 알기 쉽게 정의하기도 했다.

ASMR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타닥타닥 장작불이 타는 소리,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 바다의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새의 지저귐 등 자연의 소리에서부터 커피를 내리는 소리, 책장을 넘기거나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생기는 웅성거림,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나는 소리까지 일상의 모든 요소들이 ASMR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속삭이는 목소리나 종이 위에 연필로 글을 쓸 때 나는 소리, 반려견이 사과나 채소 등 음식을 씹는 소리까지 그 주제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누가 그런 소리를 재미있게 들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한 번 들어보자. 처음에는 낯설 수 있다. ASMR을 처음 접했던 소비자들의 반응도 처음부터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심신의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ASMR 유튜버

ASMR 콘텐츠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광고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이었다. 과자 광고에서는 크래커를 먹을 때 나는 바삭소리에 집중해 보여준다. 2013년 한 자동차 광고에서도 ASMR 기법을 활용했다. 이 광고에서는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어 보길 권유한다. ‘비가 오는 날 목적지에 도착한 후 시동을 끄고 30초만 늦게 내려 본다면 선루프의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할 테니라는 문구와 함께 자동차를 근사한 모습으로 소개한다. 가만히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 모습이 한층 더 근사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에 빠져든다는 점이 ASMR의 매력이다.

심리적 안정은 마음의 평온함, 힐링과 직결된다. ASMR의 가장 큰 가치가 바로 이런 점이다. 가만히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심난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기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이나 수능 스트레스로 불안한 마음에 집중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ASMR이 유난히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ASMR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제목들이 자기 전에 듣기 좋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심신 안정에 좋은과 같은 수식어를 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리의 가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ASMR 유튜버도 증가하고 있다. 소리와 영상을 접목시킨 채널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비오는 뉴욕 거리눈 오는 날 기차 밖 풍경같은 식이다. 비 오는 소리에 주목하면서 영상은 마치 여행 영상처럼 뉴욕 거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해당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는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좋아지면서 눈으로는 뉴욕 거리를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해외에서 한국의 고유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먹방영상은 ASMR 기술과 결합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단순히 많이 먹는 것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치킨의 바삭한 소리를 들려주고, 라면을 호로록 거리며 먹는 소리까지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소리를 녹음하는 것 이상의 노력은 필수

소리로 위로를 받은 사람들, 자연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일상의 특별한 기분 좋은 소리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ASMR 유튜브를 시작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ASMR 영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어떤 소리를 주제로 영상을 어떻게 만들지 컨셉을 정하는 것이 좋다. 소리 전문 영상이라고 해도 유튜브는 영상 전문 플랫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가 오는 소리가 주제라면 소리를 따로 추출하더라도 공간을 직접 찍을 것인지, 직접 촬영한다면 내부에서 또는 외부에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지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영상 컨셉을 정했다면 구성에 맞게 관련된 소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소리 추출을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 내장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음성녹음 어플을 사용하는 방법은 가장 쉽고 편리하다. 소리 전문 장비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먼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보는 것이 좋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가능하다. 동영상 촬영을 하며 소리를 녹음하고 차츰 차츰 장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히 ASMR 영상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고품질의 소리를 추출하고자 한다면 저렴한 가격대의 소리 전문 장비를 구입해보자. 스테레오 마이크가 대표적이다. 좌우 소리 구분이 가능한 스테레오 마이크를 사용하면 보다 전문적인 소리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사용 방법은 녹음을 진행하기 전 박수 소리 등을 내어 음향 싱크를 맞추고 촬영을 진행하면 된다.

스테레오 마이크의 장점은 촬영 후 편집한 동영상을 아이폰으로 들었을 때 좌우가 똑같은 음질, 음향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스테레오 마이크 중 입문자에게 가장 좋은 마이크라고 알려진 것이 ZOOM H1이다. 컴퓨터와 usb를 연결하지 않아도 마이크 자체만으로 녹음과 마이크 기능을 하는 장비다.

미세한 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애착이 많은 ASMR 유튜버들이 많다. 실리콘 귀가 달려 있어 바로 가까이에서 듣는 것처럼 소리를 담아내는 3Dio마이크, 소리 입체감이 뛰어나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소리를 담아내는 로데 NT-5 Matched Pair 등 시중에 판매하는 장비는 성능과 가격에 따라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장비를 알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리와 영상까지 모든 콘텐츠 작업이 완성되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소리와 영상을 올려 편집을 한다. 이때 녹음을 하던 음향 싱크로 음향을 맞추고 노이즈를 제거함으로써 소리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후반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ASMR 영상이 완성된다.

사비를 들여 전문 장비를 장착하고 소리를 담아내는 ASMR 유튜버들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편안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한다. 사람들이 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영상 구성과 질을 위해 카메라 공부를 하기도 하고, 뻔한 소리가 아닌 일상 속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다양한 소리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 ASMR이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는 생소한 콘텐츠였던 탓에 이상한 영상이라고 비판을 받는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ASMR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일상생활에서 힐링을 위한 소리 연구에 국내외 유튜버들이 애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사운드 디자이너인 셈이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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