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한잔으로 따뜻하고 여유로운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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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한잔으로 따뜻하고 여유로운 봄을 맞이하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3.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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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백석예술대학교 커피전공)

커피에 우유나 크림을 넣어 마시는 풍습은 18세기 초에 시작되어 그 역사가 300년을 넘고 있다. 커피의 과일 향과 초콜릿 향, 캐러멜 향 등은 우유의 부드러운 풍미와 만나 여운이 남는 감미로운 느낌을 준다.

처음 커피에 우유를 넣은 것은 맛을 위해 넣은 것이 아니다. 주로 어린이와 노약자, 병약자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홍차에 우유를 넣는 풍습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 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넣어 마셨고, 좀 더 부드러운 맛을 위해서 크림을 넣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조합해 만든 음료는 그 메뉴가 무궁무진하며,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훌륭한 간식이 되기도 한다. 우유 자체만을 끓였을 때 나는 맛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지만 커피와 만났을 때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커피와 우유의 조합은 일찍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맛을 위한 커피와 우유의 조화는 20세기 중반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급 이후 활성화되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궁합이 훌륭하다 보니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물과 우유를 데울 증기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계가 보급된 것. 에스프레소 기계가 복잡해진 데는 이렇게 우유의 영향도 있다.

이탈리아의 카페에 가서 라떼를 주문하면 흰 우유 1잔을 가져다준다. 라떼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뜻하는 단어이므로, 커피를 넣은 음료를 원한다면 반드시 카페라떼라고 주문해야 한다.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섞은 음료로, 너무 강한 커피 맛은 피하면서도 카페인을 충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태어난 음료이다. 카페라떼는 카푸치노에 비해 큰 잔에 담겨지며, 우유 거품의 양이 1cm 정도로 적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떠올리지만, 카푸치노의 기원이 되는 음료는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50년은 먼저 태어났다. 19세기 비엔나에서 유행하던 Kapuziner(카푸치너)라는 음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카푸치너라는 이름은 짤츠부르크 카푸치너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입던 갈색 제의와 색깔이 비슷해서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고, Kapuziner(카푸치너)라는 독일어나 Capuchin(까뿌신)이라는 프랑스어가 이미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여 그냥 색깔 때문에 붙은 이름일 수도 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50년에 처음 등장하여 런던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유 거품의 양은 1cm 이상으로 카페라떼보다 많다.

음식에 있어 중요한 게 바로 온도다. 온도는 전반적인 맛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혀가 가장 민감한 온도는 20~40이다. 체온과 25이상 차이 나는 경우 자극이 커지면서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어 70이상, 5이하의 음식은 맛을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뜨거운 음식일 경우 60~70, 차가운 음식은 5~12정도로 만드는 것이 적당하다. 이것은 음료도 마찬가지이며, 그래서 우유는 끓이지 말고 데워서 줘야 한다.

카페라떼를 마실 때, 쓴 맛의 에스프레소에 싱겁고 비린 냄새가 나는 우유를 섞어 만든 것과 고소한 맛과 단 맛이 그대로 남아있는 우유를 섞어 만든 것 중 어떤 카페라떼를 마시고 싶은가? 당연히 고소하고 단 맛이 나는 카페라떼일 것이다.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를 만들 때 가장 좋은 우유의 온도는 55~65이다. 이 온도에서 우유의 모든 지방은 액체 형태로 녹아 거품을 파괴하지 않는다. 거품도 가장 안정적이다. 또한 70보다 낮게 유지함으로써 안 좋은 부산물과 풍미를 낼 일도 없다. 사람은 60에서 음식과 음료의 단맛을 가장 잘 인식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유를 적정 온도로 가열하고 거품을 내야 단맛과 깊은 맛을 제공할 수 있다.

봄을 알리는 3월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카푸치노로 분주한 아침을 따뜻하고 여유롭게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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