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orans의 딜레마
상태바
Laborans의 딜레마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5.27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사람을 평가하거나 이야기할 때 주로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하는가? 아마도 그 사람이 하는 일(직업)일 것이다. 그 직업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평가하며, 때로는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이고 격()이며 성공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 전에 이미 사람을 일하는 존재(Homo Laborans)’라고 명명하였다.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학명이 있지만 가장 실존적인 정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기술의 발달이 자리 감소를 가져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간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일을 하면서 그 일로 경제적 수단도 해결하고 보람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는 것이 본질인데, 할 일이 없다니 이게 무슨 모순인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이야기다.

청년들은 태어나서 20년 동안이나 일하기 위한 준비로 기나긴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온다. 그러나 절반이 취업이 안 된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오래 가지 않아 그만두거나 실직을 당하기도 해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많다. 특히 중년들의 실직이 큰 문제다. 100세 인생에 40~50대에 퇴직을 당하니 한창 일할 장년들이 인생 절반을 일 없이 우울하게 보내야 한다.

최근 가정주부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일자리라고 한다. 남편들의 조기 실직과 퇴직, 자녀 교육비 등으로 거의 모든 주부들이 뒤늦게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일자리 종류와 관계없이 돈벌이가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적극적이다.

주부뿐만 아니라 70~80대 실버 세대들도 일하고 싶다고 야단들이다. 정식 고용은 아니더라도 보수와 관계없이 움직일 수 있고 필요한 곳이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한다. 일 없는 무료함과 이어지는 우울증, 불우한 노후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일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는 일로 자신의 정체성과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인간이 큰 비극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일을 해야 하고, 하는 일을 통해서 먹고 살고 사는 의미를 만들 수 있는데, 할 일이 없어지면서 삶의 본질에 문제가 생겼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교육과 결혼, 출산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중년과 장년층의 일자리 불안정은 중산층 기반의 약화, 노령층의 일자리 문제는 불우한 노후 문제로 이어져 국가와 사회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이며 대통령의 1호 공약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일자리 부족과 불안정성은 잠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지고 세계가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 일자리가 심각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사람 일자리 대체이다. 그리고 글로벌화의 급격한 진전에 따른 생산수단의 자유이동 추세 때문이다.

인간의 편리함과 행복을 위해 인간이 개발한 기술들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 주위에 쉽게 볼 수 있는 로봇, 드론, 온라인 솔루션, 인공지능, 자동화 장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기업들이 인건비, 생산비, 원료비가 싼 국가로 기업 거점을 옮겨가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저임금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있던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우리 주위 대부분의 식당과 요식업, 서비스업의 현장 근로자들은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특정 당사자 누구의 잘못이나 귀책으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자리를 앗아가는 기술을 개발하지 말라고,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 이주하지 말아달라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지 말라고 호소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큰 흐름이고 어쩌면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큰 방향일 수도 있다.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들이다.

 

평생 내 일로 살아가려는 사고를 기르자

그렇다면 진정한 Homo Laborans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궁극적인 대안은 내 일자리를 남에게서 찾지 말고,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Gig Economy이고 Meconomy이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자는 것이다. 국가도 기업도 내 인생을 책임질 여력이 없다. 더구나 지금은 누구나 한 가지 잘하는 것, 할 줄 아는 것만 있으면 큰 돈 없이 작게 시작할 수 있는 시대이다.

아무리 유명한 신의 직장이라도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어렵게 들어가도 오래 근무할 수 없는 시대이다. 소위 안정된 직장이라고 얘기하는 그 직장들이 사실은 가장 취약한 직장이다. 안정된 직장이라고 들어가서 실직당해 불투명한 미래를 맞이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만든 작은 직장이 사실은 훨씬 더 안정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이다.

물론 스스로 일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스펙 쌓고 노력하는 만큼만 한다면 사실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인간은 과거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수렵 유목생활을 통해 스스로 활동해서 먹고 살아왔다. 그러다가 근대에 와서 산업혁명과 기업, 조직이 생기면서 고용과 취업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남의 일을 해주는 대신 임금을 받고 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전에는 스스로 각자가 먹고 살았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가 자신의 일을 하고 스스로가 책임지는 기업가적 기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이른바 좋은 직장에 들어가 출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는가? 그렇게 해서 얻은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누구나 갖는 대학 졸업장과 누구나 소유한 평범한 상식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은 미취업자라는 황당함이다. 우리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부모와 사회와 국가의 제도대로 길러져왔을 뿐이다.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다. 아무도 책임질 당사자가 없다. 오로지 각자가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업가적 사고와 정신을 길러야 한다. 남의 회사에 취업해서 월급 받기 위해 좋은 대학 가고 어렵게 취업 준비하는 대신에 스스로 먹거리를 찾고 평생 내 일로 살아가려는 사고와 정신, 실행력을 길러야 한다. 이른바 기업가정신이고 창업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오래 살면서 나이에 관계없이 일하는 것이 Homo Laborans의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가 된다.

나이와 관계없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장은 세상에 없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내 일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정치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는 데 어림없는 정치구호다. 국가가 공공 일자리로 만드는 것은 진정한 일자리가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주는 임시직이다. 결국 내가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불안하다고 느끼겠지만 진정으로 안정되고 자유로운 일은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신의 직장도 예외가 없다. 우리 모두 지금 당장 나서자!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