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디까지 읽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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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디까지 읽어봤나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6.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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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업 / 북큐레이터

책이 넘치는 시대다. 정확히 말하면 읽을거리가 풍부한 사회다. 오프라인 대형·중형 서점을 찾는 이들은 물론, 동네마다 독특한 취향이 느껴지는 독립서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발달에 따라 블로그, 브런치 등의 글쓰기 기반 서비스에서 책 이야기를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시대에 북큐레이터의 역할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와 책을 연결해주는 북큐레이터란 직업을 알아보자.

책과 사람의 만남을 잇는 북큐레이터. 우리나라에서 북큐레이터가 되는 길은 정해진 게 없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인정받진 않지만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들어 북큐레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그 배경은 독립책방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독립 서점은 2013년부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동네 서점 지도를 만들고 배포하는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 101곳이던 독립 서점이 2018년에는 466곳으로 늘었다. 특히 서울에 독립책방이 가장 많이 집중해 있다.

독립책방은 2030세대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독립서점마다의 독특한 취향이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독립출판물만 취급하는 서점부터 다양한 워크숍, 이벤트를 진행하는 독립서점은 각각의 특색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작가, 시인 등 다양한 직업 출신의 사람들이 책방을 열면서, 독립서점의 책방지기들이 전문가다운 안목으로 선별한 책을 구입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이런 독립서점의 증가와 함께 북큐레이션이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독립서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큐레이션이기 때문이다. 독립출판물을 제외하면, 독립서점의 책들은 대형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서점에는 너무 많은 책에 압도되어 전문가가 아니라면 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책을 선별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서점에 가면, 만약 그 서점이 자신의 취향과 비슷하다면 나에게 인 책을 쉽고 편리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더 다양한 북큐레이션이 필요하다

독립서점을 향한 대중들의 호응을 보고 있자면, 어쩌면 대중들은 그동안 나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줄 북큐레이터를 고대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하고, 다독하는 사람들 중에서 북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도 속속 나타났다. 동시에 북큐레이터를 양성하는 기관도 생겼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가 대표적이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는 바른 교육, 생각하는 교육을 목표로 하는 어린이 교육 관련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다. 어린이의 올바른 독서지도를 위해 탄생한 만큼 그림책, 동화, 소설, 고전 등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독서를 지도할 수 있는 북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원한다면 북 큐레이터 민간 자격증도 취급할 수 있다. 서울 강남도서관의 경우 올해 시민 북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 518일부터 83일까지 강남도서관 학습동아리 회원과 지역주민이 대상이다. 북큐레이션의 과정과 북디스플레이를 이해하고 도서 안내를 위한 글쓰기 수업, 주제별, 연령별, 상황별 북큐레이션 방법 등을 실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강의 종료 후 수강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학습동아리도 결정된다. 시민 북큐레이터 활동을 통한 재능 나눔의 기회도 제공한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가 주최하는 만큼, 출석자 중 희망자에 한해 북큐레이터 자격증도 취득 가능하다.

 

결국에는 책과 사람 만나게 하는 일

북큐레이터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이다. 책을 소개한다는 큰 전제 아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책과 함께 마시면 좋은 티, 책과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등 라이프스타일과 접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독립책방의 사장은 자신만의 책 처방을 해준다. 책방지기가 책을 골라주는 일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고객이 자신의 나이, 성별, 직업, 신청 이유, 가장 좋아하는 책 등을 기입해 접수하고 상담 시간을 예약한다. 그리고 서점에 방문하면, 약 한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대화 속에서 고객의 책 이야기를 들은 책방지기는 고객에게 책 한 권을 처방한다. 고객에 대한 깊은 탐구와 대화 끝에서, 책방지기가 추천해주는 한 권의 책은 며칠 후 고객에게 전달된다.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책방지기의 따뜻한 설명이 담긴 편지를 동봉해서 선물처럼 전달된다. 그렇게 받은 책은 분명 고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이렇듯 북큐레이터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행위만이 아니다. 책을 통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하고 잊고 있던 생각, 감정을 환기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질적인 아이디어로 구현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북큐레이터 중 우치누마 신타로가 있다. 북큐레이터 중 뛰어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책의 역습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직업을 서가를 편집하거나 책과 사람의 만남을 만드는, 그 사이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일로 정의하고 스스로를 북코디네이터라고 정의한다.

누군가는 종이책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데 반해 그는 종이책과 관련된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그는 종이책 비즈니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종이책이 잘 다가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재미있고 색다르게 궁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그가 고안해낸 것들은 서점과 맥주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다. 커피를 즐기듯 맥주를 마시면서도 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서비스를 소비할 고객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그 공간을 채울 책들을 선정하는 일이다. 퇴근 후 책방에 들려 맥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보는 단계가 우선이다. 아마 독립적인 삶을 사는 20대 후반, 30대가 많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에 나름 조예가 깊은 사람들일 것이다. 시간은 평일 저녁이니 책의 내용이 너무 무겁거나 어려우면 곤란하다.

이렇게 소비자를 명료하게 정의하면서, 어떤 책을 선보일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책으로 서가를 꾸미는 일이 바로 북큐레이터다.

북큐레이터라고 해서 반드시 오프라인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다채로워지면서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북큐레이터가 많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북큐버. 북큐레이터와 유튜버를 합친 말로, 유튜버 채널을 통해 책을 추천하고,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점점 북큐버 수가 증가하고 있다. 만약 북큐레이터에 관심이 있다면 북큐버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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