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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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도, 커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6.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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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백석예술대학교 커피전공)

도시엔 수많은 혼자가 산다. 그래서 그런가,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명을 보면 우리가 아닌 가 중요하고, ‘같이가 아닌 혼자인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어제나 내일이 아닌 현재, 오늘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가 흐를수록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었을 때 혼자가 되어 느끼게 되는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외로움이라 말한다. 비슷한 말로는 고독이 있다. 인간이 외로움을 오랫동안 겪다보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수도 있다.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고 주변사람들로부터 격리되었다고 느낄 때 실제로 뇌의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되어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모임과 행사, 여행 등의 외부 활동과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일상이 장기화되면서 신조어까지 생겼다. 주위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과 그와는 정반대인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즐기는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모임에서 멀어지면 모든 정보와 유행에 뒤처진다는 불안한 생각에 억지로라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포모족일까, 아니면 불필요한 정보와 만남을 적절하게 단절시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힐링의 시간을 즐기는 조모족일까. 포모족과 조모족 그 어느 쪽에 점을 찍느냐에 따라 일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피다. 커피는 이제 어쩌다 기분으로 마시는 액체가 아니다. 우리 생활의 습관이 되었고 동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왜 커피를 우리 일상에 들여놓았을까. 중독되어서? 맛이 좋아서? 멋있어 보여서? 외로워서?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해 주고, 슬플 때나 힘들 때 위로해 주고 도와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다. 하지만 가수 안재욱의 노래 친구괜스레 힘든 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라는 가사처럼 아무 말이 없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가장 편한 친구가 아닐까.

오늘도 필자는 커피와 마주 앉아 나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피하지 않고, 말을 쉽게 하지도 않으며, 세상에서 가장 차분한 자세로 누구보다도 따뜻한 귀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항상 나를 조용히 위로해 주는 친구가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친구를 세 번째 만나 마주하고 있다.

2020년을 시원스럽게 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의 절반이 되는 달이다. 정신없이 지났고, 코로나19로 인해서 더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친구 커피와 지난날을 조용히 나누어 보자.

필자는 올 상반기 기억에 남는 광고가 생각난다. ○○생명 유튜브 광고다. 40대 배우 김병철이 말(horse)이 그려진 커피 잔을 들고 나타나 라떼는 말이야라는 대사를 날린 후, “Latte is a horse"라는 글귀가 등장하는 광고다.

라떼 상사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커피 우유처럼 부드럽고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상사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라떼 상사는 후배들의 의견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 상사를 부르는, ‘나때의 발음을 라떼로 바꿔 부르는 젊은 직장인들의 은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변화와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라떼 상사가 아닌, ‘커피(친구) 상사가 되어 보면 어떨까.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십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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