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행정’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혁신 행정의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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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행정’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혁신 행정의 모델입니다
  • 오명철 기자
  • 승인 2020.10.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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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 KAIST 김기한 행정처장, 방진섭 행정부장
방진섭 행정부장(왼쪽)과 김기한 행정처장
방진섭 행정부장(왼쪽)과 김기한 행정처장

혁신이란 새로운 기술이나 과정이 도입되어 기존의 것과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혁신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조직이든 개인이든 혁신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 대학도 혁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에 타 대학들보다 한발 앞서 혁신을 실천하는 대학이 있다. 바로 KAIST.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기한 행정처장과 방진섭 행정부장이 있다. 소통과 공감, 격려와 응원, 칭찬과 배려라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K-행정이라는 혁신 모델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김기한 행정처장과 방진섭 행정부장을 만나본다.

 

Q. KAIST에서 행정 혁신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KAIST1971년 국가발전에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설립된 이후 국가적인 지원과 혜택으로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미 교육과 연구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요. 대학의 기능이 교육, 연구, 행정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때 이제는 행정도 세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KAIST 행정도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하고요. 이것이 행정 혁신을 추진하게 된 배경입니다.

 

Q. 행정 혁신의 모델로 자기진화형 행정생태계를 제시하고 계십니다. 개념이 무엇인가요?

혁신을 추진하면서 구성원을 변화와 혁신의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강요를 하게 되면, 구성원은 본능적으로 주체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이며 자기방어적이 됩니다. KAIST에서 그동안 행정의 혁신을 추진해 왔지만, 행정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인 변화가 쉽지 않았죠. 이번에 추진하는 행정 혁신의 방향은 행정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해 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변화되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자기혁신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며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행정이 되자는 것이죠. 결국 KAIST 행정의 혁신모델을 개념화하고 구체화함으로써 방향이 명확해지고 목표가 뚜렷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Q. 혁신을 위해 도전했던 사례들과 그 결과를 소개해 주세요.

처음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미래행정공감포럼>를 개최하여 행정의 역할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매월 직원들이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을 하면서 생각을 이야기하고 공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교수와 학생 대표들도 주제발표에 참여하여 행정의 고객으로서 교수와 학생이 바라보는 행정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행정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죠.

다음으로는 <팀장 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하여 팀장들이 자기만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팀장들은 행정을 대표하고 직원들을 이끌어나가는 중간관리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팀장의 리더십에 따라 부서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직원들의 역량에 차이가 생기게 되죠. 팀장들이 모여서 리더십과 부서 운영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서로 배우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것은 <직원기자단> 운영과 <행정소식지> 발간입니다. 직원 기자단은 직종을 뛰어넘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취재 활동을 통해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NEWS KAISTAFF>라는 행정 소식지에 담아 온라인으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원들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하고 미담가화(美談佳話)를 발굴하여 캠퍼스 구성원들과 소식을 나누는 것이죠. 삭막하고 서먹서먹했던 직원사회에 소통과 공감의 플랫폼이 되어 행복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Q. 혁신추진 과정에서 직원들의 인식과 행동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요?

현실적으로 직원들의 참여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일부분 무관심과 냉소의 문화가 있기도 하고, 또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무엇을 한다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하고요. 아무리 취지가 좋고 필요하더라고 자신의 위치와 성격 등에 따라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직원 기자단 운영을 처음 제안하였을 때 주변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지원하는 직원들이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특별한 혜택도 없는데 누가 지원하겠느냐는 것이었죠.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직원 기자단 모집을 알리자 11명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의 조직문화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을 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게 된 것입니다. 행정 혁신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행정선진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지원했거든요. 무관심과 냉소의 문화가 참여와 응원의 문화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혁신의 방관자가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팀장 리더십 세미나
팀장 리더십 세미나

Q. <행정도 과학이다><나의 리더십> 등 직원들이 참여하여 발간한 도서도 도움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요?

직원들이 도서를 집필하고 발간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처음에는 글 쓰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낍니다. 그것도 대중에서 판매하는 책을 집필한다는 것에 감히 엄두를 내기가 어렵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집필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고 알고 있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적도록 하였습니다. 전체적인 편집과 수정은 알아서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죠.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은 중간에 포기하겠다고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힘든 과정을 거쳐 한 권의 도서로 발간되고 주변의 격려와 응원이 이어지면서 고난과 역경이 보람과 성과로 바뀌었습니다. 기록은 자신과의 약속이고 역사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집필 당시를 생각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후배들은 선배 직원들이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을 기억하고 배우게 되죠. 이것이 행정이 주체적으로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항상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혁신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요?

혁신은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혼자만의 생각과 힘으로는 할 수가 없죠.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라도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면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그러기에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공감은 필수입니다.

KAIST는 교수와 학생들이 워낙 뛰어나고 세계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직원들은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무관심과 냉소에 익숙한 직원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되어 있다 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한 도시락과 함께 포럼과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모이게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직원들끼리 얼굴을 보고 대화도 하고 주제발표를 들으며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죠. 처음에는 낯설어 했지만, 차츰 직원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격려와 응원이 일어났습니다. 직원이 주체가 되어 행사를 준비하고 직원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도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도 관심을 보였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할 수 있다라는 분위기가 공감을 얻고 행정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Q. KAIST 혁신은 직원분만의 힘으로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KAIST에서는 어떤 지원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KAIST는 기본적으로 혁신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혁신대학 6위로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혁신은 KAIST의 정체성을 의미하고 일상이기도 하죠.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행정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KAIST에서 혁신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모든 집단과 영역에서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혁신을 추구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직원들의 행정 혁신도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KAIST에서는 자발적인 혁신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총장님과 경영진이 방향과 목표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직원사회가 스스로 찾아 나가도록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죠. 혁신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있습니다. 결국은 행정의 혁신도 KAIST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세계 최고의 대학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기 때문입니다.

 

Q. 국내 대학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대학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학에서 직원과 행정은 집행·관리 중심의 기능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의 정책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미흡한 편이죠. 그러나 대학 행정도 대학발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 정책적이고 전략적인 기능과 휴먼·서비스의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AIST에서 미래 대학 행정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학사회에서도 행정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화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단순 사무가 아니라 고도의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 행정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KAIST에서도 행정 혁신에 대한 경험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공유하면서 대학사회가 함께 성장·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전파하겠습니다.

 

Q. 혁신의 지속을 위해 제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요?

진정한 혁신은 거창한 구호나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혁신을 추진하지만, 실질적인 제도화에까지 이르지 못하다 보니 중간에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구성원들은 혁신을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러다가 말겠지하고 무관심해집니다. 지속가능성이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죠. 이번에 KAIST에서 추진하는 행정 혁신은 과거의 사례를 성찰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규정의 제·개정을 통해 혁신이 제도로 정착되고 행정의 일상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KAIST 행정을 <K-행정>으로 브랜드화하고 세부적인 실행과제를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대학행정 포럼
글로벌 대학행정 포럼

Q. 혁신 추진과정에서 처장님과 부장님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장님과 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요?

처장님과 저는 역할을 분담하면서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상호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처장님께서 최초로 행정 선진화를 주창하셨고, 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설계를 하고 실행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동일 사안에 에너지를 중복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안들에 역할을 분담하면서 행정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김기한 행정처장님의 리더십을 선도자적 리더십이라고 이해합니다. 기획부장 등 굵직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의 미래를 진취적으로 바라보고 직원과 행정의 적극적인 자세를 부탁하는 것이죠. ‘행정 선진화를 주창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모든 리더는 각자 자신만의 리더십에 대한 철학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더에 따라 조직의 목표와 분위기가 다르게 나타나죠.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의 고유한 리더십을 찾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누구의 리더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더십을 정립하고 실천해나가면서 보완·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죠. 혁신의 가장 강력한 힘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응원과 격려이기에,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목표로 집약시켜 나가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혁신을 도모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향후 어떤 꿈을 그리고 있는지요?

KAIST 행정이 <K-행정>으로 정립되어 글로벌 대학 행정을 선도해 나가는 것입니다. 교육+연구+행정이 삼위일체가 되어 KAIST가 당당히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죠. 행정의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기 위해 제도화하는 것과 더불어 행정 발전을 전문적으로 조사·연구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발굴해 나가도록 세계 대학 최초로 대학 행정 발전에 대한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KAIST 행정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의 내용을 꾸준히 기록으로 정리하여 대학사회와 나누면서 대학 행정이 전문화된 영역으로 함께 발전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KAIST 행정론을 직원들과 집필하여 대학 행정론으로 발전시키고 대학행정학회를 설립하여 대학에서 직원들이 행정의 사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학문적인 성과로 축적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또한 대학행정포럼글로벌 대학행정포럼을 매년 번갈아 개최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대학의 행정 혁신 사례를 공유하면서 대학 행정의 중심적인 역할을 KAIST가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KAIST의 발전과 대학사회의 발전을 위한 노력입니다. 대학사회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오명철 기자 mcoh98@hkrecruit.co.kr

사진 / KAIST 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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