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밥을 비벼 먹는 유일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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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밥을 비벼 먹는 유일한 나라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12.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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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 비빔밥

요즘 비빔밥이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재미있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왜 비벼 먹나요?”

사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라 중국에서도 밥을 비벼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독 우리 음식 문화에는 비빔밥, 비빔국수, 팥빙수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비벼 먹는 전통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 지방의 전통 비빔밥인 전주비빔밥은 가지각색의 고명을 가지런히 놓아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게 합니다. 외국인들이 도대체 정성스럽게 만든 갖가지 재료들을 왜 마구 섞나요?’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해 보일 정도입니다. 모든 것을 한데 비비면 갖가지 재료의 맛이 모두 없어지는 게 아닌가요?’라고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갖가지 음식을 한데 섞어서 비벼 먹으면 각각의 고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이나 향이 사라지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골고루 섞은 비빔밥 한 술을 먹어 보면 비빔만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맛의 조합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의 파괴라기보다 새로운 맛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비벼 먹는 행위 자체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주어진 음식을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양념장을 넣고 숟가락으로 쓱쓱 비비면 먹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음식을 완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이는 집단적 의례 행위로 발전하기도 했는데, 지역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곤 하는 대형 비빔밥 만들기 행사가 그것입니다. 참가자들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먹을 재료를 거다란 솥에 담고 거대한 주걱으로 함께 비벼 나눠 먹음으로써 모르는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는 것이죠.

비빔밥은 원래 한자로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했습니다. 현재까지의 문헌 중 골동반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800년대 말엽에 편찬된 저자 미상의 조리서인 시의전서입니다. 이 책에서는 비빔밥을 한자로 골동반(骨董飯), 한글로는 부뷤밥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문인 동기창이 쓴 골동십삼설에서도 비빔밥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동기창은 분류가 되지 않는 옛날 물건들을 통틀어 골동이라고 부르면서 이 뜻을 이용해 여러 가지 음식을 혼합해 조리한 국을 골동갱(骨董羹), 밥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서 익힌 것을 골동반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인 홍석모가 세시풍속을 정리한 동국세시기에서도 골동을 뒤섞는다는 뜻으로 사용했는데 , , , 구운 고기 등을 밥 속에 집어넣은 이것은 곧 밥의 골동이다. 예부터 이런 음식이 있었다라며 비빔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빔밥이라는 음식의 유래에 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바쁘게 일하는 농번기에 들에서 먹기 편하게 만든 음식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실용적인 면에서 유래한 음식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상에게 바친 음식을 살아 있는 후손과 손님들이 나눠 먹음으로써 조상으로부터 오는 복을 나누고자 한 음복 비빔밥이나 가난하던 시절에 온 가족이 함께 나눠먹던 양푼 비빔밥 등을 생각해 보면 비빔밥은 그저 생각 없이 비벼 먹을 수 없는 음식 문화인 것 같습니다.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김영훈 지음, 글담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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