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정(情)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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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정(情) 나누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12.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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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상상만으로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 사람은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동물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을 멋지게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여행은 시간을 버리거나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곳은 우리를 100년 전 또는 100년 후로 안내한다. 일상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에서의 시간은 나의 말을 순순히 따라준다.

여행을 다녀와 돌이켜보면 생각하는 법, 사물을 바라보는 법, 사람을 만나는 법, 심지어 먹는 법까지 바뀌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하늘 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요즘 같은 때엔 상상만으로 멀리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세상 어떤 순간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상태에 깊숙이 빠질 수 있는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려 잠시 비를 피할 생각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는 나에게 구원의 피난처처럼 다가왔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향기로운 커피 향과 아늑함에 나의 몸이 스르르 녹았다. 마치 집에서처럼 편안함과 온전히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합했다. 옆 자리의 낯선 외국인이 건넨 따뜻한 미소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같이 기념사진까지 찍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정을 개인주의가 철저한 서양에서 느낀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종종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며 거리의 카페를 유심히 본다. 그러다 내 취향에 맞으면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집처럼 편안하고 내게 어울리는 카페라 생각되면 그 카페를 자주 찾게 된다. 물론 맛있는 커피는 기본이다.

해외여행 가서도 마찬가지다. 낯선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때도 내 취향에 맞는 카페를 찾으면 그래, 이 카페가 내 카페야!”라고 말하며 나만의 즐거움과 자유를 만끽한다.

()의 사전적 의미는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의미한다. 안식처는 즐거움과 휴식이 있는 곳으로 요즘 카페가 안식처로 인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카페는 집이자 피난처가 되고 있다. 어떤 구속도 없고 자유로움이 보장된 곳이기에 글을 쓰고 책을 읽을 때, 또는 개인적인 모임을 갖거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자주 카페의 문을 두드린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나만의 안식처에서 취해 보자. 샤를 보들레르가 취할 시간입니다!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합니다. 포도주, , 덕행, 그 어떤 것에라도 취하십시오!”라고 말한 것처럼 이 가을에 취해 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와 함께 시, 소설, 음악, 영화, 스포츠, 사진 등 그 어떤 것에라도 취해 보자. 취해 당신의 속을 단단히 채워 보자.

품종에 따라 하루에 1m까지 자라는 대나무도 있다고 한다. 눈으로 확인될 만큼 쑥쑥 자라나는 대나무가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곡식의 알갱이지만, 단단하고 꽉 찬 알맹이처럼 속을 채워 따뜻한 정()있는 마음으로 시간을 럭셔리하게 써보자. 카페에서~

글 / 김수진 교수(백석예술대학교 커피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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