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사회 오답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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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사회 오답으로 살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12.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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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교수(순천향대 부총장)
서창수 교수(순천향대 부총장)

우리나라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무려 40:1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무원 전체 시험 합격률은 일반적으로 2%대가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높은 경쟁률과 낮은 합격률에도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 전체 취업준비생의 절반이 될 정도로 공무원에 대한 쏠림현상은 심하다.

우리 사회에는 이와 비슷한 쏠림현상이 심한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옛날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의과대학 입시,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입시가 그랬다. 높은 경쟁률과 낮은 합격률의 이러한 제도는 합격하는 소수에게는 큰 명예와 영광이 주어지지만 낙방하는 다수에게는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서 희망의 계단으로 환영받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희망보다는 좌절과 상대적 박탈감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규정되어진정답사회

우리 주위에는 우리 개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하거나 거기에 속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내 인생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것을 하지 않거나 속하지 못하면 뭔가 잘못 되었거나 남보다 뒤지는 것 같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사람은 잘 생겨야 하고, 키는 커야 하고, 결혼은 제때 해야 하고, 공부를 잘해서 유명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돈을 잘 벌어서 넓은 아파트에 살며, 좋은 차를 굴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야 하고. 개개인의 상황과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집단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일종의 비공식적 규범(Norm) 같은 것이다. 이른바 우리사회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정답이라는 것이다. 그것에 해당되면 정답이고 그렇지 않으면 오답이다. 거기에 해당되면 이른바 잘 살고 성공한 인생이고 그렇지 않으면 잘못 사는 것이고 실패한 인생으로 여겨진다. 이른바 정답사회이다.

정답사회는 누구에 의해 언제 규정되어졌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냥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그런 정답에 포함될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정답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정답에 의해 사람들을 판단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 정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에 집착하고 성공과 실패라고 말한다. 누구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인정하는 이상한 삶의 잣대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정답사회는 획일화를 초래하였다. 삶의 영역과 방식은 달라도 지향하는 목표점은 한 군데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비슷하거나 같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뒤떨어지는 것 같아 일단 따라 하고 봐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면피는 할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사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자발성, 독창성에 엄청난 사회적 저해요인이다.

정답사회는 또한 죽기살기식 무한경쟁 풍토를 가져왔다. 방향과 목적지가 비슷하기 때문에 모두가 경쟁의 대상이다. 학교에서도 친구나 우정보다는 일단은 경쟁대상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정답을 맞힐 수는 없기 때문에 상대가 아닌 내가 맞춰야 한다. 과정은 처절히 무시될 수 있다.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한다.

 

만들어 놓은 낡아빠진 정답을 폐기하라

또한 정답사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절망과 좌절감을 안긴다. 정답은 소수만 맞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유명대학, 의과대학에 들어가는 사람은 정해진 숫자의 극소수 사람들만 합격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좁은 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의 합격자들은 성공한 사람으로 분류되지만 불합격한 98%의 사람들은 낙오자들로 전락된다. 더구나 학교 입시는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인 10대에 치러진다. 인생 초반에 제대로 살지도 않았는데 들어가는 대학 이름으로 성공과 실패로 낙인찍어 버린다. 멀쩡한 청소년들이 유명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청춘을 포기하고 좌절하고 자신을 루저라고 규정짓는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정답이라는 것이 사실은 인생의 진정한 성공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통과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였지만 사실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심지어 그것을 통과했던 사람들조차도 그것이 성공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기준으로 삶을 판단하고 인생을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고, 스스로도 그것에 의해 희비를 가른다.

대안은 우리 사회에 정답이라는 것을 없애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해진 대학서열도 없고, 일류 직업이라는 기준도 없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이라는 구분 자체도 없어져야 한다.

정해진 정답이 없으면 세상은 엄청난 다양성과 창의성, 혁신이 일어난다. 세상의 새로운 혁신은 기존의 정답을 파괴하면서 일어났다. 중세의 르네상스도, 근대의 자유주의도, 현대의 자본주의도 기존의 질서를 파괴 부정하면서 탄생하였다. 세계적인 선풍의 한류도, K-Pop의 싸이와 BTS도 변방에서 기존의 정답을 거부하고 파괴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바꾸었다. 싸이나 BTS도 처음에는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던 아류였고 B급이었으며 오답이었다.

정해진 정답이 없어지면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창의성과 독창성으로 모두가 세상을 흔들 수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개인들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각자의 다양성으로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제는 각자가 사는 방식이 정답이어야 한다. 남과 비교할 일도 아니다. 상호 우열도 없다. 그러니 과열경쟁을 할 이유도 없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우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사는 방식과 방향이 답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대학을 가든 안 가든 각자가 선택한 길이고, 굳이 일류대학이라는 곳을 가지 않아도 부러워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모든 고등학생이 가고자 하는 목표대학이 같을 이유도 없고, 청년들이 2%의 합격률도 안 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으로 몰릴 이유도 없다.

크게는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한다. 만들어 놓은 낡아빠진 정답이라는 것을 스스로 폐기해야 한다. 정답을 가르치고 정답을 찾는 기법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학교교육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부모들이 대오각성하고 바뀌어야 한다. 모바일시대에 태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빛의 속도로 넘나드는 소위 MZ세대에게 낡아빠진 자기들 시대의 기준을 부모라는 완장으로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우스운 것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혁신, 크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안 하던 무엇을 거창하게 새롭게 하려고 하기보다 잘못하고 있는 것 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창수 교수

창업지원단장/산학협력부총장

순천향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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