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은 원래 상례 절차를 의미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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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은 원래 상례 절차를 의미하는 단어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12.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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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 미련(未練)

우리가 쓰는 여러 가지 말 중에서도 미련은 참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말인 듯합니다. ‘미련은 떠난 사람을 깨끗이 잊지 못하고 쓸데없는 줄 알면서도 계속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그 사람 참 미련해”, “미련한 짓을 했네처럼 쓰일 때는 둔하고 고집스러운 태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미련은 상례(喪禮)에서 나온 말입니다. 한자로는 未練이라고 쓰는데 아직 연복(練服)을 입지 않는 소상 전까지의 기간을 뜻합니다. 여기서 소상은 사람이 죽은 지 1년만에 지내는 제사를 말합니다. 1주기인 소상이 되면 상주는 상복을 벗고 연복으로 갈아입은 뒤, 아침저녁으로 하던 곡을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에만 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미련은 사람이 죽은 뒤 아직 기억이 생생하고 그리움이 많이 남은 1년 동안을 가리키는 말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움이 멈추지 않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1년 정도의 시간을 의미하던 미련이 오늘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나 봅니다.

조선은 유교 사상에 입각해 예절과 의례를 중요하게 여긴 나라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의례 절차를 가지고 있었지요. 상례 절차만도 해도 초종, , 소렴, 대렴, 성복, 조상, 문상, 치장, 천구, 발인, 급묘, 반곡, 우제, 졸곡, 부제, 소상, 대상, 담제, 길제까지 무려 19개나 되었답니다. 이름만 대도 숨이 가쁠 지경입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이 19개 절차를 모두 지키며 3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상례를 끝냈답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례의 절차와 규정을 철저하게 지켰을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요.

예법에 관해 쓴 책인 예서만 봐서는 조선시대의 복잡한 상례에 대해 알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통 상례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영화 두 편을 소개하고 싶어요.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와 임권택 감독의 <축제>입니다. 두 편 모두 한국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의 전통 상례를 외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거든요. 여러분도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면 영화 속 이야기와 함께 전통 상례의 과정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상례의 19개 절차 중 첫 번째인 초종에는 초혼이라는 세부 절차가 따릅니다. 초혼은 사람이 숨을 거두면 지붕에 올라가 북쪽을 향해 죽은 사람의 웃옷을 휘두르며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불러 혼을 초대하는 일입니다. 이미 숨을 거두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타게 망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심지어 혼이 듣지 못할까봐 세 번이나 부르죠. 참으로 애달픈 순간입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 이런 복잡한 상례 절차를 따르지 않습니다. 편리하고 간소화된 요즘의 상례 문화도 좋지만 어쩌면 우리의 마음까지 간소화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김영훈 지음, 글담출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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