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자리는 얼마나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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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자리는 얼마나 안전한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1.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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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화가/조각가, 사진작가, 작가, 지휘자/작곡가 및 연주자, 애니메이션/만화가, 무용가/안무가, 가수 및 성악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예원, 예능강사, 패션 디자이너, 국악 및 전통 예능인, 감독, 배우/모델, 제품 디자이너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콘크리트 공, 도축원, 고무/플라스틱 제품 조립원, 청원경찰, 조세 행정사무원, 물품 이동장비 조작원, 경리사무원, 환경미화원, 택배원, 과수작물 재배원, 행정/경영지원 관련 서비스, 주유원, 부동산중개인, 건축도장공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앞의 직업군은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기가 비교적 어려운 직업군들이고, 뒤의 직업군은 비교적 기술에 의한 대체가 쉬운 일자리 그룹이라고 한다. 기술에 의한 대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직군은 인간 감성에 기초한 예술관련 직업군들이고, 반면에 대체가 상대적으로 쉬운 직업군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단순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동작을 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을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16년 로봇이나 자동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들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지를 분석한 대조적인 두 부류의 직업군이다.

 

모든 직업은 신기술의 영향 받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일자리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속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교수 칼 프레이와마이클 오스본은 미국의 702개 일자리 중 47%가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맥켄지 앤 컴퍼니는 2017년에 분석한 820개 직업의 60%30% 이상의 업무를 신기술에게 장악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장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일자리가 신기술에 의해 직간접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신기술에 의해 쉽게 대체되거나 어렵게 대체되는 기준이 무엇인가이다. 나아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과연 기술에 대체 당하지 않고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이다. 오래 버틸 수 없다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맞이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적극 저항해야 할까.

우선 신기술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직업군의 특징은 단순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며 사람들과의 소통이 적은 특징을 갖는다. 위의 직업군 예에서 보듯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로봇이나 알고리즘으로 쉽게 대체가 가능한 직업군들이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단순 반복적 육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기술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고도의 전문직으로 분류되어 온 손해사정인, 일반의사, 변호사, 관제사와 같은 전문직들도 쉽게 새로운 기술에 의해 업무의 상당 부분이 대체되고 있다. 우리가 단순하게 상상하는 육체적, 단순 반복적, 낮은 수준의 난이도 일만 대체된다고 보면 큰 코 다친다. 정교한 수준의 고도의 전문적인 일이나 정신노동을 필요로 하는 인간 고유의 직업들도 최근 고도화된 기술들은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수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어떤 직업이든 완전 100% 기술에 의해 대체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대체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일자리와 업무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같은 일자리도 업무 구성이 달라지면 대체 가능한 영역도 달라진다. 수술만 하는 의사도 없고, 법정에 서기만 하는 변호사도 없다. 그렇게 본다면 거의 모든 직업은 신기술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언제 어느 부분에서 얼마의 영향을 받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제 보다 창조적인 일을 탐구해야 할 시대다

다니엘 서스킨드는 그의 책 A world without work(노동의 시대는 끝났다)에서 틀에 박힌(Routine) 일과 틀에 박히지 않는 일이 미래 일자리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틀에 박힌 일이란 수행방식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일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그 반대가 암묵적인(Tacit) 지식으로 쉽게 모방하거나 따라 할 수 없는 일로 구체적 방법이나 절차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노하우같은 것이다.

틀에 박힌 일은 아무리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라도 기술의 대체가 쉬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일은 그것이 저숙련 저임금 일이라고 하더라도 기술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육체노동이냐 정신노동이냐, 고연봉이냐 저연봉이냐, 복잡한 절차냐 아니냐가 아니라 오로지 반복되거나 예측할 수 있거나 규칙에 기반하거나 명확히 정의되는 업무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육체적이고 단순 반복적인 3D 업종이라도 기술이나 기계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대장간이나 도예 전문 도공들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반면 아무리 고학력 고임금 고숙련 출신들이 하는 일들이라도 틀에 박힌 일들은 금세 기술로 대체가 가능하다. 고학력 고연봉의 증권회사 주식 트레이더가 프로그램 트레이더로 대체된 지 오래다.

경제학자들이 일자리를 업무 단위로 쪼개어 분석했더니 상대적으로 고임금과 저임금 직군은 일자리가 많이 줄지 않고 기술로 대체되는 업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반면 중간임금의 직군이 신기술에 의해 많이 대체가 되고 있어서 신기술에 의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조직에서 중간 단계의 업무가 단순 집행적이거나 틀에 박힌 업무가 주류를 이룸으로써 기술에 의해 쉽게 대체된다고 볼 수 있다.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하는 낮은 단계의 업무나 고도의 판단이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아주 높은 단계의 업무는 틀에 박힌 업무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어떤 부류의 일들인가? 틀에 박힌 일인가, 그렇지 않은 일인가? 여러분 스스로 미리 자신의 일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틀에 박힌 일이라면 언제든 기술로 대체된다고 보고, 이 일을 내가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틀에 박히지 않은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비록 하는 일이 틀에 박히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기술이 내 일자리를 대체할까봐 두렵다고 피할 수는 없다. 최신 기술의 활용으로 얻은 이득이나 생긴 여유는 하고 있는 일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업무 방식을 바꾸거나 고객을 확장할 수 있다. 또는 장기적으로 내 일자리가 기술로 대체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발할 수도 있다. 기계나 기술이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을 개발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나 정서, 공감영역을 확장하여 틀에 박히지 않은 영역을 개발할 수도 있다.

믿어지지 않지만 온 세상이 일자리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인간을 이롭게 하자고 개발한 기술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술을 비난하거나 그것을 개발한 인간을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원해서 개발한 기술을 적대시하거나 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 기술은 사용되어야 한다.

낮은 수준의 틀에 박힌 일들은 기술들에게 과감히 이양하고, 인간은 보다 인간다운 창조적인 일들을 하도록 하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기계나 프로그램과 경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서창수 교수는......

창업지원단장/산학협력부총장

순천향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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