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도 ‘루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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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도 ‘루저’인가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3.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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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요즘 대학생들이 하는 가장 흔한 불평불만이 있다. 학교에서 상담을 할 때도 자신들의 심경이나 고민, 불만을 말하면서 빈번하게 한다. 그것도 아주 압도적으로 빈번하게 한다. 바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학년을 불문하고 압도적으로 자주 한다.

예상외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모든 것이 개방되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는 세상에 무엇이 그렇게 답답하다는 것일가? 왜 답답하냐고 물으면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온다. “전공이 안 맞다, 학교가 싫다, 공부하기가 싫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간섭이 지나치다, 미래 진로가 불확실하다, 노력해도 성공할 수가 없을 것 같다등등 이유도 여러 가지다. 결국 요약하자면 공부하기가 싫고 미래가 불확실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을 못 잡겠다로 집약된다.

 

대학서열의 덫에 빠져 스스로 루저(Looser)’라 규정

정말 왜 그럴까? 학생들이 말하는 표면적인 이유들이 진정한 그들의 마음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데 표면상 그렇게 둘러대는 것일까?

필자는 그들이 말하는 답답한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64% 정도가 소위 말하는 지방대생들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라는 의미의 지방대생들이다. 수도권보다 더 많다. 그런데 많은 지방대생들에게는 남모르는 가슴앓이가 하나 있다. 1지망 대학을 못 갔다는 아쉬움이다. 1지망 대학이 반드시 더 좋다는 아무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막연히 자기는 1지망 대학을 못 갔기 때문에 낙오자라는 혼자만의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보면 그게 무슨 대수인가라고 의아해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 만큼이나 큰 계급처럼 느껴진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지방대생들은 일종의 상실감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실망감이 대학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은 루저라는 패배감으로 발전하면서 불같은 청춘들 기를 죽이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는 그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망국적인 학벌 서열화가 미래 청춘들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

더더욱 심각한 것은 수도권이나 서울 소재 대학생들도 비슷한 실패감과 상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등 대학은 1등 대학을 못 가서, 3등 대학은 2등 대학을 못 가서

대학 간에는 서열이 정해져 있어서 보다 윗 서열의 대학을 가지 못한 학생들은 상대적인 열등감에 패배의식을 가진다고 한다. 이런 공식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대다수가 비슷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400여 개 대학들은 나름대로의 순위가 매겨져 있다고 한다. 누가 공식적으로 정하지도 않았는데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1등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생들이 상대적인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많은 학생들은 이러한 맹목적 서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들의 적성이나 전공 적합성을 찾아서 진학을 하고 대학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망국적 대학서열의 덫에 빠져서 스스로를 루저(Looser)’라고 규정하고 답답해한다.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든 덫이다.

이것은 학생들 스스로나 학부모, 나아가 국가 사회적으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도 않은 20대 어린 청년들이 자신의 인생설계 단계에서 패배의식과 열등감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공식적인 평가기준이나 실질적 잣대가 아닌 대학입학 성적 하나만으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의 인생 전체가 평가된다는 것이다. 수능이라는 교과목 암기력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한 사람의 복잡한 인생을, 그것도 아직 살지도 않은 미래 인생을 미리 재단하는 꼴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인생을 살아 본 기성세대들은 이미 학업성적과 인생 성공은 큰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정선주는 그의 책 학력 파괴자들에서 대학을 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거둔 큰 성공사례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나열하였다. 오히려 대학을 안 가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례까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기업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도, 국내서 최대의 기업을 창업해서 키운 정주영도, 대통령까지 한 노무현도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들이다. 오히려 스티브잡스는 대학을 안 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대학을 갔으면 애플을 절대 지금과 같이 성공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얼마 후면 또 다시 대학가는 청운의 꿈을 가진 새로운 신입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들도 또 그런 루저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도 가고 싶은 대학, 소위 말하는 1지망 대학을 못 갔다고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거나 그것 때문에 대학생활을 답답한 마음으로 시작할까? 기대반 우려반이다.

답답하다는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제발 한물 간 구시대적 학벌 덫에 갇혀서 과거, 학교, 부모님, 세상 핑계 대지 말고 Coming Out하라. 앞으로는 여러분에게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물어 볼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학벌로 평가하려고 하는 사람 있으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미 국내 일부 기업들과 미국의 Netflex를 비롯한 많은 앞서가는 기업들은 채용 시 대학 졸업 여부를 묻지 않는다. 여러분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학벌 덫에 걸려서 답답하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발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오늘날 청년들에게 팽배한 루저의식에는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비교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스스로는 그런대로 견디겠는데 친구를 생각하면 갑자기 열등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남들과 비교해서 편안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일찍이 토마스 풀러는 사람들의 불만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남들과의 비교다라고 할 정도로 남들과의 비교는 모든 화의 근원이 된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잘 난 것 같은 사람들과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SNS가 생활화된 MZ세대들은 SNS에서 표출되는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들을 현실로 착각한다. 서로 연결된 일상이 청년들의 루저의식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앞으로는 대학이 더 이상 내 인생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새봄과 함께 다짐해 보길 바란다.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산합협력부총장/창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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