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렌시아’에서 ‘패스트 힐링’을 꿈꾸며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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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에서 ‘패스트 힐링’을 꿈꾸며 ‘나답게’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4.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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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의식을 치르듯 음악의 볼륨을 높여 커피를 마시는 습관.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같은 시간에 반복된 일상으로 자리잡은 습관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항상 다양한 원두를 준비해 두고 선택할 때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습관은 강화와 반복을 통해서 발전한다고 한다. 먹고 자는 것에서부터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동이든 습관이 될 수 있고, 또 반복될수록 자동적이 된다. 커피를 추출할 때의 나의 습관은 철저하게 시간과 공간이라는 맥락의 지배를 받는다.

최근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면 부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숙면을 취하기 위해 관련 상품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소비현상을 슬리포믹스라 한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조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는 슬리포믹스 시장규모를 80조 원 정도로 추산했다. 수면 관련 이색 상품이 히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인에게는 기분 좋게 숙면 취하기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잠은 보약이고,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좋은 잠은 자연이 선사하는 간호사라고 했고, 고대 중국의 의학서인 황제내경에는 밤에는 사람의 기운이 오장(五臟)으로 들어가 장기(臟器)를 튼튼하게 한다고 했으며,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는 신은 현세에 있어서 여러 가지 근심의 보상으로 우리들에게 희망과 수면을 줬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숙면 취하기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투우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케렌시아(querencia)’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고 한다. 케렌시아는 에스파냐어로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장소라는 뜻으로, 자신만의 안식처를 말한다.

우리의 케렌시아모습은 다양하다. 간단하게 커피로 패스트 힐링을 취할 수 있고, 나만의 아지트를 꾸미기도 하며, 집이나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을 찾아 자아를 찾을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추구한다.

스페인과 그 식민 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라틴국가에는 시에스타(Siesta·낮잠)’의 풍습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유난히 낙천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어쩌면 좋은 잠에서 나온 건 아닐까. 잠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감염 예방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낸 독일 튀빙겐대학의 연구결과처럼 현대인들에게 좋은 잠, 쾌면, 꿀잠은 중요하고, 과감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즐기는 커피가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수면 효율을 최대 20% 정도 떨어뜨리고,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 3시 이후에는 되도록 카페인 음료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때는 디카페인 커피나 숙면에 도움을 주는 카모마일, 라벤더 차를 즐겨보면 어떨까.

우리는 뱃속에서부터 이름을 타고나지 않는다. 필자의 이름 김수진도 마찬가지. 국가나 고향, 얼굴도 자신의 동의 하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러나 필자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김수진답게. 누구나 이름 뒤에 답게붙이는 일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맞게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다.

봄은 부활과 소생, 성장과 희망의 계절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볼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 봄, ‘나답게살아보자. 나답게 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꼭 생각해야 할, 늘 품고 가야 할 인생 질문이 나답게. 나만의 케렌시아에서 나답게움직이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글 /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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