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적으로 뽑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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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으로 뽑을 것인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4.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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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교수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취업이나 이직, 대학원 진학 등을 할 때 그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잣대가 학교 성적이다. 성적이 우수하면 열심히 공부했고 충실한 대학생활을 했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조직에서도 사회에서도 열심히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래서 학부모나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부림을 친다.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모든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전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암기력 우수한 모범생보다 창의력 있는 모험생이 필요한 시대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한 대학교에서 몇 년 전에 실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학교 재학생 중에서 2년 연속 평점 A+ 학점을 받은 학생들만 골라 그 비결을 물었다. 국내에서는 그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특별히 우수한 학생이라고 인정하는 판인데 그 대학에서 다시 최우수 성적을 2년 연속 받는 학생들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 비결은 아주 간단하고 놀라웠다. ‘교수님 강의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적어서 외우는 것이었다. 교수가 보여주는 강의자료는 물론이고 하는 말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적었다가 그대로 외워서 그대로 적는 것이 가장 점수를 잘 받는 비결이라고 하였다. 자신들의 생각이나 비판이 있어도 절대 답안에 적으면 안 된다는 비결도 첨언하였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다른 생각이나 비판을 할 여지나 시간이 없다고 한다. 강의실은 교수가 말을 하는 동안에는 온통 자판 두들기는 소리로 요란하다가 교수가 잠시 쉬거나 말을 안 하면 강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고 한다. 마치 유명인사 기자회견장 풍경과 같다고 한다.

이 연구를 한 분이 같은 내용을 미국 대학에서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하였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 적어서 외우기보다는 학생 각자가 자신들의 생각이나 다른 의견, 비판을 제시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하였고, 따라서 수업시간에 강의 내용을 그대로 적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였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적잖게 당황스럽다. 우선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곳에서 최고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말하는 소위 비결이 너무 전근대적이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런 학생들이 실제 사회에 나와서 성적 우수자로서 사회가 기대하는 만큼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학교 성적이 좋다고 다 위와 같이 공부하거나, 그렇게 공부하였다고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공부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면 여러분은 이런 학생들을 우선 채용하겠는가, 아니면 성적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청년들의 취업이 국가적 과제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이 일자리다.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이 사회 현장에 나왔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이런 학생들이 우수한 인력으로 분류되어 우선 채용된다면 조직과 사회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더구나 미래는 5년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조차도 모르는 변화와 불확실의 시대이다. 암기력이나 성실성, 순종성을 가진 모범생보다는 창의성, 도전성, 개방과 협력능력, 인내와 집념, 문제해결력을 가진 모험생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암기력보다 비판의식 갖도록 해야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16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기본 생존을 위한 능력(Fundamental Literacy)으로 글을 읽고 쓰는 능력(Literacy), 수학능력(Numeracy), 과학적 능력(Scientific Literacy), 정보통신능력(ICT Literacy), 금융적 능력(Financial Literacy), 문화적 능력(Culture & Civic Literacy)을 제시한다.

둘째, 핵심역량(Competencies) 네 가지로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Critical Thinking/Problem Solving),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할 수 있는 능력이다.

셋째, 특성(Character Qualities)으로 호기심(Curiosity), 주도성(Initiative), 끈기(Persistence), 적응력(Adaptability), 리더십(Leadership), 사회문화 의식(Social & Cultural Awareness) 6가지를 제시한다.

우리 교육에서와 같은 일방적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의한 필기시험 성적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한 문제해결능력과 협업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미 인생성공과 대학 졸업장은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는 것이 많은 실존 인물들을 통해 입증었다.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이고, 평생 교육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시대이며, 학교와 성적에 대한 중요도가 많이 퇴색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기대도 다르다. 그 만큼 해법도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무엇보다도 국가나 제도, 학생이나 학부모보다는 가르치고 점수를 부여하는 교수가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아닐까 스스로를 자책한다.

학생들은 단순하다. 졸업하려면 학점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교수의 선호경향, 평가기준을 주시하고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비판의식을 갖도록 하는 방법 간단하다. 평가를 그렇게 하고 점수를 그렇게 주면 학생들은 금방 그쪽으로 간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책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와사키는 A 학생은 C 학생 밑에 가서 일하는가?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학교 성적 우수자가 사회에 나오면 왜 성적 낮은 학생 밑에 가서 일하게 되는가라는 도발적인 책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이 사회생활과 성공도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아직도 교육 현장은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이 든다. 양들을 탓하기 전에 목동을 탓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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