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재료에서 끌어내는 입과 몸이 즐거운 맛, 채소소믈리에 니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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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재료에서 끌어내는 입과 몸이 즐거운 맛, 채소소믈리에 니노 셰프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05.03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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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Up 청년창업가 | 니노 폴베리 셰프

노란 외관의 아담한 가게 폴베리를 처음 봤을 때 커다란 창문을 열어놓고 즐기는 한가한 오후, 소파에 깊숙이 내려앉아 한참을 쉬어가는 따끈한 햇살이 떠올랐다. 그 날도 이탈리아의 찐맛을 찾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한 생동감에 한 번 이곳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에 계속 오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소소믈리에라는 조금은 낯선 수식어가 붙는 김니노 폴베리 셰프는 한 그릇 한 그릇에 깊은 고민과 애정을 담는다. 고민과 애정이 향하는 곳은 건강한 재료에서 이끌어내는 즐거운 맛이었을 것이라고, 첫 입을 넘기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들로 가득 꾸려진 식탁과 함께여서 더욱 즐거웠던 니노 셰프와의 대화 현장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탈리안 글로서리&델리샵을 운영하고 있는 폴베리(POLVERI) 니노셰프라고 합니다. 폴베리는 이탈리아어로 가루를 뜻하며 밀가루로 만드는 생면 파스타와 나폴리식, 로마식 피자를 메인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맛있고 건강한 폴베리식 이탈리안 음식을 만날 수 있도록 밀키트의 형태로도 준비합니다.

저는 특히 제철 채소와 토종 먹거리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채소소믈리에라고도 하는데요. 현지의 생산자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공들여 엄선한 친환경 식자재를 찾는데 노력합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충실히 살리기 위해 가공식품을 최소화해요. 본질에 가까운, 먹을수록 건강한, 음미할수록 행복해지는 음식을 추구합니다.
원래 직장인이었고 요리는 취미 정도로 좋아했는데 서른이 넘어 제대로 요리공부를 해보고 싶어 퇴사 후에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오게 되었어요. 올해로 요식업 창업 4년차네요. 이탈리안 다이닝 컨셉의 소노(SONO)와 동대문 코다이닝 공간 세이페찌(6PEZZI)에서 경험을 쌓아 합정동에 폴베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요즘엔 오픈을 앞둔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 폴베리 신촌점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Q. 채소소믈리에, 이름 자체에서 느낌이 오긴 하는데 명확히 어떤 역할인가요?

채소소믈리에란 채소, 과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 각각의 숨은 매력과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스스로도 즐기는 것이 가능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려면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애정, 정확한 정보에 대한 습득이 필요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감동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해요.

사과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다고 가정했을 때, 사과의 식물학상 분류부터 품종, 재배형태, 수확시기, 수확 후 관리, 영양 등의 정보를 습득하여 차트를 작성한 뒤, 사과의 특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표현하는 것까지가 채소소믈리에의 미션입니다. 실제로 폴베리에서는 채소소믈리에로서 사과의 당도와 질감을 살린 사과고르곤졸라라는 메뉴를 선보였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인기 메뉴로 손꼽힙니다.

Q. 니노 셰프님의 채소소믈리에로서의 가치관이 식당에도 담겨있을 것 같네요. 폴베리에서는 어떤 것을 지향하나요?

한국 사회는 사실 너무 바빠서 무엇을 먹는지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You are what you eat!”라는 문장에 드러나는 것처럼 무엇을 먹는지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건강한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손님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경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 폴베리의 대표 메뉴는 피자입니다. 그리고 폴베리 피자의 핵심은 도우입니다. 한국사람들에게 익숙한 가득한 토핑’, ‘자극적 소스로 맛을 내기보다는 기본이 되는 도우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매일 약 27시간의 숙성 발효를 거친 반죽으로 도우를 준비하고 있어요. 고대 이탈리아의 요리법을 충실하게 지킨 이 사전발효방식은 최소한의 수분을 활용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발효되는 방식입니다. 밀가루 속 단백질 성분이 사전발효를 통해 분해되었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해지지 않는 폴베리만의 비법이죠. 본 반죽 시 수분을 더해 구웠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도우로 완성됩니다.

이탈리아에서 원형 모양의 나폴리식 피자는 식사용으로, 네모 모양의 로마식 피자는 간식이나 간단한 끼니용으로 인식됩니다. 폴베리 합정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1인 가구도 간단히 피자를 즐길 수 있도록 로마식 네모 모양 피자를 구워 조각 단위로 판매하고 있어요. 5월에 오픈 예정인 폴베리 신촌에서는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손님들에게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기분을 전할 수 있도록 나폴리식 피자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Q. 재료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는지 궁금합니다. 살펴보니, 직접 재배하시는 재료도 있는 것 같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이전에 소노라는 1인 셰프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는 구하기 힘든 베이비 당근이나 국내 토종감자인 홍감자 등을 직접 재배해서 요리에 사용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일산에서 유기농 텃밭을 빌려 이탈리아 토종 식재료 씨앗을 심고 테스트해보고 있는데요. 환경과 토양이 달라서 그런지 경작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아직 식당에서 사용 가능한 정도의 대량 식재료로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물이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생산됐는지, 가축이 어디서 어떻게 키워졌는지 정확히 알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어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Q.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 힘쓰시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식당을 운영하며 힘들거나 어려운 순간도 있으셨나요?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선보이는 건강한 음식 모두가 매번 사람들이 맛있다고 여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식당의 인테리어와 분위기, 요리의 비주얼이나 포장에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방의 조리 업무 외에도 신경 쓸 부분이 정말 많아요. 또한 가공식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만들다 보니 노동집약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새벽에 출근해 밤늦도록 일하고 쉬는 날에도 끊임없는 재료 준비를 하니 거의 체력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할 때가 많고, 같이 일할 직원을 구하려고 해도 힘든 음식점 일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쉽지가 않아요. 특히 자본력이 없는 폴베리와 같이 작은 식당은 마케팅 업무도 모두 셀프로 진행해야 합니다. 셰프라고 해서 주방에만 있을 수는 없어 여러모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되어 폐업하는 주변의 카페나 음식점 동료들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하고요.

 

Q. 반대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나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람들이 폴베리의 음식을 통해 식재료의 맛을 더 세세하게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고, 그것이 일상의 식문화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볼 때가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에요. 때문에 단순히 요리만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여러 정보와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파르미지아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는 이탈리아의 가장 대표적인 치즈인데요, 원산지는 파르마 지역이고, 최소 12개월을 숙성시켜 만드는 경질치즈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음식에 이 치즈가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치즈죠. 칼슘과 비타민, 유산균 등 영양도 풍부해서 어린이들은 간식으로, 어른들은 술안주로도 즐겨 먹습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자노가 미국으로 건너가 공장에서 양산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파마산치즈입니다. 피자에 주로 뿌려 먹죠. 파마산치즈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맛과 영양에서 파르미지아노 레자노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폴베리에서는 모든 메뉴에 파르미지아노 레자노가 들어가는데요. 더 많은 분들에게 그 풍미와 영양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죠.

 

Q.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 올바른 가치를 지키며 건강한 식사를 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채소소믈리에로서 이러한 환경친화적 식사를 위한 팁을 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모든 달걀 겉면에는 코드 넘버가 찍혀 있어요. 마지막 숫자에 1이 찍혀있다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흙 목욕으로 자연 살균을 하며,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이란 뜻이에요. 반면 마지막 숫자가 4로 적힌 달걀은, A4 사이즈의 공장 같은 닭장 안에 갇힌 닭이 낳았다는 것이죠. 가격 차이가 5배 가까이 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수요를 계속해서 보이면 공급이 그만큼 늘어나면서 가격은 점점 조정될 수 있다고 희망합니다. ‘알고 먹는요리는 다릅니다. 배만 채우는 음식보단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존재했으면 해요. 음식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삶으로요.

Q. 폴베리 셰프로서의 목표와 인생의 목표를 소개해 주신다면?

폴베리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는 많은 손님들, 정직하고 특색 있는 요리 철학과 건강한 레시피를 가진 셰프 동료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폴베리가 성공하는 것은 이런 분들 곁에 오래오래 남아 요리를 대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텃밭체험이 가능하고, 치즈를 만들고, 밀가루를 반죽할 수 있는 시설이 투명하게 갖춰진 넓은 곳에서 식당을 하는 꿈을 꾸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 즐거운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이 인생의 행복이고 목표 아닐까요?

 

Q. 마지막으로,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7살이 된 딸아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내고 와도 아이가 달려와 인사하면 정말 모든 근심, 걱정, 피곤이 사르르 녹습니다. 이런 예쁜 아이들에게 보다 건강한 음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오르토 95% 생토마토 케첩이에요. 유기농 케첩이라고 표기는 되어 있지만 성분을 살펴보면 건강하지 않은 제품들이 많은데, 볼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이탈리아의 김치라고 불리는 토마토를 이용해 최대한 건강하고 맛있는 케첩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딸아이가 케첩을 먹는 모습을 담아 제품 소개글을 구성했고 그래서인지 반응이 좋아서 누적 3,000병을 판매했어요. 와디즈에서 2차 앵콜 펀딩까지 진행됐고요. 많은 분들이 신뢰하고 구매해주신 덕분에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 현재는 밀키트로도 판매하고 있으니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요리들도 함께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니노 폴베리 셰프의 더 자세한 이야기 보기 INSTAGRAM > @polveri.seoul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daum.net

사진 제공 | 폴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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