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수저 탓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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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수저 탓하지 말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6.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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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요즘 청년세대들이 처한 상황이 어렵다 보니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취업은 물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삼포’, ‘영끌’, ‘가상화폐와 같은 새로운 이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청년문제는 주로 기업들의 마케팅 대상으로 신세대나 MZ세대들의 특징으로 인용되어 왔지만, 지난 4월 지자체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주도층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청년층의 수저론

우리나라 청년문제에 관한 이슈 중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금수저’, ‘흑수저로 일컫는 수저 색깔론이다. 청년층들 문제가 다 똑같은 것이 아니고 그들이 속한 가정환경과 부모들의 여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는 운명결정론이다. 과거에는 다 같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누구나 노력만 하면 어느 정도의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이나 부모의 여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아예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수저론에서 우려되는 것은 스스로 흑수저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에게는 인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스스로 노력해야 할 이유마저 박탈된다는 점이다. 현재 아무리 어렵더라도 스스로 노력하면 어려움을 탈피할 수 있다는,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다리마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일이다.

과연 금수저와 흑수저는 청년들의 생각만큼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청년들의 현재나 미래의 상태가 부모들의 여건이나 집안 사정에 달려 있다는 게 사실일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일부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일류대학을 진학하는 고등학교의 분포도나 특정 직군에 취업하는 대학의 분포도를 보면 소위 말하는 지역편중과 소득편중, 계층편중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상대적으로 더 잘 사는 지역,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을 비교하면 수저 색깔에 따른 차이는 존재한다는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그 차이가 과연 꼭 부모나 물려받은 환경 때문일까? 부모님 여건과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자손들은 과연 대를 이어 어려움을 세습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인생 성공은 수저 색깔과 관계 없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1938년에 당시 대학 2학년생 268명을 대상으로 그로부터 무려 72년 동안의 긴 기간을 그들의 성장, 노후 과정을 일일이 추적하여 어떤 사람들이 노후에 더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연구하였다. 그 결과를 행복의 조건(Aging Well)이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실험대상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의 삶은 부모의 특성이나 유년기의 성격, 조상의 수명 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였다. 일시적으로 부모들의 환경이나 여건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노후까지 추적해 보면 실제는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과 그들이 성장하고 살면서 부모들로부터 받은 영향과는 직접적인 관계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의 수저 색깔론과는 다른 결론이다.

다른 나라의 연구결과 한 가지를 가지고 우리나라 청년 문제 전체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필자는 이 연구결과를 진정으로 믿고 싶다. 268명에 대한 장기간의 대규모 현장연구이기에 연구의 신뢰성 면에서도 믿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이 연구결과를 믿고 싶은 이유는 자기 의지나 노력과는 아무 관계없이 맺어진 부모의 상황이나 집안의 여건 때문에 내 인생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금수저 흑수저론으로는 우리 청년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개선하거나 나아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흑수저로 태어났기 때문에 스스로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좌절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거나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금수저 흑수저론은 일부 청년들의 불평불만이나 일시적 어려움에 대한 단순 하소연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우선 인생 성공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수저 탓하지 말고 지금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이나 문제는 인생 초기의 어느 짧은 순간의 상태를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대학을 들어갔거나 초기 직장으로 대기업이나 공무원, 공기업 등에 들어간 경우를 보고 흔히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생은 길다. 성공의 잣대는 너무나 주관적이고 복잡하다. 인생 초기의 일회성 단편적인 성과를 가지고 인생 전체를 성공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매우 잘못된 어불성설이다. 청년기 이후 인생은 길고 변화무쌍하며 심지어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 성공 여부는 죽기 전까지는 제대로 판정할 수 없다. 어느 대학을 들어갔는가, 어느 직장을 들어갔는가로 인생을 판단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하버드대의 조사결과와 같이 70~80, 앞으로 100세 시대에는 100세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진정한 성공과 실패, 행복도와 만족도를 판가름할 수 있다. 앞길이 만리 같은 청년들이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실패했고, 부모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현대그룹 창립자 정주영은 60이 넘어서 자동차 기업을 시작하여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키웠고,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은 53세에 창업을 하였으며, KFC 창업자 할랜드 센더스는 63에 창업하여 대성공을 이루었다. 심지어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93세에 미술관을 설계하였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수저 색깔 탓하지 말자. 구차한 핑계로 보일 수 있다. 부모 탓 가정 탓 해서 얻을 것 하나 없다. 나아질 것도 하나 없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하버드대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부모들의 상황이나 유년기의 경험과 노후의 행복 수준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릴 적 어려움이나 좋지 않은 경험이 반드시 인생에 나쁜 영향만 초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의 어려움이 인생 전체의 어려움이 아니다.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시킬 수 있다. 좋은 대학 간다고, 좋은 직장 들어갔다고 인생 성공은 아니다. 성공은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 정의하고 만드는 것이다.

인생, 생각보다 길다. 지금의 어려움과 난관은 오히려 내일의 여러분을 움직이게 하고 더 도전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어려움을 기회로 역전시키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매력이 아니던가? 제발 수저 탓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무것이나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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