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세포’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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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세포’의 유혹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6.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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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우리 몸은 세포라는 아주 작은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는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로버트 훅이라는 과학자가 현미경으로 발견한, 맨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작은 60~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의 구성 단위이다.

유미의 세포들과 유미의 일상을 담은 로맨스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32억뷰를 기록했고, 웹툰 57개월만에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확정되어 올해 방영 예정이다. 여기에 나오는 세포들은 이성세포, 감성세포, 사랑세포, 예의세포, 세수세포, 작가세포, 응큼세포, 출출세포, 상인세포, 다이어트세포, 본심세포, 아기세포, 댄스세포 등 매우 다양하다.

필자에겐 커피세포가 시도 때도 없이 출출세포와 같이 슬그머니 나타나 유혹한다. 성별과 무관하게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감정이나 욕구는 비슷하지 않을까. 저녁 때 생각나는 커피세포출출세포를 참았더니 새벽 4시에 일어나 라면에 계란 두 알을 넣어 출출한 배를 달래고, 향기로운 커피를 내려 앞에 놓게 된다. 최근 커피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커피의 향기를 지나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어느 때엔 커피를 내려 마시지 않고 향기를 마시기도 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미()의 공통된 결론은 외형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라고 하는 한자어는 ()’자와 ()’자가 합쳐진 큰 양으로서, 양이 크면 살지고 맛이 좋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는 맛을 매개로 달다()’와 바꿔 쓰기도 하는데, 단맛은 쓴맛·신맛·짠맛·매운맛과 함께 오미(五味)이며, 다섯 가지 맛 가운데 전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각적 의미로부터 나아가 넓은 의미에서 좋은() 것은 모두 아름답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커피가 좋은 것이기에 커피는 아름답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붙여본다.

오늘날 100여 개 이상 존재하고 있는 향 커피는, 1970년대 미국의 작은 커피 로스터들에 의해 커피에 위스키를 넣은 아이리시 커피와 같이 알코올이 첨가된 커피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향 커피는 특정 향기를 지닌 기름을 로스팅이 갓 끝난 커피 원두에 뿌려 흡수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 이외의 불순한 냄새가 나는 커피를 경멸하기도 한다. 또한, 오래된 재고 커피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것이 향 커피라는 악평도 있다.

하지만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과 젊은 층이 선호하는, 달콤한 맛이 나는 향 커피 개발이 최근 추세이고, 아랍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카르다몬을 첨가해 마셨으며, 멕시코에서도 계피 또는 초콜릿을 커피에 뿌려 마시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향 커피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각적 동물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후각적 동물에 더 가깝다. 인간은 1조 개에 달하는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깜짝 놀란 사실은 인간의 후각이 동물보다 뛰어나다는 연구결과이다. 심지어 개의 후각보다도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인간은 매 순간 후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다고 한다. 냄새를 어떻게 맡고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건강, 행복한 삶, 조화로운 인간관계, 심지어 지능까지 달라질 수 있다.

유혹을 위한 냄새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할 필요는 있지만, 향수를 뿌리는 것 대신에 오늘만큼은 커피 향에 유혹되어 커피 향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면 어떨까.

글 /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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