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 호주
상태바
커피의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 호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09.27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티벳의 해탈의 서()’에 나오는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일상 속 걱정을 많이 해서 걱정이 금방 없어지면 얼마나 좋겠냐먀는 오히려 걱정을 해서 걱정을 낳는 경우가 많다. 뭐 먹을까 걱정, 덥거나 추울까 걱정요즘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 걱정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19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중한 시간에 걱정하고 우울해하고 있어야 할까. 그보다는 10년 후 나의 모습을 그려보자. 10년 후 그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의 삶을 살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태백은 마음이 흔들리면 술을 한 잔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커피를 내려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 한 템포 늦추어 차분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슬픔과 우울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고, 다산 정약용 선생은 큰아들 학연에게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폐족일수록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옷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하듯, 머릿속에 5000권 이상이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가을의 문턱이라 그런지 요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이 완연하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가을이 되면 필자는 커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도시, 호주 멜버른의 노천 테이블에서 롱블랙(Long Black)’을 마시며 책을 읽었던 경험이 떠오른다.

멜버른은 호주에서 손꼽히는 식도락의 도시이자 커피로 유명한 호주식 카페 문화의 원산지이다. 멜버른에서는 하루 300만 잔 이상의 커피가 소비된다고 한다. 특히,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은 노천 카페가 약 200m 정도 이어진 카페 거리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Degraves Street)가 유명하다.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만 기존의 아메리카노보다 크레마가 훨씬 살아 있다. 롱블랙과 더불어 호주의 유명한 커피는 우유거품층이 얇고 스팀우유가 더 많이 들어간 플랫화이트가 있다.

호주에 커피가 들어오게 된 계기는 18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 시절 죄수를 태운 영국의 함대가 시드니에 정착하면서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가져온 커피가 브라질 기후와 비슷한 뉴사우스 웨일즈에서 처음 재배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호주의 많은 유럽 이민자 중 이탈리아인들이 이민오면서 가져온 에스프레소 머신은 호주 커피 문화 발달의 원천이 되었다. 호주는 커피가 차보다 비싸고,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 차를 즐겨 마시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차 문화에 지루함을 느낀 젊은 고객들은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셨고, 커피 소비량은 늘어나 1979년 홍차와 커피의 소비량이 같아졌다. 생활 수준이 여유로워지면서 커피 소비량은 더욱 늘었고, 커피의 품질을 올리기 위한 경쟁이 생겨 호주의 커피 맛은 날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탈리아 커피 문화에 자기만의 커피레시피와 호주의 취향을 얹어 호주식 커피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호주의 고도는 20~900m로 높은 고지대는 아니지만, 호주 커피는 초콜릿과 같은 단맛이 있어 만족감을 안겨준다.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호주식 커피 롱블랙을 마시며책을 읽어보자.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자.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듯,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한 이 시간은 곧 지나고 꽃은 피어날 것이다.

글 /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