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은행답게, 노조를 노조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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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은행답게, 노조를 노조답게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1.09.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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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파워 /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

11대에 이어 14대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창근 위원장. 많은 경험으로 쌓인 내공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그는 11대 노조위원장 당시 노동자 대통합을 위해 전국 1000여 명을 만나 비정규직 조합 가입을 99.6% 끌어냈고,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95%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항상 노조 간부는 직원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진창근 노조위원장을 만나본다.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불평등, 차별 대우, 생존권 확보를 위해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한 진창근 위원장은 2005년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해서 9년간 국장, 부위원장, 위원장을 역임했다. 11대 위원장 3년차인 2013년에 씨티그룹 마이클코벳 CEO가 취임하면서 당시 전 세계 폐점 및 구조조정을 개시했고 이에 전 간부 단식투쟁으로 저지하다 출마하지 않고 퇴임했다.

이후 그는 다시 현업으로 돌아갔지만 6년간 영업점의 80%가 폐쇄되는 것을 보면서 2019년 말, ‘침묵은 어용이다. 행동하는 노동조합이라는 슬로건으로 재출마했다.

 

소매금융 철수 계획으로 노사 간 갈등 겪고 있어

“2014년 당시에도 새로운 CEO 취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폐점을 진행했고 한국은 노조 간부 전체가 단식을 하며 중지를 시켰지만 그 이후 80%가 결국 폐점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CEO의 취임이 있었고, 예상한 대로 모회사인 미국 씨티그룹의 사업전략 재편에 따라 이른바 소매금융 철수에 따른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 자체는 2014년보다 매우 안 좋지만, 그때의 경험과 6년간 현업으로 얻은 새로운 시각들을 활용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사실 2019년 그가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후부터 매각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영업점 폐점 중단과 승진 확대, 신입 채용, 임금경쟁력 회복 및 근무 여건 개선이라는 4대 핵심 내용이 실제 현장에 빠르게 안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업점의 인테리어도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작년 10월에는 행장이 취임하면서 10년 만에 신입사원 채용계획도 확정했다. 오랜 시간의 문제였던 승진체계도 전반적인 토대가 마련되고 있었다.

저희 노동조합은 그동안 7시간 근무제를 실제 현장에 적용해서 근무시간을 정상화시키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을 없앴고요. 10년 만에 신입사원을 받게 될 생각에 세대 간의 차이를 어떻게 융합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 모든 게 멈춘 지금의 상황이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물론 매각 이슈가 긍정적으로 진행되면 계속 남아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신입직원 채용에 대한 이슈는 불씨를 살려 가려고 합니다.”

고객과 직원이 안전할 수 있는 매수처 확보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기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이라 대부분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어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매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소매금융의 부분 매각이 진행될 경우 2천 명 이상이 자발적, 비자발적 실업에 노출되고 남은 사업 부문에 대한 단계적 폐지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소매금융 부분 매각이 진행될 경우 고객에게는 신규가 아닌 유지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이는 씨티그룹을 제외하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이다. 현재로서는 소매금융을 포함한 전체 사업 부문의 매각을 통해 고객을 보호하고 고용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진창근 위원장은 말한다.

“2013년의 경험으로 새로운 CEO 취임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대비가 일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하고요. 이미 노사 간에는 소비자금융 전체 직원들을 매각에 따른 전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 안에서 보호하기로 합의가 된 상황이지만 인수의향자의 의지 부분에서 아직 미확정 상태입니다.”

2016년 콜롬비아 씨티는 매각이 불발되자 중단하고 2년 후 재매각을 추진하여 성공했다. 매각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는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안정적인 매수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진 위원장의 생각이다.

대내외 환경이 여의치 않다면 소규모 졸속 매각보다는 매각을 중단하고 더 나은 상황에서 재매각을 시도해야 합니다. 고객과 직원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매수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를 위해 우리는 미국과 한국 본사에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2020, 2021년 임단협과 고용안정과 사업재편을 위한 미래위원회를 주 2회 개최하고 있고, 제인프레이저 씨티그룹 CEO에게 경고문을 발송하고, 다수의 경영진에게 항의 이메일을 대량 발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추가 서한 발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매각 진행 중 이사회 결정 부분만 공유해 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이의를 보내고 있고요. 이 외에도 본사 건물 앞에 푸른색 리본을 설치하고 여의도 국회 주변에 랩핑버스를 돌게 하거나 각종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고 직원들에게 투쟁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의 슬로건이 고객보호이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의 특수성도 반영하여 총파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수합병 및 단계적 폐지는 모두 금융당국의 인가사항이다. 각 국가의 금융당국이 이번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철수에 대해 철저히,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금융당국 역시 국익 차원에서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으로 본건을 봐야 한다.

이번 매각 및 철수에 대해 고객과 직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소규모 졸속 매각과 남은 사업에 대한 청산, 즉 단계적 폐지는 절대 인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5대 주요은행이 씨티은행처럼 소비자금융 전체를 철수하겠다면 금융위원회는 당연히 인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를 5번 이상 만나 우리의 입장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고, 지난번에는 국회의원 6명이 동시에 현장 방문을 오기도 했죠. 대만이나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이런 건들에 대해 정말 엄격하게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글로벌 기업을 압박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대한민국 금융주권의 관점에서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책을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선량한 내부 감시자의 역할 해야

남은 임기는 1년 반, 처음 계획했던 것들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생겼기에 진창근 위원장은 현재 3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미정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3가지에 집중할 것입니다. 떠남을 선택하는 직원들에게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주는 것, 매각에 의해 넘어가야 하는 직원들은 새로운 곳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고 안정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 한국씨티은행에 남은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면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그 3가지입니다. 남은 기간 이 3가지에 모든 것을 매진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중요한 시대다.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의 노사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창근 위원장은 대기업 노동조합의 사회공헌 활동은 언제나 노동조합의 주요 핵심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 왔다. 과거 총파업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전 직원의 연봉 1% 모금 운동으로, 금융위기 직후에는 은행과 직원이 1:1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한 바 있으며,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한국나눔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솔수별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라는 테마로 홀수 달마다 미혼모자, 미혼부자, 탈북청소년, 울지마톤즈이태석재단 등 영세한 NGO를 찾아서 기부하고 있다. 3년 임기 중 18~20회 지원을 목표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사회공헌 활동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족 노조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익을 보호하고,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이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야 내부의 목소리도 낼 수 있고요. 더불어 상장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감시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선량한 내부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씨티그룹은 글로벌 구조조정으로 10년간 신입 공채를 하지 못했지만 노동조합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는 취준생 여러분을 모시지 못하지만 조만간 여러분을 모실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사진 / 김현수 객원기자 dada2450@hanmail.net

진창근 위원장은

1990년 부산 동래고 졸업

1997년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한미은행 입행

2005년 노동조합 9대 정책홍보국장

2008년 노동조합 10대 부위원장

2011년 노동조합 11대 위원장

2014년 한국씨티은행 영업점 근무

2020년 노동조합 14대 위원장

2021년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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