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깔끔한 맛과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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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깔끔한 맛과 깊은 맛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11.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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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가을이 왔다. 가을은 더위에 지쳤던 이들이 지식의 살을 찌우는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고, 풍성한 추수의 기쁨이 있기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계절로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속담처럼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또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 따뜻한 커피에 손이 자주 가기 시작한다.

커피의 맛은 단맛, 산미, 신맛, 쓴맛, 짠맛으로 표현한다. 커피 원두를 가공하는 회사, 즉 로스터에는 원두의 맛과 품질을 확인하는 감별사(taster)라는 전문가들이 있다. 감별사들은 “1번은 산미(acidity)가 강하군요", "5번은 바디(body)가 좋네요", "과일 냄새와 초콜릿 향이 납니다" 등등의 평가를 내리고 이를 서로 교환하는데, 자신과 크게 다른 평가를 내린 감별사와는 격렬한 논쟁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커피의 맛과 향을 정의하기 위해 공통된 어휘들을 사용한다.

단맛(sweetness)은 자당(蔗糖) 또는 과당(果糖)이 녹아 있는 액체에서 느낄 수 있다. 과일, 초콜릿, 캐러멜 향과 연관되어 있고, 쉽게 말해 기분이 좋은 맛이다. 산미(acidity)는 오렌지 등 과일에서 느껴지는 신맛을 말하며 상쾌한 맛이다. 그래서 적절한 산미를 가진 커피를 좋은 커피로 평가한다. 헷갈리는 것이 신맛(sourness)인데, 신맛은 식초 또는 식초의 주성분이 초산과 흡사한, 지나치게 날카롭고 혀를 찌르는 듯한 커피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따라서 신맛과 산미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커피를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인 쓴맛(bitterness)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즐기는 맛으로,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필요하며 카페인, 퀴닌, 특정 알칼로이드가 녹아 있는 물에서 나는 맛이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금에서 나는 짠맛(saltiness)은 소금기가 느껴지는 커피를 의미한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맛이 다르지만, 요즘은 깔끔한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봉지 커피가 맛있고 편하기는 한데 텁텁해서 싫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두커피는 깔끔해서 좋다며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깔끔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뒷맛이 상쾌한 느낌이나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 들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뒷맛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로 측정한다. , 뒷맛이 순식간에 사라져야 깔끔한 맛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깔끔한 맛과 마찬가지로 깊은 맛이라는 표현은 농후한 맛을 의미하지만, 그때그때 어감이 미묘하게 달라서 사용하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표현이다. 예를 들어, 농도가 10%인 설탕물은 상당히 달고, 단맛 자체는 진하지만 깊은 맛이 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농도가 3%의 소금물도 상당히 짜지만 역시 깊은 맛은 아니다. 이렇게 아무리 맛이 진하더라도 특정한 한 가지 맛만 난다면 깊은 맛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깊은 맛이 있는 요리는 다양한 맛이 강하면서 각각의 맛의 강도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깊은 맛은 입속의 미각세포를 많이 자극하는 맛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커피는 생산지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로스팅으로도 커피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다양한 로스팅 단계를 통해 맛이 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좋은 커피는 어떤 로스팅 포인트에도 다 대응해서 좋은 맛을 낸다.

블렌딩(Blending)’은 커피전문점의 얼굴(간판), 커피전문점의 대표 선수이다. 좋은 향미를 위해 원하는 각각의 커피의 맛을 뽑아내 섞는 과정은 섬세한 감각과 센스가 요구된다. 커피의 바디감(질감)은 혀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맛의 복잡함 혹은 다채로움이다. 쉽게 표현하면, 초콜릿 같은 바디와 과일 같은 산미는 보통 커피에는 없고 좋은 커피에만 있다.

오늘날에는 한 가지 특정한 맛이 아니라 깊은 맛을 내는 커피가 인기이다. 깊은 맛을 내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장을 넘기며 지식의 살을 찌우고, 코로나도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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