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닦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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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닦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1.11.3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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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UP 비영리스타트업 / 와이퍼스

우리 사회는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던 사회문제를 조금씩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시도 속에서 세상은 나아지고 있고, 그 변화의 가운데 평범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의식이 아닌, 자기 주변을 바꾸려는 작은 관심으로 일상을 바꿔나가는 그들이 있다. 지구 닦는 사람들의 모임, 비영리스타트업 와이퍼스. 와이퍼스는 2020년을 시작으로 플로깅 활동을 통한 환경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와이퍼스 닦장황승용 대표를 만나 일상 속 작은 변화의 힘을 보여주는 와이퍼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와이퍼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닦다라는 뜻의 와이퍼(wipe)에 지구(Earth)의 합성어로, ‘지구 닦는 사람들이란 뜻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지구를 미래세대에 돌려주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환경오염을 보여주는 한 영상이 계기가 되었다는 소개를 읽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되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맨 처음 그 영상을 접하게 된 건 환경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보게 된 거였어요. 그 영상에서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어있는 장면을 봤어요. 사실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괴로워서 끊어서 볼 정도로 제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KBS에서 방영된 <플라스틱 지구>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거기에 나온 라이언 힉맨(Ryan Hickman)’이라는 한 소년의 활동을 보면서 지금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를 보며 정말 부끄러워서 여러 반성을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눈앞에 있는 쓰레기를 하나씩 줄이기 시작한 게 지금처럼 큰 모임이 되었습니다.

 

대표님의 계기가 와이퍼스라는 조직의 문제 정의로 발전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 처음에는 혼자 그냥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조금 후에는 제 아내와 활동을 했고요. 저는 환경 문제를 너무 무겁게 혹은 진중한 무언가로만 다루는 게 싫었어요. 왜냐하면, 환경이라는 주제가 실제로도 너무 무거운 주제니까요. 이왕 한다면 마라톤 같은 걸 할 때 쓰레기 봉투를 달고 완주를 하는 것처럼 여러 활동 속에서 하는 것을 원했어요. 실제로 50km 산악 마라톤을 쓰레기를 주우면서 완주한 적이 있고, 10km 마라톤에서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완주했어요.

그리고 쓰레기를 줍고 자원 순환기계인 수퍼빈에 캔이나 페트병을 적립해보는 일련의 활동 과정을 재밌고 즐거워 보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종종 사람들로부터 저도 해보고 싶은데 혼자는 용기가 안 난다’, ‘부끄럽다라는 이런 얘기들을 들었어요. 그때 그럼 이 사람들과 모여서 같이 시작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 작년의 시작이었습니다. 다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참여했던 분들이 더욱 공감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와이퍼스의 주요 활동 중의 하나가 바로 플로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플로깅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친환경을 위한 여러 일상적 실천 중에서도 플로깅을 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플로깅은 스웨덴에서 출발한 환경운동의 하나입니다. ‘이삭을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일반 시민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시민들이 알아서 줍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작된 환경활동입니다. 친환경과 관련된 활동이 워낙 많은데도 플로깅을 택하게 된 이유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라이억 힉맨을 통해서 영감을 많이 받았고, 이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처럼 제가 잘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가볍게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연결하게 되었어요. 아무런 투자 없이도 일상 속에서 가볍게 실천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미니멀리즘보다도 더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플로깅을 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플로깅은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플로깅을 통해서 내 주변에 이렇게나 쓰레기가 많구나를 알 수 있으니까요.

 

플로깅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나 행동 모임을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플로깅 외에 와이퍼스가 주관하거나 참여하는 사회적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와이퍼스 활동 중에서 제일 유명한 건, ‘꽁초 어택입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 32천 개의 꽁초를 주워서 손편지를 들고 직접 제조사를 방문해서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 활동을 해보고 제가 개인적으로 홈페이지에 글도 여덟 번 정도 남겼어요. 그렇게 제조사 쪽에 저희가 플로깅한 결과를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서 한동안 못 모여서 8월 한 달 동안은 환경부 장관에게 편지 쓰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지금까지 취합한 게 160건 정도가 돼서 이 편지를 환경부 장관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장관상을 수상하게 되어서 이 기회에 편지를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죠. 그 외에는 기업과 연계해서 산불 피해지역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진행 중에 있고, 작년에는 보육원의 취약계층 연계 활동을 하고 싶어서 기부 모금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화단과 텃밭을 조성해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와이퍼스가 환경 활동을 위주로 하는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그 외의 다른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건 환경을 매개체로 한 따듯한 세상이에요. 처음에는 환경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활동하면서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사람들과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서 다른 단체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 누군가가 해결해주길 원하는데, 저희 단체가 500명 정도가 되니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 자체적으로 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기적인 모임이나 대면 활동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비대면 상황에서 어떻게 해나가고 있으신지, 혹은 어떻게 단체를 운영해나갈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소규모 활동을 장려하고 있어요. 주변에 친한 사람 1~2명 혹은 4명 이하로 모이는 거죠. 그런데 어쨌든 저는 일단 대면을 추구하고 있어요. 비대면으로 편지 쓰고 하는 건 제가 공식적으로 큰 행사를 열 수 없기에 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규모 활동입니다.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모여서 활동하고 친한 사람들 여러 명이 모여서 활동하는 걸 장려하고 있어요.

그렇게 사람들끼리 편하게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기도 해요. 그 어플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등산할 때 클린 산행을 한다든지, 해변 청소를 한다든지, 동네 플로깅을 한다든지. 이렇게 작은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 중이에요.

저는 사람 간의 커넥션이 더 완성되면 사람과 착한 가게를 엮어보고 싶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되어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게 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쨌든 만남으로 갈 예정이에요. 대신에 지금은 큰 행사보다는 소규모로 지역에서 풀뿌리처럼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려고 기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 대면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대표님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점점 각박해지니까 내 것만을 챙기게 되고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고 있어요. 결국 스마트폰 안에서 각자가 고립되는 삶을 알아서 선택하는 방향으로 삶이 진행되는 것 같아요. 제가 환경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환경 자체가 하나로 생기는 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에서 생기고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을 가져요. 와이퍼스 활동을 통해서 제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걸 통해서 선한 에너지와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정서적 위안도 많이 되었고요.

저는 온라인으로 컨택할 경우 온기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봅니다. 온기는 만남을 통해서만 해결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주변의 소상공인이 살고, 우리가 사는 지역이 발달되고, 주변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 대면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받은 따뜻한 에너지를 저 혼자만 받으니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와이퍼스의 구성원 소개, 인스타그램 소개에서 평범한 개개인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라는 키워드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지점에 착안하게 된 이유가 있으셨나요?

일단은 저도 직장인이잖아요. 당장 환경을 위해서 퇴사하거나 이러지는 못하는 소시민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저 같은 사람이 모여서 활동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당장 이쪽에 뛰어들어서 활동하면 99.99% 환경에 관심이 별로 없거나 관심 있는데 무엇을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괴리감을 느낄 것 같아요. ‘환경 활동하고, 아프리카도 가고, 활동가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활동하는 사람이 직장인 맞벌이 부부고 저 사람들도 하네?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네라고 무겁지 않아 보이는 접근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거창해 보이면 접근이 어려울 것 같아서요.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슬로건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와이퍼스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나가고 싶은 사회적 의미나 와이퍼스가 시민들께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위대한 과학자나 위인이 아니라 직장인, 학생,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런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고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에 우리는 우리가 줄곧 기다려온 사람들이다가 있어요. 제가 이 문구를 정말 좋아해요. 과학자나 정부가 해결해주길 바라기 전에 눈앞의 쓰레기를 닦고, 일회용품을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손편지를 쓰면 저희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히어로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와이퍼스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와이퍼스가 앞으로 나아갈 활동 방향이나 확장 계획, 목표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선한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거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전국적으로 모여서 이웃이랑 와이퍼스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로요. 기업가끼리 뭉치고 서로 이익되는 사람끼리만 뭉치는데, 선한 것이 모여서 생기는 정서적 이익도 매우 큽니다. 그런 정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이고 그 안에 소외된 취약계층 아동도 꼭 포함하고 싶어요. 힘이 커진다면 기후 위기 쉼터나 학교를 만들어서 하나의 거점이나 교육공간을 만들고 싶고, 저같이 활동하는 제2, 3닦장이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앱이 개발되고 말씀드렸던 플랫폼이 확장되고 나면 평범한 일원으로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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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 환경, 관계에 담긴 사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와이퍼스 인터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환경문제 개선을 위한 변화를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줄곧 기다려온 사람들이라는 문장이 말해주고 있듯이 변화의 동력은 엄청난 책임의식이 아닌, 주어진 삶에서 나아지기 위한 시민들의 작은 애정과 노력에 있습니다. 더 나은 따뜻한 세상을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영향력을 믿고 나아가는 와이퍼스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홍 지 희(대학알리 기자)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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