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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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1.11.30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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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Up 비영리스타트업 / 여유당

우리는 대부분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는 집 근처 산책으로 대신하곤 한다. 그때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골목길의 보도블록 색, 오래된 간판, 버려진 집 같은 것들이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여행이라면, 지나쳐온 순간순간의 작은 것들을 여유롭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처럼 여유롭고 느긋하게 여행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모임이 있다.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비영리스타트업 여유당이다. 여유당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모임이다. 과연 여유당이 생각하는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김단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여유당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여유당의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 여유당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 책을 읽고세미나를 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인문여행 네트워크예요. 저희 운영진들은 작가나 강사분들을 섭외하기도 하고여행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요처음에 여유당 이름을 지을 때는 여행과 유람의 전당이라는 뜻을 사용했어요한편으로는 여유로움이라는 의미도 지니는데요여행이라는 게 목적지에 가는 것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그렇게 여행의 과정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해요.

여유당은 정약용 생가의 이름이기도 해요코끼리 여자랑 개유자사용하는데코끼리가 시냇물을 건너듯이 조심조심 건너고개가 주위를 살피듯 겸손하다는 뜻이 있어요저희가 여행을 기획하긴 하지만여행을 가이드하지는 않거든요대신저희는 스스로를 안테나아니면 더듬이라고 불러요그만큼 조금 어설플 수도 있지만 모든 과정을 신중하게천천히 회원분들과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아서 여유당의 이름의 의미를 빌려오기도 했어요이렇듯 여유당의 이름에는 다양한 뜻과 의미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당을 인문여행 네트워크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인문과 여행, 그리고 네트워크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고그래서 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머무는 공간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그래서 저희는 책을 읽으면서 현상을 공부하고 또 이해하고여행을 떠나서 직접 몸으로 겪어 보는 과정을 겪는 거예요.

여행을 함께 떠나면 많이 거론되는 화두 중 하나가 일상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에요여행을 떠남으로써 만나는 낯선 장소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부정적인 경험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불안감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불안들을 느꼈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여행이 제공해 주는 것이죠물론 크게 보자면책을 읽는 과정 역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더불어 이런 과정은 혼자서 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그래서 다 같이 여행을 떠나서그 속에서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또 경험들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인문여행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요?

저희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주일에 한 번, 총 세 번 정도 만나서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해요여행마다 함께 읽을 책을 정해 책을 읽는 거죠그렇다고 저희가 베트남에 간다고 해서 베트남에 관한 책을 읽는 건 아니에요그렇다기보단 다같이 좋은 책을 한 권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에 가까워요저희 회원분들은 전국 각지에서 오시거든요서로 다른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행을 가게 되면 낯선 사람들끼리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 쉬운데이렇게 세미나를 먼저 진행함으로써 관계적으로 더 편해지고 가까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게 여행을 떠나면함께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겨요책에서 얻은 깨달음이 여행을 통해 실천될 때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그런 경험들을 나누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고요그렇게 되면 직책이나 나이성별을 떠나서 책 한 권만으로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게 되는 거예요한번은 한의학 관련 책을 읽고 산으로 트레킹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어요그때 산에 지천으로 널린 풀들을 보면서 한의학 용어를 활용한 농담을 한 적이 있었어요그런데 그건 그 한의학 책을 읽은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공감대니까 다같이 빵 터져서 한참을 웃은 적이 있어요이렇듯책을 읽는 경험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만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다 함께 읽는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는지, 세미나는 어떻게 진행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다 보니사람들이 읽고 싶다고 하는 책들이 많이 쌓여있어요. 그걸 읽기도 하고요.  그보다 더 중심이 되는 건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 각자 관심 분야가 조금씩 달라요저는 몸에 대한 담론에 관심이 많아서 뇌과학 같은 책을 읽기도 하고요육아에 관심 있는 친구도 있고어떤 분은 불교에 관심이 많기도 해요그래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기도 하는데요예를 들면저희가 이번에 들뢰즈의 ‘천 개의 공원’ 세미나를 열어요이걸 기획한 회원이 서양 현대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해서 열게 된 거예요이런 식으로 자신이 읽고 싶은 분야의 책을 선정하는데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내가 왜 들뢰즈의 철학 개념에 끌리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회원분들도 그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고요물론저희가 학위를 따기 위해 지식을 배우는 것은 아니기에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거나 가벼운 발제를 하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어요최소 세 번의 세미나에 참여해주셔야만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여유당 카페의 여행 후기를 읽다 보니 블라인드 여행이라는 게 있던데 어떤 것인가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여행에서는 우연히 일어나는 요소가 많잖아요유연하게 마음을 열고 하는 활동인데막상 너무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짜보니 여행을 다녀와도 남는 게 많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여행 가서 우연히 현지인의 집에서 잔다거나식사 초대를 받는 등의 예상치 못한 일이 그 여행을 잊을 수 없는 여행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디에 가서 무얼 하는지 이런 것들을 회원들에게 미리 알려준다면 회원분들에게 여행 계획이 생겨버리기 때문에여행의 우연성을 조금 더 극대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블라인드 여행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하필 저희가 그때 읽었던 책이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의 이유라는 책이었어요그 책에서 ‘여행의 경험이 지금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는 문장을 발견했는데저희 여행 테마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그래서 재작년 블라인드 여행은 어떤 우연적 상황이든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라는 테마로 진행을 했습니다.

물론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수동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희는 여행을 통해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과 감정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이러니하게 여행을 더 능동적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운영진들만 여행지나 숙소를 공유하고회원분들은 모르는 채로 여행지인 지리산으로 떠났어요그런데 저희 운영진이 답사한 것과는 달리여행 당일 가기로 한 코스가 물에 잠겨버린 거예요그래서 한참을 돌아가야 했는데원래는 5시간 코스가 12시간이 걸려버린 거예요당시에는 그 상황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화도 나더라고요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뒤저희가 회원분들에게 여행에 있어서 가장 선물 같았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그때 많은 회원분이 그때 산에 갔을 때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요물론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그런 우연한 과정들이 이제는 다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행을 다니는 모임이다 보니,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으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 나가고 계시는지, 또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저희에게는 코로나19가 큰 변곡점으로 다가왔어요또 저희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원래 저희는 기존 방식대로 여행을 하고 싶었거든요계속 책을 읽고 여행을 기획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취소하고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야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저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어요코로나 19사태가 심화되고 사람들이 고립되면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찾게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마침 저희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관계를 지향하고 있기도 하고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강독이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보니 회원분들이 소규모의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실제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저희는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깨달음들을 일상에서 다시 구현하고 지속해 나가기 위한 활동으로 비대면 명상 프로그램도 하고강의들도 열고 있어요저희가 여행이라는 활동을 좋아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 내가 예상할 수 없는 것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거든요여행에서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고 과정이기 때문에최근에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가치들을 일상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중심적으로 구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완화된다면 국내 여행을 떠나보려고 해요멀리 가지 않더라도 서울 내에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요예전에는 회원들과 서울에 있는 인왕산이나 북악산 같은 곳을 올라가 보는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반응이 좋았거든요. ‘서울이 여행지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친구들과 놀러 가듯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도 하는 식으로요소규모로 해도 부담이 없는 프로그램들은 다시 열어서 조금씩 진행해 보려고요.

 

여유당 활동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더불어, 시민들에게 여유당이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시나요?

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예를 들면저는 아름다운 산을 파괴하고 호텔을 짓는 광경을 보면서 자연을 착취하고 있구나불쾌하다라는 생각을 하는데요그런데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 저 역시 저를 그렇게 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저는 저 그대로 아름다운데어떤 결과물을 위해서 나의 감정을 착취하고끊임없이 나의 마음을 개발하고 있는 거예요그래서 저는 자기 문제를 정말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너무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대상화시키지 않고 자신의 문제로서 당사자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자기반성을 하고 있잖아요생태에 대한 무관심이 인간에게 돌아온 셈이니까요코로나19 전에는 나의 편리함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였는데그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었는지를 여유당 활동을 하면서 깨달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그런데 혼자서 자기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건 때로는 괴롭고 힘든 일이에요여유당은 그런 과정에서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이었으면 좋겠어요나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우리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고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공감대를 느끼는 게 크게 위로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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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여유당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 역시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여행을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계획적인 여행도 좋지만, 여행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때로 그런 계획들을 벗어 던지고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 우리의 삶도 긴 여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여유당의 느긋한 여행길, 함께 동참하지 않으시겠어요?

조 수 근(대학알리 기자)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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