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의 비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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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의 비효율성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11.3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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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코로나라는 엄중한 시기에 귀국 후 2주 격리를 무릎 쓰고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을 처음 방문하였다. 우리나라 국제협력단(KOICA)에서 주관하는 해외 원조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로 사업 진척이 너무 지체되어 이번에 가지 않으면 사업의 지속에 문제가 예상되어 주위의 우려를 무릎 쓰고 강행한, 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국가 주도의 국가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한 가운데, 실크로드의 중심에 위치한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가장 인구가 많고 역동적인 나라로,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돈독하고 교역과 사람들 교류도 비교적 활발한 나라이다. 14~15세기에 중앙아시아를 지배하였던 티무르제국의 창설자 티무르의 나라로서 한때 대륙을 지배하였던 저력 있는 나라다. 수도 타슈켄트는 1966년 대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그 후 완전히 새로 건설되어 넓은 도로와 오래된 나무들로 우거진 깨끗한 도시로 이슬람 문화와 유목민의 기질이 잘 버무려진 도시이다.

지진을 우려하여 아주 높은 건물은 없지만 길거리에는 제법 큰 건물들이 눈에 띈다. 무슨 건물인지 물으면 대부분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협회, 병원, 대학교 등의 건물이라는 답이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건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현격하게 다른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도심의 대부분의 큰 건물은 기업이나 민간 소유이고 정부나 공공기관의 건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대화 도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상도 정부와 공무원, 법과 제도, 대통령과 장관과 같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관한 것들이다. 뭘 하자고 하면 정부 제도로 못하게 되어 있다든가, 정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든가 하는 식의 답변이 자주 돌아온다. 다음에 한국에 초청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거나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일상생활에 정부와 제도, 법 등이 촘촘히 깔려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수도 타슈켄트가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길거리에 경찰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임 대통령 시절에 치안을 위하여 경찰 공무원을 대거 채용 배치했다고 한다. 길거리 구석구석마다 경찰들이 서성거려 가히 경찰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낯선 밤거리를 늦게 혼자 걸어도 사건사고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국가 주도의 부작용

이러한 특징의 배경을 짐작해 보면, 오랜 러시아 연방국가로서 공산당 체제하에서 살아온 국가와 문화 때문인 것 같다.

공산주의는 국가가 모든 것을 기획하고 조달하고 배급하는 국가주도 사회다. 민간 스스로 고민하고 주도할 필요가 없다. 민간이 주도할 것도 없지만 그렇게 할 유인책이 전혀 없다. 국민들은 국가가 누구에 의해 움직이는지, 뭘 하는지를 지켜볼 따름이다. 주면 받고 안 주면 못 받는다. 인생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갖는다. 그러니 국가는 비대해지고 민간은 왜소해진다. 기업 활동도 국가의 이름으로 공공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민간의 자율이나 책임이 없고, 따라서 민간의 역량도 갈수록 약해졌다. 국가의 기능이 지나치게 커지면 생길 수 있는 우려이다. 공무원이 많아지면 생길 수 있는 현상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특히 경제는 민간이 주도한다. 이미 정부는 민간이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버겁다. 길거리 큰 건물은 대부분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들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대통령이 누구이든 민간은 자기들끼리 굴러간다. 기업이 잘 되고 민간이 튼튼해져야 하는 명확한 이유이다. 정부와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준다는 말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타슈켄트 거리에서 다시 깨달았다.

중앙아시아는 한때 몽골을 비롯한 유목민들의 제국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대단한 제국주의 후손들이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와 중동, 지중해, 유럽까지 지배했던 무소불위의 민족들이었다. 화려한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지금의 다소 초라한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한때 전쟁과 가난 속에서 열강의 치열한 압박 속에 식민 지배를 받으며 나라를 잃고 헤매던 민족이었다가 지금은 이렇게 부유한 민족으로 변했는데, 왜 화려한 과거를 가졌던 어느 민족은 반대로 가게 되었는가? 사람 개개인을 비교하면 똑같이 따뜻한 가슴을 가진 순수한 사람들인데

같은 민족인 남한과 북한은 왜 이렇게 달라졌는가? 불과 몇십 년 전에는 같이 살던 우리 형제고 자매였는데 분단 후 왜 이렇게도 달라졌는가?

미국 남부 멕시코 국경지대 노갈레스라는 도시는 도시 한 가운데로 국경이 그어지면서 한 도시가 남쪽은 멕시코, 북쪽은 미국의 영토가 되었다. 지금 그 도시의 북쪽은 국민소득이 4만 달러인데 같이 살던 남쪽은 북쪽의 3분의 1도 채 안 된다. 무엇 때문일까?

 

제도의 차이가 번영을 결정한다

결국은 지리적 위치나 문화가 아니라 제도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이 공공건물만 커지고 민간이 왜소하게 된 것도, 북한이 남한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도, 한 도시가 갈려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결국은 제도의 차이다.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자율과 자유를 부여하고, 소유와 경쟁을 유도하며, 개개의 열정과 성취를 극대화하는 제도와 반대로, 소수에 의한 일방적 지배와 통제, 소수에 의한 자원의 독과점과 배분, 개인보다는 전체를 강조하는 제도의 차이다.

국가뿐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작은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구성원 전체의 참여와 자율성,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 소유욕과 경쟁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성취문화가 지배하는 문화인지, 반대로 소수의 지배층에 의한 일방적 소통과 통제로 개인을 끌고 가는 문화인지가 그 조직의 미래를 가늠한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동료들이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보면, 역사적으로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는 발전과 번영을 불러왔고, 소수의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결국 국가 주도 정부의 비효율과 민간 주도 정부의 효율을 말하고 있다. 공공기능의 비효율과 민간 기능의 효율을 지적하고 있다. 역사가 말하고 있고 현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내년 3월 다음 대통령부터 잘 뽑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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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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