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답이다(Small i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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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답이다(Small is beautiful)!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1.12.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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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지난 10월 실시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급성장한 기술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부작용과 질타가 이어졌다.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편리하게 되었지만 기업들의 커진 시장 지배력과 선단식 운영으로 기존의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영역을 침해하는가 하면, 독과점적인 행태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지적의 요지였다.

특히, 이러한 기술기업들은 기존 온라인 관련 컨텐츠나 서비스는 물론이고 금융, 모빌리티, 요식업, 배달 서비스, 게임, 골프 등 아주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기존 소상공인 사업자들과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과 다를 것이 없다며 국회와 정부에 이들에 대한 사업영역 조정과 그룹 분할 등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의회에서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지배력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반독점 관련법 5개가 발의되기도 하였다.

 

최근 신기술 분야 기업 급속 성장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한 마디로 기업들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소수의 기업이 지나치게 커져서 독과점적 지위로 다양한 기업 간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경쟁이 불가능하고,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폐해를 낳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빅테크 기업들이 얼마나 커졌기에 국회에서 이러한 우려까지 나왔을까. 실제 최근 5~10년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였다. 11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도 있고, 자산총액이나 시가총액, 상장된 계열사 수 등에서 기존의 재벌 대기업 그룹과 거의 동등하거나 심지어는 더 큰 경우도 있다.

우리들이 잘 모르는 사이 신생 벤처기업들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신생 디지털 기업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그것도 기존 제조업이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게임, 웹툰과 같은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1세대 기업가정신을 이어서 2세대 디지털 기업가정신이 국내외 시장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디지털 빅테크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은 아주 반가운 일이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운 좋게도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하였는데, 디지털 시대에도 그 성장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가 있느냐가 우리 모두의 우려이고 걱정이었다. 그런데 젊은 기업인들이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급성장을 하고 기존 제조기반의 재벌그룹을 능가하는 성장을 하였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덩치의 딜레마

그러나 시장에는 기업이 성공하여 빨리 성장해야 하는 논리와 함께 성장 후에 나타나는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기업이 창업을 하고 초기 신생 기업이었을 때는 창업자를 포함한 모두가 빨리 성장하고 대기업으로 커져야 한다고 안달을 하는데, 막상 커지자 마자 대두되는 문제는 축하와 함께 커진 덩치에 따른 반작용으로 덩치를 줄이거나 쪼개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성장의 패러독스다.

우리 인류 역사에는 큰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가치가 무의식중에 존재한다. 큰 것은 좋은 것이고 우량한 것이며, 작은 것은 좋지 않고 열등한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어 왔다. 기업도 큰 기업이 성공한 우수한 기업이고, 작은 기업은 성공하지 못한 약한 기업 취급을 받는다. 사람이나 조직, 시장도 다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나라 이름에 ()’자가 들어가고 기관이나 조직, 학교 등의 이름에 자 넣기를 좋아한다. 웬만한 다리 이름은 전부가 대교이고 문이나 동네, 심지어 산 이름에도 자가 많이 들어간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찬양하는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역사를 봐도 큰 기업이 선이었고 고속성장, 대량생산, 효율성, 속도가 과거 산업화 60년의 우리 가치를 지배해 왔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중에 이러한 덩치문화에 길들여져 있고 지금도 매사에 규모부터 따지는 습관이 있다.

 

크게 살 것인가? 작게 살 것인가?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덩치 문화와 함께 반덩치 문화도 동시에 엄연히 존재한다. 큰 것은 문제가 있고, 오래 지속하고 생존하려면 작아야 한다는 이른바 반덩치가치다. 덩치가 크면 움직임이 둔하고, 바람도 거세게 받으며, 남들의 눈에 뜨이기도 쉬워 적도 쉽게 생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덩치가 큰 존재보다는 작은 것이 유리하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기본 윈리이다.

공룡은 너무 커서 사라졌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너무 작아서 생존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최대 무기는 사람들의 눈에 뛰지 않게 작다는 것이다. 눈에 보일 정도의 큰 존재였다면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국가도 스위스, 벨기에, 북유럽의 작은 국가들은 조용히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외부의 간섭 없이 잘 생존 번영한다. 기업도 작은 성장을 자제하고 일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에서 오랜 기간 최고의 위치를 누리는 숨은 강소기업이 즐비하다.

이제 오래 장수하는 기업들은 덩치 키우지 않고 자기가 잘 하는 소수 분야에서만 머무르려고 노력한다. 덩치 순위로 승부하기보다는 남들이 넘보지 못할 경쟁력으로 자신만의 시장으로 국가 사회에 기여하려고 한다. 더구나 디지털 모바일 경제에서는 작은 수많은 영세 1인 자영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롱테일(Longtail) 법칙으로 생존,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 중에도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무림의 숨은 고수들이 산야에 묻혀 살고 있다. 잘 났음을 뽐내려 하지 않고 작게 스스로 만족하며 생활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 작게, 낮게, 느리게 가자. 남의 눈을 위해, 깔보이지 않기 위해, 남을 이기기 위해 포장하거나 키우거나 대립하지 말자. 내가 크게 보이면 상대는 위협을 느끼고 잠재적 적이 되며 나를 경계한다. 정말 커지고 싶을수록 작게 낮게 가자. 절대 위세를 떨거나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지 말자.

그리고 SNS를 조심하자. 그렇게도 내세우고, 잘나 보이고, 알아주기를 바라는가? 그것은 하수 중에 하수라고 수많은 고전들이 경고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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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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