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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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2)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1.0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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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Mentor / 책으로 만나는 멘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문장을 다듬는 일에 무슨 법칙이나 원칙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이제껏 수많은 저자들의 문장을 다듬어 왔지만, 내가 문장을 다듬을 때 염두에 두는 원칙이라고는, ‘문장은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다뿐이다.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건 아니다.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기준 삼아 남의 문장을 손보는 것도 물론 아니다. 문장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은, 오답 노트까지는 아니어도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쯤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그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을 이 책에 담았다.”

전작 동사의 맛에서 유용한 우리말 지식과 이야기를 버무리는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선보였던 저자는 이 책에서 그 형식을 조금 더 진전된 형태로 활용했다. 이번에는 어색한 문장을 다듬는 비법을 다루는 우리말 지식 부분과 외주 교정자와 저자가 등장하는 이야기 부분을 교차시켰는데, 두 대목이 모두 교정 교열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서 내용 면에서 정합성이 한층 높아졌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대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 ‘-’, ‘’, ‘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있다가 들어가서 어색해지는 문장 유형도 함께 정리한다. 이를테면 ‘-함에 있어같은 표현을 설명할 때는 우리말을 오래도록 다듬어 온 현장 실무자의 철학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한국어 이용자가 수억 명 정도 된다면 모를까 기껏해야 1억 명도 안 되는 현실에서 언어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가는 자칫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라도 더 다채로운 한국어 표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한국어 표현을 어색하게 만든다면 굳이 쓸 필요 있겠는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 글자라도 더 썼다면 그만한 효과가 문장에 드러나야 한다. 게다가 다른 언어에서 빌려 온 표현을 쓰기까지 했다면 더 말할 필요 없다.”

이 밖에도 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사동형과 피동형 문장, 지시 대명사의 사용 등 우리가 편안한 우리말 문장을 지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까지 살뜰하게 정리했다. 내가 쓰고도 잘 썼는지, 우리말 표현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고민하는 글쓴이들이 읽으면 두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탄탄한 문장력/ 브랜던 로열

저자인 브랜던 로열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글쓰기 과정을 이수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글쓰기 법칙을 고안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결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자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시험준비 기관인 캐플런 교육센터에서 근무하는 동안 글쓰기와 교육이론을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어떤 종류의 글에도 통용되는 글쓰기의 기본원칙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불변의 글쓰기 원칙을 담은 그의 저서는 타임지와 퍼블리셔스 위클리, ‘About.com’ 등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2011년 캐나다 출판인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교육서적’, USA 북 뉴스가 뽑은 최고의 책, 미국의 도서 전문 잡지 Foreword가 선정한 올해의 책, 프랭클린 도서전과 글로벌 e북 어워드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작가처럼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단언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간결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작정 잘 쓰려고 고민하는 대신 글쓰기의 기본을 지켜서 한 문장씩 연습하는 게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각종 미사어구로 버무려진 글보다 문법의 오류나 문장의 실수가 없는 글이 더 품격 있는 글로 평가받는다고 얘기한다. 이 조언에 따라 글을 쓸 때마다 그가 정리한 글쓰기의 20가지 기본원칙을 지킨다면 어떤 글을 쓰든 더 이상 읽기에 나쁜 글이라는 평가는 받지 않을 것이다.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제럴드 와인버그

이 책은 프로그래밍 심리학, 컨설팅의 비밀을 비롯해 번득이는 지혜를 담은 수많은 책을 저술한 제럴드 와인버그가 자신의 글쓰기와 책 내기 비법을 풀어낸 책이다. 수 년 전에 IT 서적 독서회를 하면서 와인버그의 컨설팅의 비밀을 처음 접했을 당시, ‘어쩌면 이렇게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곳곳에다 심어 놓을 수 있지? 역시 컨설턴트는 거저 하는 게 아닌가 보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와인버그의 책이 재미있고 유익한 이유는 단지 오랜 컨설팅 경력에서 오는 입담 때문이 아니라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 기법에 있었다.

이 책에서는 모두가 선망하지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행일 것으로 보이는 글쓰기와 책 출간이 사실은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일 수 있음을, 아니 재미있는 일로 만들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는 비결로 자연석 기법(Fieldstone Method)’이라 이름 붙인 독특한 선택 유도법(Nudge)을 제시한다.

선택 유도법이란, 화장실 소변기에 무당벌레 그림을 그려 넣어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 중에 그 그림을 맞추게 함으로써 소변이 덜 튀고 화장실을 더 청결하게 만드는 것과 같이, 어떤 결과를 위해 인위적이고 의식적인 방식보다는 행동 분석과 설계를 통해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럽게 원하는 행동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을 조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와인버그는 이마를 타고 피가 흘러내리도록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지 않고 손쉽고 편하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행동을 유도해 낼 방법으로 이 자연석 기법을 소개한다.

자연석 기법에서는 자연석을 모아 돌담을 쌓는 일에 글쓰기를 비유한다. 당면한 돌담을 쌓기 위해 다급한 마음으로 돌덩이를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평소에 산이나 들에서 마음이 가는 돌덩이들을 주워 모아뒀다가 그 모아둔 돌무더기 중에서 서로 잘 어울리는 것들을 뽑아 절묘하게 조합해 돌담을 쌓는 방식을 글쓰기에도 적용할 것을 권한다. 인생이라는 들판을 거닐며, 마음이 동하는 단어나 구절, 문장을 한껏 주워 모아두고, 이를 잘 분류해서 칼럼이든 책이든 쓰고 싶을 때 써내는 식이다. 이 방법을 통해 저자 자신이 수많은 칼럼과 책을 써냈고 글쓰기 교실을 열어 많은 제자들을 저자의 반열에 들게 했으니, 이미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먼저 자연석 기법이란 무엇인지, 자연석 기법에서는 왜 글감을 모아들이는 일이 중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모아들일지를 설명한다. 이어서, 글을 구성하기 위해 모아들인 내용 중에서 불필요한 내용을 뽑아내고 다듬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후에는 이 책 자체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사례 삼아 모아놓은 돌덩이를 조합해 한 점의 완성된 돌담, 즉 한 편의 완결된 책으로 구성하는 과정을 다각도로 설명한다.

마지막 두 장에서는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인, 책을 쓰는 과정뿐 아니라 실제로 출판해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조언한다. 일단 마무리하기에 적정한 지점을 찾아 매듭을 짓고 하나의 완성된 글과 책으로 내는 데 필요한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마감 후에 일어나는 독자들의 비판을 견뎌내고 발전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짚어본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은 데다, 와인버그 특유의 재치와 오랜 실무 경험을 녹여낸 흥미로운 얘기가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에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이 나온 취지가 자연석 기법을 익혀서 실제로 글쓰기에 활용케 하는 데 있는 터라, 한 장에도 몇 가지씩 연습 과제가 등장하는데, 이 과제들도 함께해 보는 것이 좋다. 이 과제들은 와인버그가 운영하는 글쓰기 교실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것으로, 예컨대 끊임없이 펼쳐볼 작문 공책과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을 만큼 애착이 가는 필기구 마련하기 같은 숙제가 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행 가능한 이런 연습 과제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게 되기를 바란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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