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산업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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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산업을 아시나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2.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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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회색 코뿔소 두 마리

요즘은 변화가 일상이 되어 웬만한 변화는 변화로 여겨지지도 않을 정도다. 여러분은 최근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변화의 흐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가 디지털 혁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서 일어나는 제반의 기술혁명을 말한다. 우리 개개인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고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당장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체적이다.

그 다음은 장수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급격하게 진전되는 고령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6%대로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2025년이 되면 20%대를 상회하여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당장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실감이 가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고령화 사회가 큰 흐름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초래할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흔히 이러한 변화의 실체를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고 부른다. 무엇인가 있기는 한데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제는 엄청나게 큰 괴물을 말한다, 장수혁명이야말로 우리가 빨리 실체를 인정하고 가져올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큰 괴물이다.

 

장수혁명의 명과 암

고령화 현상하면 일단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다. 늙어감, 죽음, 요양원, 외로움, 생산인력 감소, 저성장, 정부재정부담, 연금고갈 등과 같은 부정적이고 암울한 현상이 떠오른다.

고령화 단계에 접어든 고령층은 나이 듦을 아쉬워하고 병들고 나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더구나 죽음은 끝이라는 생각으로 연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비용부담과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종말의 순간을 누구나 예외 없이 맞이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나이 들고 늙어감을 이렇게 비극적이고 암울한 것으로만 인식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시간들이다. 더구나 인간의 수명을 120세로 연장해서 보면 고령화 기간의 삶은 전체 인생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긴 기간이다.

이제는 과거의 고령화, 나이 듦, 죽음 등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고령화도 인생의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도 더 귀중한 시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개인적으로는 각자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기간,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보완하는 기간, 베풀지 못했던 인생의 배려와 환원을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들이고, 국가 사회적으로는 청년들이 하지 못하는 기능들에 대한 보완, 기울어진 국가 사회 가치의 복원, 풍부한 경험과 지식의 사회 환원 등을 통해 건전하고 균형된 국가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고령화 사회는 거대한 기회이다

고령화 사회, 장수혁명에 대한 범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 흐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인식이 중요하다. 회색 코뿔소가 위협이 아니라 거대한 기회의 마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다양한 일과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시니어 세대들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젊은 층에게도 다양한 기회와 일이 생길 수 있다

우리보다 이러한 흐름에서 앞선 경험을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본격적인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일과 비즈니스가 생기면서 현재는 약 55조 원 규모의 새로운 독립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죽음을 품위 있고, 존엄하게 맞이하고 아쉬운 이별이 아닌 행복한 작별로 만들기 위하여 처음에는 단순 장례 서비스업 위주에서 묘지제공 서비스, 개인 삶과 유품 정리 및 유언 서비스, 말기 의료처리 및 요양 서비스, 상속 및 보험 서비스, 사후 이미지관리 및 족보 관리 서비스 등으로 확대 발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어 온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젊은이들이 대거 진입하는 시장이 되었다. 관련되는 기관들도 기존 상조회사는 물론이고 의료 요양기관, 보험회사, 종교계, 제조기업, 유통업, 화훼업, 디지털 기업, 대학 및 연구소, 법률자문기관 등 모든 분야가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기회의 블루 오션

일본에서는 이러한 산업을 엔딩(Ending)산업이라고 한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죽음을 부정적인 끝남’, ‘종말이 아니라 품위 있는’, ‘존엄한마무리가 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향한다. 당연히 품위 있는, 원하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결국 생전에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를 포함하기 때문에, 죽음이 가깝지 않은 다른 세대들에게까지 일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됨으로써 엔딩산업은 단지 고령층의 죽음만을 다루는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평소의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산업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일본만큼 세분화되고 구체화되지는 못하였지만 웰다잉(Well Dying)’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프로그램이나 상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단계이다.

2016년에 일명 웰다잉법이라고 일컬어지는 연명치료 결정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고, 관심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구체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가 장수혁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고령화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야 하는 국가 사회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일자리와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회는 시니어 당사자들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청년들을 위한 엄청난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니어 당사자들은 지금까지는 일선에서 물러난 은퇴인력이라는 소극적 역할에서 엔딩산업의 주력인력으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기회이다.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스스로 엔딩산업의 주체가 되어 생산인력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청년층들에게는 기존 경쟁이 심한 취업과 창업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서 그들이 잘 하는 다양한 IT기술로 다양한 시니어 문제 해결을 시도하면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엔딩산업 분야는 특히 젊은 층에게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 죽음, 끝남과 같은 분야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기피, 무지가 신산업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우리 주위를 다시 둘러보자. 우리 가족을 포함한 친구, 친척 모두가 미래 엔딩산업의 고객들이다. 주위에 이처럼 시장과 고객을 완벽하게 보유한 비즈니스 모델이 어디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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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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