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혜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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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혜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2.0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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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Company | 현승인 아카이브센터 PM

종이와 필기구를 이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지니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오가는 지금, 더 세밀한 과정과 결과를 담은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보관하고, 보여주는 것은 웹 기반의 시스템 안에서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 천 개가 생기면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카이브센터의 현승인 PM을 만났다. ‘기록에서 시작되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Q. 아카이브센터를 한 마디로 표현해 주세요.

우리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도록 디지털 아카이브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것이 아직 많은 분들께 생소하겠지만 저는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천 개의 아카이브가 모이면 사회가 바뀌고 만 개가 모이면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생각으로 아카이브센터를 설립하셨고, 주요사업은 무엇인가요?

다들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기관에서 홈페이지를 하나 구축하려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디지털 아카이브는 특히 고도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홈페이지보다도 비싸고 몇 천만 원에서 비싸면 1~2억 정도 소요될 정도로 비용이 크게 들어요. 주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그렇게 별도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데, 그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기업이나 비영리 조직은 언감생심인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작은 조직도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걸 분명히 느끼거든요. 그래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결과적으로 가입형 디지털 아카이브 솔루션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큰 이유는 기관에 딱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기 때문이거든요. 이를 맞춤복이라고 비유한다면, 가입형 솔루션은 기성복인 셈이죠. 디지털 아카이빙을 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아카이브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매달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형 모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카이브센터의 모회사 격인 한국문헌정보기술에서 20년 이상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은 조직도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든 것이죠.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 어려운 이유

디지털 아카이브도 결국 전산작업인데요, 큰 조직도 내부적으로 전산 관리 및 개발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비영리단체는 더욱 그렇고요. 그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지보수가 어렵거든요. 마음먹고 큰 돈을 들여서 아카이브를 만들었는데, 보통의 유지보수 기간인 1년이 지나면 그 때부터는 전산적인 부분에서 관리가 되지 않는 거예요. 기록을 잘 보존하고 아카이빙하기 위해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했는데, 전산적인 부분에서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디지털 아카이브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구축한 지 3, 5년이 채 안 돼서 더 이상 관리되지 않고 멈춰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보면 안타깝죠. 그건 마치 기록물을 잘 모으고 수집해놓고 한꺼번에 불태우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속상한 일이죠.

그런데 가입형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면 유지보수와 전산관리, 서버/스토리지 관리, 업데이트 제공 등 웹 환경에 따른 버전 관리와 개발을 계속하기 때문에 사용하시는 기관이 안심할 수 있어요. 우리는 블로그 템플릿 바꾸듯 버튼 한번만 누르면 웹디자인 변경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스킨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아카이브니까 기록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저렴한 가격으로 가입형 디지털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전산관리 및 유지보수, 업데이트를 꾸준히 해드리며, 기록관리 전문가가 없는 조직들에게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아카이브센터를 만들었습니다.

 

Q. 아카이브센터는 그동안 어떤 조직들과 협업해왔나요? 비영리단체들도 많이 만나셨나요?

우리가 실은 시작한 지 정말 얼마 안 된 조직이에요. 작년 7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반년쯤 되었네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계세요. 신영복 아카이브, 노회찬 아카이브,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수요시위 아카이브, 문익환 아카이브 등이 이미 우리와 함께하고 있고요. 가수 동물원의 김창기 님의 아카이브, 서울시 강서구의 문화예술 기록을 담은 강서아카이브, 인천시 미추홀구의 미추홀아카이브 등이 곧 오픈될 예정입니다.

신영복 아카이브

Q. 기록의 중요성과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비영리 현장에서도 그런 변화를 체감하시는지요? 그리고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제가 제3섹터의 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쭉 지켜봐 왔는데요. 비영리 조직, 특히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해왔고 그 덕에 시민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느끼거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 시민들은 체감을 잘 못해요. 정부만의 성과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시민단체의 활약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금방 잊혀지죠. 저는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게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주장만으로는 힘을 얻기가 어려워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죠. 그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해왔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 냈는지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아카이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영리조직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인력 변동이 잦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인데, 이렇게 변동이 잦고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 내부에 자산이 쌓이지가 않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그런 점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어낼 수 있죠. 후임자도 전임자의 업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직접 인계가 되지 않더라도 빠르게 업무를 파악할 수 있고요.

 

Q. 아카이브를 잘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 부분은 교육이나 컨설팅을 통해 차근차근 안내해드리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조직 안에 기록관리 전문가가 따로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없더라도 해당 업무를 맡아주실 담당자는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하기 위한 기록의 목록을 미리 만들어 놓으면 디지털 아카이브를 더욱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운영하실 수 있어요. 그 외에 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맡겨주시면 됩니다.

문익환 아카이브

Q. 아카이브센터의 솔루션을 사용하면 조직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비영리 조직뿐만이 아니라 어떤 조직이든 결국에는 업무를 잘 하기 위해 아카이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업무를 외부에 잘 공개해서 자랑할 수도 있고요. 많은 분들이 아카이브를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디지털 아카이브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업무가 전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돌아가는지 파악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어요.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은 우리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단시간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의지만 있다면 서서히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단지 디지털 아카이브뿐만 아니라 업무의 암묵지들을 바깥으로 꺼내는 일이 우리와 함께 가능할 거라고 믿어요.

 

Q. 비영리단체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나 계획이 있으신지요?

, 있습니다. 사실 저희 서비스는 월 30만 원씩 연 360만 원의 솔루션 사용료가 정해져 있어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비용을 따졌을 때 이것도 저렴한 비용이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단체들은 이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따아주세요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아카이브 주세요라는 뜻인데요. 비영리단체들이 이 캠페인에 신청해서 선정되면 우리가 1: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해드리고 1년 동안 사용료를 면제해 드립니다. 작년 말 따아주세요캠페인에 선정된 단체와 협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희망하지만 예산과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망설이신다면 따아주세요캠페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아카이브샾 서비스 모델

Q. 향후 새롭게 계획하고 계시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두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최근에 아카이브샵을 가오픈했는데요. 내년 초에 정식으로 오픈될 예정이에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단체들이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예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시잖아요. 관리자를 두고 싶어도 담당자를 배정하는데도 돈이 들고요. 그래서 우리가 따아주세요와 같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지만 1년 동안 비용을 지원받는다고 재정 운영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거든요. 디지털 아카이브가 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조직이 운영비를 벌 수 있게 하자는 차원에서 아카이브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카이브와 쇼핑몰이 결합된 서비스인데요. 단체들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캠페인도 하고 굿즈 제작도 많이 하시잖아요. 아카이브샵이 바로 그런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해 드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냥 굿즈가 아니라, 단체의 기록물과 굿즈를 연결해서 이 굿즈가 탄생한 맥락을 후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가령 단체에서 기념품으로 컵을 만든다고 할 때 단순히 이미지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단체만의 특별한 가치와 기록을 컵에 담아 제작하는 것이죠. 사실 사람들이 굿즈 때문이 아니라 그 조직의 철학과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후원하기 위해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아카이브샵에서 수익이 쌓이면 그 비용으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운영할 수 있게끔 수익을 배분하는 모델입니다​​

아카이브샵이 텀블벅과 같은 다른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와 다른 점은, 디지털 아카이브의 기록물과 연결된 굿즈를 통해 조직의 맥락과 역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가치에 동의하는 후원자는 굿즈 구매를 통해 해당 조직과 디지털 아카이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죠.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카이브샵의 목적입니다.

 

Q. 또 다른 사업은 무엇인가요?

또 하나 다른 사업은 콘텐츠 허브라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포털 사이트를 만들려고 해요. 만약 각 조직들이 구축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가령 같은 사건이나 이벤트라 할지라도 누가 기록했는지, 어떤 시각으로 접근했는지에 따라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그것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볼 수 있다면, 같은 사건을 둘러싼 기간과 활동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비교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서로의 활동을 통해 지혜를 얻고 통섭으로 나아가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요.

사실 디지털 아카이브는 개별 조직의 관점이거든요. 관심 있는 사람만 보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힘을 많이 못 얻게 됩니다. 결국에는 많이 읽히고 보여야 하거든요. 그 힘은 각각이 아니라 모두 모였을 때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우리가 디지털 아카이브를 하는 이유도 결국에는 포털이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서비스 모델

Q. 마지막으로, 아카이브센터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아카이브센터가 꿈꾸는 세상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천 개가 생기면 사회가 바뀐다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함께 지혜롭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아카이브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영리 조직들에게 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새로운 지혜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세상, 그리고 그 과정에 조직과 개인 모두가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 | 아카이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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