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노인이기를 싫어한다
상태바
노인은 노인이기를 싫어한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3.15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 폰으로 실제 자녀들과 노인층에서 인기가 높았던 알뜰폰’, 일명 효도폰이 요사이 인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는 단말기 가격도 저렴하지만 매달 내야 하는 통신요금도 저렴해서 노령층뿐 아니라 젊은 자식층에서도 인기였다. 특히, 연령이 높은 어르신들에게 실제 사용되지 않는 다양한 기능을 없애고 통화 기능 위주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최근 알뜰폰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고 실제 어르신들에게도 인기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기능이 정상폰에 비하여 부족하거나 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상폰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알뜰폰이 처음 시장에 등장할 때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알뜰폰이 그런 특징 때문에 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젊은 층보다 더 화려하고 더 고급 선호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다 알고 있는 이유로 기피하게 된 것일까?

사실은 다른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알뜰폰을 쓰면 주위에서 노인으로 보거나 취약층으로 보고, 때로는 업신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이지만 노인으로 보이는 것이 싫은 것이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복잡한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뜰폰을 쓰는 자체만으로 뒤처진 느낌을 갖게 하거나 주위의 시선이 좋지 않은 것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고령층을 위한 폰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미국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간편식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고 한다. 원인은 한 가지, 당사자인 노인들을 위한 심리적정서적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젊은이가 타는 차를 노인에게 팔 수는 있어도, 노인들이 타던 차는 젊은이에게 절대 팔 수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장수경제가 온다라는 책은 우리 사회에 연령이 높은 층들에 대한 소위 노령 담론이 잘못 되었다고 지적한다. 고령층들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노인스럽게 만들거나 노인만을 위한 것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사자들은 노인으로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노인만을 위한 지역이나 구역을 설정하고, 노인만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거나 노인 전용의 무엇을 만들면 안 된다. 표시 나지 않게 어울리고 노인과 다른 사람들이 섞일 수 있는 공간을, 노인만을 위한 화장품이라도 겉보기에 노인 화장품으로 보이지 않는 컨셉으로 가야 한다.

가만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시니어층일수록 더 젊고 활력 있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70대 연령층에서도 보디빌딩을 위해 헬스센터를 다니고 산악자전거를 즐기며, 전국 산을 누비는 매니아 등산객들이 즐비하다. 복장이나 장비도 오히려 젊은 층보다 더 화려하고 더 고급의 것을 선호한다. 우리의 일반적 상식을 뛰어 넘는 현상으로 고령층은 이런 것이야라는 사회 일반의 통념을 뛰어넘는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들은 더 이상 환자, 힘 없는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약자로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60~70대 이후의 시간을 단지 남은 여생’, 죽기만을 기다리는 어두운 시간, 할 일이 없어서 소일해야 하는 피동적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30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퇴직하고 80~90대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20~30년이 남는다. 젊을 때의 시간과 비교하면 20~30년의 기간은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304050대의 기간과 맞먹는다. 새로운 인생을 하나 더 실현할 수 있는 엄청난 기간이다. 그냥 피동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종말을 기다리는 우울한 노후는 더 이상 아니다.

 

향후 시니어 시장 크게 활성화 될 것

이미 우리 모두가 깨닫고 있지만 향후 고령층을 위한 시장은 엄청나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18%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 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였다. 2035년엔 65세 이상이 30%, 2070년엔 46%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시장이다.

더구나 앞으로 고령층의 가처분 소득 수준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아진다고 한다. 장년층부터 노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세대들이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고 1모작 인생을 마치고 2모작, 3모작을 위한 인생 준비도 본격화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50대 이상의 소비금액이 50대 이하의 소비금액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고령층 시장의 고객 수도 늘고 있지만, 1인당 소비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고령층은 소극적인 소비의 주체에 머물지 않고 생산과 주체적인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과 기능도 활성화되고 있다. 늙었으니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을 쓰는 단순 소비층이 아니라, 인생 후반의 긴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일을 찾으려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이다.

아직은 시니어 시장에 대한 주력 기업들의 관심이 부족하지만 조만간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새로운 창업자들의 관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시니어들을 위한 시장을 단지 그들이 필요할 것이라는 통념으로 접근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세상의 예상과 전혀 반대의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령층이지만 그들을 어떻게 고령층으로 보이지 않고 젊은이들과 섞이거나 구분이 안 되는 개념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알뜰폰도 기능이야 줄이더라도 적어도 외관만큼은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시니어 시장은 앞으로 젊은이들이 적극 참여해야 할 시장이다. 시니어 층들에 대한 분석과 예측, 아이디어는 많지만 실제 참여하여 만들고 파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청년층들이 관심을 가지고 심한 경쟁을 하고 있는 빅테크 시장과 비교하면 참여자와 경쟁자가 많지 않다.

대부분 시니어 시장의 잠재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참여하면 그야말로 선점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시장의 빅테크들을 그대로 이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주위에서 이 시장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이미 과당경쟁 시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확실히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데, 아직 제대로 참여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