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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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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코로나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감염으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생명을 잃는 경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려되는 점이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로 인한 사람들의 고립감, 외로움, 우울증과 같은 현상에서 초래되는 각종 부작용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이웃(38.9%), ·인척(36.7%), 친구(35.5%) 등과의 관계가 더 멀어졌다는 응답이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회적 관계가 더 멀어졌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등으로 직장인들 간의 관계가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고, 학교에서도 비대면 교육의 일상화로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 부재로 인한 심각한 교육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늘어난 디지털 기기 사용, 오히려 고립감 만든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은 이러한 고립감과 외로움, 관계의 부실로 인한 허전함이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모바일 기기나 디지털 매체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트위터(45.8%), 유튜브(74.5%), 인스타그램(45.1%), 페이스북(39.8%) 등의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스마트 폰을 비룻한 디지털미디어 과사용그룹이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하루 4시간 이상인 비율은 64%로 코로나19 이전의 38%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도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수단과 활동을 통하여 사람들의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얼마나 해소되었을까? 여러분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하여, 각종 SNS활동을 통하여 얼마나 위안을 얻고, 외로움을 달래고, 코로나 블루를 해소할 수 있었는가? 디지털 기술과 모바일, SNS 탄생의 대전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수록 세상은 더 나아지고 사람들은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 연결은 사람들을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인맥으로 세상을 더 넓게, 더 많이, 더 빠르게 살도록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온라인과 모바일,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들인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 악의적인 가짜뉴스 등으로 합리적이고 건전한 토론이 불가능하거나 저질 정보의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일방적인 선전과 투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거기다가 이른바 빅테크라고 하는 거대 디지털 기업들은 유통되는 정보들의 질이나 책임에는 관심이 약하고 자신들의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SNS를 통해 지인들과 소통을 하고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어떤가? SNS 활동의 대부분은 자신을 드러내는 활동들이다. 그것도 대부분 자신의 못난 부분이나 치부보다는 잘난 부분을 노출시키고 싶어 한다. ‘좋아요를 누르고 반응을 보이지만 속 마음은 그렇게 편치 않은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처지보다 더 낫고 나만 유독 부족하고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과 공유를 통해 위안과 공감을 얻으려고 갔는데, 오히려 대부분 소외와 차이를 확인한다. 소통과 공유, 연결과 인맥이 오히려 고립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코로나 이후 가장 급성장한 또 하나의 분야가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다. 손 안의 기기로 클릭 몇 번이면 음식, 물건이 당일 배달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속도와 편리이지만 외로움과 고립감은 해소할 수가 없다. 혼밥과 혼술이 일상이고 먹방을 보며 식사를 하지만 홀로의 허전함은 채울 길이 없다, 오히려 더 허전해진다.

연령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하는 디지털 활동은 이른바 메신저 활동이다. 거의 전 국민이 가입하고 활동하는 초연결망이다. 가족 간, 친구 간, 지인 간, 직장인 간, 학생과 스승 간 등 계층과 영역의 구분이 없다. 하루면 전 인구를 대상으로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최강 연결망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망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이른바 끼리끼리소통이다. 전문용어로 확증편향식 소통이다. 성향이 비슷하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의 소통이다. 의견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는 아예 소통 기회가 없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서 아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심지어는 상대방 의견이나 생각은 맹목적으로 반대하거나 배척한다. 자신들의 생각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리다는 이분법론이 점점 더 강해진다. 더구나 알고리즘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각자의 성향에 맞는 정보나 인맥만을 자동으로 연결해 줌으로써 각자의 생각을 더 공고히 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다르거나 상이한 정보나 인맥은 아예 차단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 편협하게 만든다.

 

사람의 문제는 사람으로 풀어야

찰스 아서는 이러한 현상을 ‘Social Warmimg(소셜 온난화)’이라고 불렀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가 산업발전의 후유증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기후재앙이 닥치듯이, 온라인 활동의 악영향으로 생기는 각종 후유증을 일컫는 말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디지털 기술이 당초 기대했던 역할보다는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고립된 사람들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디지털 세계로 뛰어들었지만 사람들은 더 고립되고 외로워졌다. 더구나 현대의 도시화와 첨단 기술화는 사람들을 더 고립시킨다. 화려한 대도시는 점점 더 커지고 첨단화되지만 사람들이 조용히 앉거나 서성거릴 공간조차도 줄인다.

도시의 다양한 소음과 불빛은 사람들 귀를 더 닫게 한다. 전 국민의 일용품이 되고 있는 이어폰은 서로를 단절시킨다. 도시는 도시대로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농촌은 농촌대로 사람들이 없어서 적적하다. 노리나 허츠는 그의 책 고립의 시대에서 현대인은 갈수록 고립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단정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단하지가 않다. 가장 근본적인 접근은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는 철학적 담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디지털 기기나 SNS, 쇼핑과 같은 행위로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아무리 디지털화, 도시화, 메타버스화가 진행되더라도 사람의 문제는 기술이나 물건으로 풀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푸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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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스타트업혁신본부 본부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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