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상과 음악, 제 삶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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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영상과 음악, 제 삶의 행복입니다!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2.04.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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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윤영훈 둥사운드 음악감독

어릴 적부터 음악과 함께 했지만 정작 음악 전공의 시작은 늦었던 윤영훈 감독. 그만큼 그는 더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고, 그 힘든 과정들을 거쳐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음악감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만족함이 없이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고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둥사운드의 윤영훈 음악감독을 만나 그의 ‘Design My Life’를 들어본다.

 

진학상담 시 가장 재밌고 잘할 수 있는 음악선택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윤영훈 감독의 삶 속엔 항상 음악이 함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사물놀이로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중학교 때는 드럼의 매력에 빠졌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밴드부 활동을 하며 점점 더 음악과 가까워져 갔다.

돌이켜보면 삶에서 음악을 항상 가까이 했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진지하게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 때 진학상담을 하면서 대학 전공을 정할 때였죠. 선생님께서 무엇을 할 때 가장 재밌고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는데, 그때 무의식 중에 제 머릿속에 떠오른 첫 단어가 음악이었어요. 사실 주변에 음악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지만 그때 스스로 음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폭넓은 음악 분야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당시 음악 입시를 도와주신 선생님의 조언으로 클래식을 선택한 영훈 씨. 후에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클래식이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한다는 건 다른 전공자들과 비교했을 때 시작이 너무 늦은 것이었어요. 클래식 작곡을 한다면서 그 전까지 피아노도 칠 줄 몰랐으니까요.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치거나 음악 공부를 해온 전공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였어요. 뒤처진 시간을 따라잡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고, 주변에서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클래식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음대 진학 후 화성학, 청음 등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작곡의 기본기를 쌓았고 위클리라는 수업을 통해 매 학기마다 작품을 만들어 발표했다. 작품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고, 때로는 마음 속에 있는 반항과 저항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른 음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클래식은 대중과 덜 친근할 수 있는데,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들이 클래식을 전공하지만 부모님은 이런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셨죠. 그래서 졸업공연 때 부모님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어요. <Fa Mi Li>라는 곡으로 음계의 파(Fa), (Mi), #(Li)를 주요 음으로 사용하였죠. 부모님의 삶을 편집해서 영상도 만들고 제가 직접 지휘하며 공연을 했는데, 가족을 포함해서 제 공연을 본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그때 그 공연장에서 느낀 감동과 전율은 아마 앞으로도 잊기 힘들 거에요.”

음악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클래식 선택

클래식 전공자들이 학교를 마치고 순수하게 음악가로 성공하는 건 쉽지 않은 길이다. 그렇다 보니 다시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고, 강사나 교수 자리 구하기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에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대중 작곡가로 활동을 하거나 뮤지컬 음악, 영화음악 등을 하기도 한다.

저도 그랬지만 음악의 기본기를 배워서 다양한 음악 분야를 해보려고 클래식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어요. 제 주변에는 대중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클래식 전공자와 실용음악 전공자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실용음악 전공자들은 미디를 잘 다루고, 클래식 전공자들은 화성학, 오케스트레이션 등의 기본기가 더 탄탄할 수 있죠. 저도 클래식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음악 분야에 대해 계속 알아보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영화과 친구들의 요청으로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을 작업하게 된 영훈 씨. 밤샘 작업을 하면서도 작업의 대가로 밥 한 끼 얻어먹는 것이 다였지만, 영상과 함께 완성된 음악을 들을 때면 그동안 쌓인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포트포리오가 쌓여갔고 영훈 씨 자신도 점점 영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제 전공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작업도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그리고 졸업을 하였고 2년 정도 앨범 준비를 했어요. 제 앨범을 내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시도를 했는데 쉽지 않았죠. 현실적인 고민을 하던 찰나에 선배가 찾아와서 꿈도 좋지만 살아야 하니 음악 회사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해볼 만큼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선배의 제안이 나쁘지 않았고 그때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취업 포트폴리오를 위해 대학 때부터 만든 작품들을 정리하던 영훈 씨는 생각보다 영상과 함께 만든 작품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지인을 통해 둥사운드라는 회사의 채용공고 소식을 듣게 된다.

둥사운드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였는데, ‘라바라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음악도 만드는 곳이었어요. 포트폴리오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대표님과 음악감독님 이렇게 두 분이 계셨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제 포트폴리오 중에 영상과 함께 작업한 음악이 많아서 음악감독 직무에 잘 맞을 것 같아 뽑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고, 음악만이 아니라 영상에도 관심을 가져온 모든 것들이 결국 음악감독이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참 신기한 일이죠.”

그가 둥사운드에서 음악감독의 길을 걸어온 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현재 둥사운드에는 음악감독, 작곡가, 사운드디자이너 등 1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국내 애니메이션 음악회사 중 가장 손에 꼽히는 회사로 성장했다. 라바를 만드는 투바앤, 브레드이발소 제작사인 몬스터스튜디오를 비롯해 엔씨소프트, 네오플, 텐센트 등 유명 게임회사가 모두 둥사운드의 고객이다.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은 라바와 브레드 이발소에요. 라바 시즌4의 오프닝 타이틀을 제가 메인으로 작업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뿌듯했죠. 작업은 주로 작곡가와 음악감독이 한 팀이 돼서 작업을 하는데,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영상과의 톤을 맞추고, 어떤 악기로 어떤 사운드를 낼지, (in), 아웃(out)점이라고 해서 음악이 어디에서 들어가고 어디서 끝날지 등 전체적인 연출을 총괄합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이 유아용이 많아서 카툰풍 사운드를 많이 사용했고 라바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들이 대사가 없기 때문에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음악으로 설명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경험 도움돼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영화 음악에는 국악, 재즈, 트로트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쓰인다. 그러다 보니 음악감독이라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부하고, 악기를 연주해 보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익혀야만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매일 매일 일을 해도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은데, 저는 제가 한 일에 대한 결과를 바로바로 볼 수 있고 피드백도 확인할 수 있으니 부럽다고요. 그 친구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길이 너무 좁기도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그저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하하). 그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보니 힘들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결국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이 다 잘 되어서 앞으로도 음악감독으로 멋있게 일하고 싶다는 영훈 씨. 그는 아직 국내에서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 디즈니 작품들이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상을 받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음악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가 하고 있는 음악감독은 일의 특성상 다양한 음악을 경험해 본 사람에게 잘 맞을 수 있어요.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그런 사람을 선호하고요. 그리고 음악감독은 다른 것보다 포트폴리오로 모든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정말 잘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면 뭔가 완성도나 정성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생기는 것들이 많거든요. 일단, 음악적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미디로 음악을 만들더라도 너무 미디 음악이라는 티가 나지 않게 작업하는 것도 중요해요. 영화, 애니메이션 등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야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보면서 음악 연출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영상과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알 수 있을 테니 꼭 많은 경험을 쌓으셨으면 합니다. 포트폴리오와 실전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도 꼭 잊지 마세요!”

·사진ㅣ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사진촬영 장소협찬ㅣ카페앙트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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