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고자 결심했다면, 주저없이 문을 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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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고자 결심했다면, 주저없이 문을 두드리세요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4.0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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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루스 엔젤스헤이븐

개인의 삶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일들을 기회로 전환하는 요인 중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호기심이 아닐까. 호기심은 단순히 어떤 지식에 대한 물음표를 넘어 열정과 행동의 동인이 되기도 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지금이 소중한루스를 만났다. 최근 그는 ‘1억 모은다_루스라는 기획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어떤 호기심에서 시작된 기획일까.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지금이 소중한루스입니다. 엔젤스헤이븐이라는 비영리기관에서 후원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은 63년된 비영리기관으로, 한국 사회복지 분야의 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은평천사원이라는 보육원에서 시작해 장애인복지, 아동청소년,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전 생애에 걸쳐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알맞은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체 규모도 큰 편이고, 하고 있는 사업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Q. 후원자 관리는 어떤 일인가요?

후원자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후원자가 후원을 시작하고, 후원을 종료하기까지 전 과정을 트래킹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후원자가 후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뿌듯하게 느끼게 하고, 더 후원하고 싶게 만들고, 여러 후원 단체 중 엔젤스헤이븐에 가장 애착을 느끼게 하는 일입니다.

후원이 들어오면 감사하다는 전화를 드리는 일, 손편지도 보내고, 생일이면 문자도 보내고, 명절에 연락 드리는 일과 후원을 종료할 때 그동안의 후원에 감사했다고 말씀 드리는 일까지 전 과정에서 후원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감사할 일이 넘치는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하하).

가장 좋아하는 일은 후원이 들어왔을 때 감사 메시지를 작성하여 보내는 일과 우리 단체가 후원자님이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후원보고를 작성할 때에요.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걸 후원자님께 말씀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보고를 쓸 때 정말 신이 나죠.

후원자 예우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도 저의 업무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후원자님들의 상황에 맞게 직접 만나뵙기도 하고, 선물을 보내드리기도 해요. 이외에도 엔젤스헤이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후원자님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장애인권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후원자 담당 역할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있었을 수도, 우연한 계기가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그 직업, 혹은 역할을 선택하셨는지도 궁금해요.

20대 초반에는 봉사활동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양한 봉사들을 경험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사고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저는 제 사고에 변화가 생겨서 어떤 현상을 이전과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영상, 아티클 등의 기획 콘텐츠를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사회 곳곳의 이야기를 직면하게 하고, 진일보한 관점에서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보자고 말하는 닷페이스같은 단체들이 많아졌어요. 당시에는 그런 단체들이 많이 없어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하지만 임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도하지 못했고, 비영리단체의 인턴이 되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저는 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시선들이 봐주길 원했어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들을 밝히려면 비영리단체가 필요하고, 비영리단체의 비전을 이루려면 후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우리가 이야기하는 비전과 가치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새로운 모금을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후원하고 있는 후원자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길을 굳히게 된 건, 새로운 모금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후원자를 잘 관리했을 때 효과가 7배나 높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입니다. 후원자들과 소통하고 유대감을 쌓는 것이 우리의 비전을 향해 가는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Q. 후원자들을 관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싶은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제 삶의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감사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지금이 소중한 루스라고 저를 소개하는 것도 지금이 선물이라는 말에 정말 많이 공감했기 때문이에요.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하루종일 감사를 표현합니다. 말의 힘이라는 게 참 무섭죠. 감사하다는 말은 뱉는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아지거든요. 저를 밝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주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늘 이 역할을 선택한 것에 만족해요. 본받을 점이 정말 많은 후원자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건강한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최근 유독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후원자와의 에피소드는 아니고, 가까운 친구와 있었던 일입니다. 제 친구는 원래 비영리단체를 믿지 않았어요. 후원금의 사용이나 후원금을 모으는 방식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게 아닐까 해요. 근데 제가 이 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원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렇게 열심히 일해서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이 모인 곳이 비영리단체라면 후원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우리 단체에 후원을 시작했고, 몇 곳을 더 찾아 후원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 이 직업을 갖기로 했을 때 제 마음가짐이 떠오르더라고요.

 

Q. 후원자 관리를 하는 실무자로서 필수적인 역량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그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극적으로 후원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비대면 채널로도 소통할 수 있지만, 사람은 얼굴을 보고 대화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언제든 후원자와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업을 대하는 태도와 호기심이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태도와 호기심이 있다면 역량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감사하는 태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 기관/단체 사업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면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Q. 업무 외적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엔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요즘 1억모으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요즘 직장인 1억 모으기같은 콘텐츠들이 참 많이 보여요. 1억을 모은다는 목표는 같지만, 저는 조금 다른 배경에 의해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튜브 | 1억모은다_루스>
(https://www.youtube.com/channel/UCMOJLjghje13sLPjnetttiw)

저는 저를 위해 1억을 모으려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다니는 기관을 위해 1억을 모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제가 세운 기관도 아니고, 제가 특별히 물욕이 없는 사람도 아니지만, 기관을 위해 돈을 모으고 싶어요.

엔젤스헤이븐에서는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을 전부 사업비로 지출합니다. 쌓아두지 않아요.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꿈을 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들을 구상합니다. 올해는 가정밖 청소년’, ‘커뮤니티케어를 중심으로 또 새로운 일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우리가 꿈꾸는 함께하는 나눔, 따뜻한 세상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거든요. 후원에서 이탈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계속 더 넓은 차원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후원금이 늘 아슬아슬하게 지출과 딱 맞는 상태이지만, ‘돈이 없어서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나는 월급을 받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미루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기관을 위해, 더 분명하게는 약자들을 보호하고 꿈을 꾸게 하는 일에 주저함 없이 모두 나누어 주는우리 기관을 위해 후원금 1억을 모으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유튜브는 우리 기관에 대한 이야기, 우리 동료들과의 일상, 후원금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대표님과 진행한 인터뷰 등이 올라오고 있어요. 아직은 시작인 단계이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고 계시기도 하고, 영상을 올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꾸준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Q. 멋있습니다. 루스 님은 평소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언가를 깨우쳤을 때 즐거움을 느껴요. 책도 꾸준히 읽고, 유튜브로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는데요, 내가 무언가를 하나 더 알게 됐다는 것이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느끼는 커다란 기쁨의 순간입니다. 이루고 싶은 것이 간절한 마음에 깨우침의 순간들이 더해져서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고요. , 우리가 지금 하는 일에 깊이 공감하며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어주는 동료들과의 간식타임도 소소하게 즐기는 기쁨의 시간이에요.

 

Q. 비영리기관/단체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사실 비영리기관/단체에서 일하면서 얻게 되는 임금만 가지고는 서울에서 혼자 독립해 생활을 꾸려가기는 쉽지 않아요.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맞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어요.

돈도 사람도 아닌, 비전을 믿고 비영리기관/단체에서 일하기로 마음 먹으셨다면 그건 정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에요. 그렇다면, 주저없이 문을 두드려 주시길 바랍니다.

/ 이은지 기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 / 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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