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사랑한 장자크 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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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사랑한 장자크 루소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4.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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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이야기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어린 시절, 피아노 체르니를 배울 때 메트로놈에 맞추어 박자를 맞추려 했던 기억이 난다. 메트로놈(Metronome)이라는 용어는 1815년 독일인 맬첼(J. Maelzel)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빈켈(D. N. Winkel)이 개발한 장치에 눈금을 매기고 이를 영국에서 특허로 등록하여 메트로놈이라고 칭하면서 등장했다. 맬첼의 친구였던 베토벤이 메트로놈을 극찬했고,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도 이를 애용하였다고 전해진다.

메트로놈은 음악가들이 템포를 연습하는 기본적인 장치가 되었지만, 일부 음악가들은 음악의 템포를 기계적인 주기에 맞추는 것은 음악적이지 않다고 하여 메트로놈의 사용을 경멸하기도 했다고 한다.

누구나 모든 걱정과 집착,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게 해주는 좋은 방법을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나아가며 터벅터벅 성실하게 울리는 메트로놈, 다시 말해 기분 좋은 산책만큼 철학적 매력이 깊은 방법은 없다.

많은 철학자가 소박한 산책을 찬양해왔다. 산책(걷기)은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인간이 하는 운동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운동이다. 걷는 것은 단순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관절, , 근육, 신경 등이 모두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고, 이 중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정상적인 걷기가 불가능해진다.

많은 현대인들이 운동 부족으로 인해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져 있고, 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이를 실천하기에는 시간, 장소, 비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걷기는 이러한 제약을 받지 않고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다. 걷기는 속도에 따라 완보(천천히 걷기), 산보(산책 걷기), 속보(빠르게 걷기), 급보(급하게 걷기), 강보(힘차게 걷기), 경보(경기 걷기)가 있다.

철학자 중 산책을 사랑한 루소는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제대로 생각할 수 없다고 했고, 키르케 고르는 “1시간에 5km씩 걷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에 딱 좋은 속도라고 주장했다. 니체는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것은 걸으면서 나온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와 제자들은 철학을 논할 때 걷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느긋하게 걷는다는 뜻의 소유학파로 알려져 있다.

루소는 프랑스 계몽 사상가인 볼테르와 자주 어울렸는데, 그들은 1686년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커피숍인 카페 르 프로코프의 단골손님이었다. 볼테르가 진한 터키쉬 커피를 좋아한 반면, 루소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카페 올레를 즐겼다고 한다. 커피의 선택만 봐도 각 개인의 취향과 성품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카페 내부에는 250여 년 전 둘이 자주 앉았다는 테이블이 아직도 보관·전시되어 있다.

루소는 커피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커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었다고 한다. 루소와 소설가 베르나르 댕드 생 피에르가 나눈 대화 중 커피 볶는 향에 관한 것이 나온다. 루소는 커피 볶는 향을 좋아한다며 사람들 중 일부는 커피 볶는 향을 싫어해 문을 닫지만, 나는 마음의 문을 열어 놓는다라고 말했다. 루소가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예이다.

루소는 사망하던 날 평소처럼 이른 아침 산책을 하고 아내인 테레즈와 집에 돌아와 카페 올레를 마시려 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쓰러졌다. 숨을 거두는 순간 그는 , 이제 더 이상 커피 잔을 들 수 없구나라는 말을 남겼다. 정말 커피 애호가였음을 알 수 있다.

산책은 마음을 끌어당기는 푸른 초목과 하늘, 상쾌한 바람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기 위해 자기 삶을 내려놓는 행위이다. 어딘가를 향해 가거나 무슨 일을 하러 나가는 것은 산책이 아니다. 산책은 발 디딘 적이 없는 곳으로 향하는 일시적 방랑 상태다.

삶이 답답하고 생각이 꽉 막힌 기분일 때는 산책을 나가 보자. 마침 산책하기 좋은 봄이다. 자신에게 맞는 산책(걷기)을 통해 싱그러움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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