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극단적 선택인가?
상태바
왜 극단적 선택인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5.10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끄는 일이 있을 때마다 따라 다니는 현상 중의 하나가 극단적 선택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을 다른 말로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른다. 최근의 정치적 큰 사건들이 그랬고, 저명인사들의 스캔들이 있을 때도 그랬으며, 유명 연예인들의 부침에서도 보아 왔다. 별 생각 없이 사는 우리와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슨 큰 일이 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한 번뿐인 목숨을 끊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우리에게 알려지고 기억되는 대부분의 극단적 선택은 유명인들이다. 왜 유명하게 된 분들이 저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일까?

 

물질적 풍요에 비해 정신적 피폐가 주요 원인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오늘 하루도 우리 주위에서는 3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40분에 한 명씩이다. 1년이면 무려 13,800명이다. OECD 국가에서 자살률 단연 1위다. 연령층으로 보면 노인층이 가장 높고, 자살 숫자로 보면 40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10대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보다 남자들의 자살률이 2.4배 높고, 자살의 수단으로는 목을 매는 경우가 50%로 가장 많으며, 선택을 하는 장소는 집이 가장 많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이 숫자는 자살을 실제로 시도해서 실제 목숨을 잃은 경우이고,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아서 1년에 약 500만 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약 200만 명이 자살을 실제 계획한 적이 있으며, 자살을 실제로 시도하는 경우도 실제 목숨을 잃는 경우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놀라운 현상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위에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계획하거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엄청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의 특징 중의 하나는 모방 자살률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 직후에는 일반인들의 자살 시도가 급격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사회적 저명인사, 그 중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모방 성향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인 자살을 할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 원인은 우울증 등 정신과적 원인이 38%로 가장 높고,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31%, 경제적 문제가 10%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은 왜 우리나라 자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독 이렇게 높을까? 1990년대만 해도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는데, 지금은 그 국가들은 낮아졌고 우리나라가 1위가 되었다. 현재도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밝혀진 일반적인 자살 원인들은 아마 다른 나라들도 비슷할 것 같은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왜 하필 우리나라만 유독 자살률이 높냐는 것이다. 정신병적인 원인이나 대인관계, 경제적 문제 등은 국가 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세계화된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할 것이고, 오히려 삶의 조건이나 환경은 우리나라가 더 좋을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우리나라가 이렇게 높은 것일까?

첫째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원인으로 급속한 경제 발전과 성장에 따른 급격한 변화가 주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50~70세대는 어린 시절과 지금의 우리나라 여건을 비교하면 아마 세계 최빈국의 삶과 세계 최부국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50~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소득수준의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2020년대 한류가 세계를 지배하는 10대 경제대국의 국민으로 노후를 살고 있다.

너무 급격한 변화에 삶의 환경과 가치관도 계속 변화하여 왔다. 한 마디로 정신이 없었다. 지나친 물질 만능과 성공 지상주의로 정신없이 살아왔다. 성공도 많이 했지만 벌어진 빈부격차로 사회 갈등과 인간관계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삶은 오히려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변화 적응과 스트레스, 갈등 지수가 높아졌다.

둘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나친 경쟁과 사회적 압박 때문이다.

국가가 발전하면서, 사회와 조직이 커지면서 효율과 능률이 지배적 가치가 되고 인간은 그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무한 성공을 향한 맹목적 질주는 인간적 가치를 파괴하였다. 사람이 수단이고 성공과 물질이 목적이 되었다. 학교 때부터 경쟁과 서열화가 일상화되어 왔다. 외국인들은 이러한 한국 사람들을 보고 놀라워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서양을 지루한 천국(Boring Heaven)’이라고 부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Exciting Hell)’이라고 부른다.

 

삶과 생명, 죽음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세 번째 원인은 삶과 생명, 죽음에 대한 몰이해다. 다른 말로 왜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가치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위 실제 자살 사례를 보면, “저 정도의 문제나 어려움으로 왜 자살을 하지? 자기 나라 사람들 같으면 저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좋게 해결했을 텐데 왜 굳이 자살까지 하지?”라고 반응한다.

핀란드와 같은 나라들이 90년대 자살률 1위 국가에서 그 후 낮아진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생명과 죽음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의 고귀함과 의미, 자살이 가지고 오는 폐해, 올바른 죽음의 의미와 가치 등에 대해 교육을 통해 제대로 인식하면서 사람들의 자살률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자살이라는 행위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행위라고 한다.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는 행위는 다른 어떤 생명체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또한 자살은 개인적으로나 가족관계 등으로 보더라도 인간으로서 가장 비극적인 선택이지만 국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해악이다. 정부에서도 앞으로 자살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나 제도를 시행하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대책은 국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삶과 생명,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존귀한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죽느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확실하게 정해지면 평소의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이 두 가지에 대해 방향을 잡으면 자살은 절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특히 청소년부터 생명과 죽음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다.

----------------------------------------------

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스타트업혁신본부 본부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