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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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5.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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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 문화기호읽기 3
노진화 박사(밸류커뮤니케이션 대표)

그때는 맞았던 것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18세기 영국 남부 롱본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베넷 가()는 아들이 없다. 한정 상속제는 장자가 아니면 상속받지 못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들의 토지는 친척 콜린에게 유산될 예정이었다. 베넷 부인은 다섯 딸들을 부자에게 출가시키는 것이 인생 최대의 숙제다. “시집을 잘 가는 걸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메리튼 무도회는 남녀가 만날 기회였다. 남성들은 사교적으로 춤을 권하고, 여성들은 선택받기 위해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춤의 횟수는 곧 관심의 표시였다. 여성들은 선택되기만 하면 결혼이 성사되고 사회적 지위와 신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 이사 온 부자 빙리와 친구 다아시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베넷 가 첫째 딸 제인에게 빙리는 두 번이나 춤을 청했다. 그러나 둘째 딸 엘리자베스에게 춤을 권하는 남자는 드물었다. 다아시는 남자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여성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무례하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내 자존심을 건드리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오만을 쉽게 용서할 수 있었을 거야.”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을 통해 사회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남녀의 성, 외모, 옷차림, 문화 및 재산 상속 등의 수단으로 여겨졌던 시대의 보편적 가치가 변화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림 1] 1813, 「오만과 편견」, 토마스 에저턴, 화이트홀

사회 보편적 가치

소설의 첫 문장은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로 시작된다. ‘진리라는 단어는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한다. 이는 한 사회가 옳다고 인정하는 준거점이 된다.

18~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근대화를 완성해가던 과도기적 시기였다. 소설에서 남자는 지위, 강인함, 책임감, 적극적인 데다가 조목조목 따질 줄도 알아야 하고, 친절하고 배려심도 깊어야 했다.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떠나면 금세 잊어버릴 수도 있는 존재였다. 특히, 다아시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교양있는 여성은 여성으로서 아름다움, 음악, 노래, , 몇 가지 외국어까지 보통 사람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야 했다. 그 모든 걸 갖추고도 다방면의 독서를 통해 지성을 계발하고 실속있는 내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베넷 가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저항했다. “저로서는 그런 교양있는 여성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의 행동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교활한 행위라며 비난받는다.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평등한 동반자적 결혼과 외적 가치가 아닌 개인적 가치, 억압이 아닌 동등한 관계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아직도 변하지 않는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2의 성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만들어졌다.

 

고정관념과 시스템적 사고

우리가 어떤 상황을 해석하는 것은 인지적 행위이자 판단이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터득된 생존의 기제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애를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기뻐하기보다 뿌리깊은 혐오감을 드러냈다.

다아시는 변론했다. “저에 대한 견해군요. 바로 저에 대한 평가고! …… (중략) ……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좋지 않은 인상이 단단한 혐오감으로 자리 잡았다고나 할까요?”

엘리자베스의 혐오감은 다아시를 통해 본,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불공정성이었을 것이다.

어떠한 자극에 대해 무의식적이고 빠르게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을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시대의 고정관념이 점차 자신의 집단을 타 집단과 구분하고,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려는 외집단 동질성으로 나타나면 문제가 된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 더 긍정적이고, 편견이라도 집단 다수가 포용하는 규범이라면 동조하고 방어기제를 쌓는다. 진실은 자기편이다. 타인의 진실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니얼 커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행동을 뇌 시스템 1, 2로 설명한다. 시스템 1은 어림짐작과 편향은 무의식적 고정관념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보편적 진리는 옳다고 인식한다.

시스템 2는 의식적 기억이다. 의식은 특정 범주 안에서 해석하고 평가된다. 시스템 2의 게으른 뇌는 복잡한 생각을 할 때 자동 반응과 그것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갈등으로 나타난다. 감정적 대화는 모든 정보가 무시된다. 때문에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신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맞지만 또 변해가야 할 것들

대중문화는 여전히 가부장적 프레임을 광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내고, 많은 전문가는 사회, 경제, 문화 현상을 공식으로 설명하지만 변수를 숨긴다. 강화된 메시지는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 디지털 사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 다른 고정관념을 재매개화하고 있다.

미디어는 19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소년들에게 성공을 강요하고, 빨리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소녀들에게는 여자답고 얌전한 현모양처를 요구했다. 동화 속 왕자는 멋있고 공주는 예뻤다. 대중가요 가사에도 남자는 강인하고 자유롭지만 여자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용감하지 않은 왕자와 예쁘지 않은 공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중가요는 남녀 정체성을 넘어 독립된 주체를 노래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영웅은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뀌고, 세상을 구하는 용감한 여성 영웅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주의의 헤게모니 속에 양성 평등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우리의 삶은 극단의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인간이 인격적 주체로서 기회와 선택이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슬라예보 지젝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를 벗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바른 역사적 인식, 타인에 대한 공감과 상상력, 객관적인 용기가 필요하다. 시대의 고정관념을 논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담론이 많아지면 다음 세대는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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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는…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밸류커뮤니케이션 대표(現)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 &인지기호 LAB 연구원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realroji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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