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해야 합니다
상태바
일하는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해야 합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6.27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초대석 /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최근 대형 산업재해가 빈발해 산재예방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산재예방과 안전보건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 바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다. 1987년에 설립된 산재예방 전문 공공기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업주가 재해예방에 힘쓰도록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술지도, 연구개발, 재정지원, 교육 및 안전보건진단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안종주 이사장을 만나 공단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인재 채용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올해 1월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취임하시고 약 6개월이 지났는데요. 취임 이후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취임 이후의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취임 바로 다음날인 111일에 광주광역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이자 설 연휴 첫날에는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 토사 붕괴로 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긴급히 사고현장을 찾아 산업재해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승강기 추락사고, 창원·김해 등지에서 발생한 유독성 세척액 집단 급성중독사고, 울산 석유화학공장 폭발사고 등이 이어져, 사고현장 조사와 사고수습 등으로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 중대재해들은 공단에서 산재예방의 첫발을 내딛는 저에게 정신을 바짝 차려 산재예방에 열과 성을 다하라는 죽비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단을 떠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단 한 명의 노동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이사장님은 서울대 산업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이자, 일간지 과학의학 및 환경보건 전문기자로도 활약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경험담이 있으시다면?

1988년에 제가 <한겨레신문> 기자였는데, 당시 원진레이온의 이황화탄소 중독 피해에 대한 특종 보도로 직업병의 위험성을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원진레이온 퇴사 노동자 가운데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같은 부서 동료에게 걸려왔는데 우연히 그 내용을 듣고서 대학원 수업 때 배운 내용이 떠올라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죠.

지금 당시를 떠올려 보면,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저로 하여금 대한민국 직업병의 상징이자 사망 등 피해 노동자가 1천 명 가까이 되는 최대 참사를 세상에 알리라는 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석면 질환과 직업성 암, 화학물질 중독 등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해 탐사보도, 기획보도 등을 통해 줄기차게 사회에 경고해 왔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최근 산업현장에서 이와 같은 유형의 직업병들이 핵심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람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Q. 산업현장의 대형사고들은 대부분 후진적인 산재사고인데요. 우리 일터에 이러한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중대재해를 포함해 모든 산재는 특별한 일터에서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한 근로자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깊이 자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산재와 같이 안 좋은 일이 우리 일터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산재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주요 이유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늘 어디서나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사업주는 내 자식이나 자신이 그 일터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하고 안전장치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는 데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사업주든, 근로자든 사전 안전 확보 없이는 일을 시키지도, 일을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모든 일터에서 적용되어야 합니다. 시키니까 일하고 비용과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수칙이나 안전매뉴얼을 무시하는 전근대적 관행이 더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면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의 경제 수준과 국가적 위상에 걸맞게끔 생명에 대한 인식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Q.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일터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의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법입니다. 이 법은 기업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주로 각인됐지만, 실제로는 경영책임자가 안전을 기업경영의 핵심에 두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책임자는 사전에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법 시행에 따라, 일터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일부 기업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인력과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여전히 후진적 사고와 재해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기업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노동자 생명보호에 힘쓰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잘 정착되도록 노력한다면, 그동안의 산업재해 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일터의 안전보건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Q. 공단은 그동안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는 패트롤 사업등을 통해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산재예방 사업을 추진하실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추진해온 정기적 또는 불시에 현장을 점검하는 패트롤 사업은 그 사업장은 물론이고 다른 일터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주어 좋은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를 포함해 산재가 발생하는 일터는 너무나 많고 전국적으로 산재되어 있어 패트롤만으로 사망사고를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따라서 산재예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보건이라는 양 날개가 필요합니다. 건설업과 제조업의 산재 다발 분야인 추락과 끼임에 대한 순찰점검과 함께, 직업성 질환 예방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28명인 반면, 질병으로 숨진 사람은 424명이 더 많은 1,252명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공단은 올해 산업보건 분야에 대한 관리 기능을 강화해 전국 6개 광역시와 경기도 지역에 산업보건센터 조직을 신설하고, 지역 내 산업보건 이슈에 신속히 대응토록 하였습니다. 향후, 산재예방이란 새가 멀리, 지속가능하게 날 수 있도록 안전과 보건의 양축을 균형감 있게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Q. 7월 첫째 주가 안전보건 분야의 의미 있는 주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행사도 마련하신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정부는 7월 첫째 주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으로 정하고 노사는 물론 일반시민에게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1968년부터 시작된 강조주간행사는 올해 55회째인데요.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주제로 5일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에서 열립니다. 74산재예방에 공이 큰 유공자를 시상하는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국내외 최신 안전장비와 제품을 선보이는 국제안전보건 전시회’, 안전보건 정책 및 기술 세미나우수사례 발표대회등이 8일까지 다채롭게 진행됩니다. 이 행사는 국내 안전보건 분야 최대 행사입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그동안 비대면 위주로 진행되었던 행사가 2년 만에 대면 행사로 본격 개최됩니다.

산업현장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안전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준비했습니다. 안전 관련 이야기와 공연인 안전문화 토크 콘서트77일 열리며, 국제안전보건전시관에서는 안전관련 VR(가상현실) 체험과 대기업과 미래 안전보건 인력(대학생 등)과의 소통의 장이 마련되는 등 다채로운 참여형 이벤트가 열립니다. 모두 안전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에서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공단이 올해 실시하는 채용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채용 내용과 채용 시 주안점 등 안전보건 분야에 관심 있는 지원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 공단은 신입직과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7월 초에 경력직을, 8월 초에는 신입직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채용규모는 190명으로 경력직 27, 신입직 163명을 채용합니다. 올해 경력직은 서류와 면접심사 전형으로, 신입직은 서류 및 필기시험, 면접심사 전형을 통해 뽑습니다.

서류심사는 입사지원 시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토록 하여 지원자의 역량과 경험, 능력 등을 판단해 선발합니다. 필기시험은 응시자의 기본 직무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직업기초능력과 영어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요. 면접심사는 분야별 내외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구성하여 전문지식, 발전가능성 등의 직무역량과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 및 열정 등 응시자의 포괄적인 가치 적합 역량을 통합하여 선발합니다. 우리 공단은 이번 채용에 사회적 균형을 고려하여 지역인재, 장애인, 보훈, 고졸자만 지원 가능한 전형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공단에서 근무하기 위해 요구되는 인재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 공단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기관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단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인재상은 전문성, 고객, 혁신, 헌신, 청렴성, 소통을 지향하는 재해예방 전문가입니다.

구체적으로, ‘전문성은 안전보건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총체적 역량을, ‘고객은 최우선 가치인 고객에게 헌신적인 노력을, ‘혁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는 정신을, ‘헌신은 공공기관으로서 국가에 대한 봉사를, ‘청렴성은 윤리의식에 기초한 성실성을, ‘소통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열정을 의미합니다. 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소양을 잘 쌓아 공단에 꼭 필요한 역량 있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사장님의 안전철학 또는 일터 안전을 위한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재해는 일터와 우리 사회의 노력 정도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함과 안전수칙과 안전매뉴얼을 무시하는 관행, 이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기업문화 등이 지속된다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과 인식이 바뀌고, 안전을 소홀히 하는 문화가 개선될 때 진정한 일터 안전의 선진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사업주는 안전이 곧 기업의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일터에서는 단 한 명의 근로자라도 일을 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을 지녀야 합니다. 근로자도 일터의 안전은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인식하고, 안전조치가 필요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후 관리감독자에게 알리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산업안전은 현장에서 잘 작동되어야 예방도 되고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산업현장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안전이 작동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현장을 보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막아야만 하는 사고가 많습니다. 사고는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공단은 앞으로 산업재해 예방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인터뷰 / 조운희 편집인 good@hkrecruit.co.kr

정리 / 이은지 기자 job@hkrecruit.co.kr

사진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He is

<학력>

1975년 경남고등학교 졸업

1979년 서울대학교 미생물학 학사

1993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

2004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 박사

<주요경력>

19833월 서울신문 과학의학 전문기자

19884월 한겨레신문 환경보건 전문기자

1988년 직업병 원진레이온, 석면질환 대한민국 최초보도 언론인

20046월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건강지원상임이사

20171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겸 안심사회소분과장

20183월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 위원(비상임)

20189월 단국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201812월 서울시 안전명예시장 및 안전자문단장

20221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상벌사항>

1997년 대통령 표창

1998년 녹십자언론문화상(대한의사협회)

2012년 환경부장관 표창

<주요저서>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2020), 빼앗긴 숨(2016), 위험 증폭 사회(2012), 침묵의 살인자 석면(200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