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콘플릭투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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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콘플릭투스(1)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7.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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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직장인들은 85%가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28%는 업무 때문이고, 72%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은 싫어도 버틸 수 있는데 사람 싫은 것은 버틸 수 없다고 한다. 조직에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사람들 간 문제를 확대해 보면 더 심각하다. 가깝게는 가족 간, 친한 친구 간, 나아가 조직 간, 노사 간, 계층 간, 지역 간, 나아가 국가 간 대립으로 이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좋은 관계보다 좋지 않은 관계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인간 갈등의 원인 4가지

사람들 간, 조직 간, 지역 간, 국가 간 이러한 대립관계를 갈등이라고 부른다. 갈등은 한자로 葛藤으로 쓴다. 칡나무 갈 자와 등나무 등 자다. , 갈등은 칡넝쿨과 등나무로 만들어진 말이다. 칡나무와 등나무는 넝쿨 식물로 서로 엉키는 속성을 갖는다. 스스로 자라기보다는 다른 식물과 엉켜서 자란다. 사람과 비슷하다. 서로 의존하고 상호 영향을 끼친다.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이미 고대의 현자들은 인간은 갈등의 동물이다(Homo Conflictus)’라고 설파하였다. 인간사에 있어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왜 갈등의 동물인가? 화합하며 오손도손 살 수는 없는가?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보다 뛰어나고 위대하여 지금까지 승자(承者), 적자(適者)로 잘 생존 군림해 왔는데, 왜 자기들끼리 싸우는가?

우선 사람들은 각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서로가 다르고 차이가 난다. 갈등의 시작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서로 다투고 싸우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고, 서로 싸워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긴 전쟁의 역사를 통해 터득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후천적 교육일 뿐이고, 우리 내면의 깊은 바닥에는 원래의 다름이 존재한다. 화가 나거나 상황이 급박하거나 본분을 잠시 망각하면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심리학 실험에서도 인간은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하여 마음을 열고 동료로 인식하기보다는,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하고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 반응이라고 한다.

인간은 내면적으로 끝없이 편 가르기를 한다고 한다. 100명의 사람들이 한 그룹으로 모이면 그 안에서 반드시 어떤 기준(나이, 성별, 지연, 학연, 취미, 특기 등)으로 비슷한 사람끼리 다시 모이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고, 다시 그 사람들은 고향이 같은 사람들로 나눠서 모이고, 다시 취미가 같은 사람들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 혼자 남을 때까지 편을 가르고 심지어 부부가 한 이불 밑에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서로 편 가르기를 하면서 자기편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종의 적으로 인식하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뒷담화가 일반화된다. 상대가 그 자리에 없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뒷담화라고 한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의 일반 대화에서 뒷담화는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서로 만나서 하는 대화의 많은 비중이 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보다 남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 때 쾌감과 함께 유대감을 얻게 된다.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같은 편이라는 동료의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열등감이 있거나 자신감이 낮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인류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뒷담화라고 할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는데, 결국 남의 대한 뒷담화도 갈등의 불씨가 된다.

두 번째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서로 간 경쟁관계인 경우다. 사회가 현대화, 산업화되고 도시화되면서 인간들은 제한된 자원과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아마 현대 직장이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다. 승진, 보상, 기회, 미래를 위해 서로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과 대결, 갈등이 불가피하다. 인간 본연의 1차적 갈등에 비해 2차적 사회적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경제가 어려워지고 삶의 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심해지는 갈등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활동이 제한되고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러한 갈등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편리한 디지털 시대, 인간 소외 현상 더 심해져

세 번째는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갈등이지만 예를 들면 금방 이해를 할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주위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눈을 감고 솔직히 생각해 보자.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배우자가 가장 흔한 대답이었다. 그 다음 자식과 부모, 친척, 그리고 직장의 상사나 동료가 그 다음 빈도의 대답이었다. 여러분의 상황은 다를지 모르지만 대개의 경우 앞의 경우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왜 여러분과 가장 가까이, 가장 자주 보고 살아야 할 위치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을까?

그 이유는 너무 가깝게 지내기 때문이다. 가까이 지내면 서로에게 의지하는 바가 많아지고, 상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된다. 상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진다는 것이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오랜 경험이다. 또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들보다 자신을 보다 더 잘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함부로 행동함으로써 관계가 악화되거나 권태감을 초래할 수 있다. 배우자, 자식, 부모, 직장의 상사나 동료를 상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인간의 가장 비극적인 모습이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더 친근하게 스트레스 없이 협력하며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 다음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간 소외 현상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와 AI, 로봇과 자율화로 인간의 소통과 생활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편리해지고 빨라지고 있는데, 인간은 점점 소외감을 느끼고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이 요즈음의 실상이다. 데이터가 넘치고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 알 필요도 없는 것까지 알게 되지만, 정작 소통은 잘 되지 않고 끼리끼리의 소통으로 왜곡과 갈등은 더 심해지는 시대이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연결되는 소통은 오해가 쉽고 의견이 다른 상대 그룹의 사람들과는 아예 서로 차단되어 소통이 점점 더 멀어지고 갈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편리한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이롭게도 하지만 더 소외시키고 더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시끄럽게, 서로 비난하며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며 살아야 하는가? 평생을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직장에서 계속 사람이 싫어서 떠다녀야 하는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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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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