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그 자체로 휴식이고, 행복이고, 희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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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그 자체로 휴식이고, 행복이고, 희망이에요!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7.29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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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정우주 작곡가

작곡가 정우주를 만났다. 생계를 위한 일과 하고 싶은 일 간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고되게 느껴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단 1시간이 있어 두 눈이 반짝인다. 듣는 이들에게 파워풀한 에너지와 따뜻한 힘을 전달하는 음악을 만들어 성공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곧 빛을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남 광주에서 작곡가라는 꿈을 안고 상경한 지 3년차, 음악을 만드는 사람, 정우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무살의 나이에 보육원에서 퇴소하고 보호종료 7년차가 된 자립준비청년 정우주입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와 작곡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Q. 우주 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택배부터 홀서빙, 주방 아르바이트 등 여러 직종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지금은 작은 심야식당에서 일을 돕고 있어요.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작곡 작업을 하는 것이 주된 일상입니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종종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요.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 살고 있는 요즘이에요. 생계와 꿈 모두 놓칠 수 없어 피곤하고 지칠 때도 있지만, 고향에서 서울에 올라온 이유를 떠올리면서, 놓치지 않고 음악 작업을 이어나가려고 시간을 쪼개 쓰며 노력하고 있어요.

 

Q. 음악을 만들러 서울로 올라오셨군요. 어떤 계기로 작곡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우주 님께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나 우연한 기회가 있었나요?

작곡이라는 꿈이 생겼던 날이 기억나요. 고등학교에서 전자기계를 전공했어요.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아서 많이 괴로웠어요. 대기업 공장으로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선택한 학과였고, 학교를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에도 매달렸지만, 흥미도 재미도 없으니 능률이 오르지 않더라고요. 점차 도태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나면 졸업을 하게 될 테고, 졸업을 하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두려움과 괴로움이 커졌죠. 그 때 많이 우울했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늘 엎드려 잠을 잤고, 점심시간에도 잘 깨어나지 못해서 몇 안 되는 친구들이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학교가 끝나고 나면 바로 시설로 돌아가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공원, 거리를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어요. 제가 느끼는 불안감을 이야기할 곳도 없었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정 때문에 많이 답답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보육원에서 지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여럿 있었지만,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불을 끄고 누워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핸드폰으로 음악 듣던 시간들이에요. 귀로 들어오는 선율들이 제 마음 안의 걱정과 불안들을 밀어내는 것 같았거든요. 걱정과 불안을 밀어내면서 제 상상력을 건드렸던 탓인지,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을 늘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 보육원에는 학교도 안 나가고 작곡에 심취한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저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그래도 학교는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친구가 훨씬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교에 가서 엎드려 자기만 했으니까요(웃음).

어느 날 그 친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추천해줬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EDM 아티스트들의 곡이었죠. 그날도 어김없이 자기 전 음악을 들으려고 친구가 추천한 음악들을 재생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소리도 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심장이 평소보다 더 세차게 뛰더라고요. 뭔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더니 이거다싶었어요. 노래 실력이 출중하진 않지만, 작곡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샘솟았어요. 돌이켜보니,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날이 꿈을 품기 시작했던 날이에요.

Q. 전문적인 작곡 교육을 제공하는 곳에서 음악을 배워보신 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작곡을 배우고 작업하고 계신 건지요?

성인이 되면서 보육원을 나오게 되었어요. 혼자 살려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EDM을 들려줬던 친구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자립준비청년 둘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 작업을 같이 해보자는 의지 하나로, 지하방을 얻어서 셀프로 공사하고, 작업실 겸 숙소를 꾸몄어요. 하루 세 끼 라면만 먹어도 가득한 열정 덕분에 행복했어요.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도 힘이 되었고,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 덕분에 더 음악에 매달릴 수 있었어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죠.

그런데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잖아요. 그래서 유튜브를 보고, 미디(MIDI) 강좌나 노하우를 들었어요. 작곡 프로그램들도 나오면서 독학으로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지만, 자료는 한글로 된 게 별로 없던 시절이라 영어 공부도 함께해야 하는 게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하하).

영상에서 움직이는 마우스를 그대로 따라가며 클릭하며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음악에만 매달리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몇 개월 후에는 수중에 돈이 똑 떨어졌어요. 그래서 한 달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시작했던 알바가 직업이 되어버렸고, 직장인으로 3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불의의 사고가 났어요. 살던 집에 불이 났던 거죠. 모든 것이 불에 탔어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다시 한 번 작곡에 도전해보자’, ‘언제든 갈 수 있는 인생이고, 작곡이라는 꿈 자체가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한다면, 결말을 읽어보지도 못한 채 서른을 마주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이요. 작곡가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서울살이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은 작곡 작업 자체에는 익숙해졌고, 음악의 기본기 등을 강좌를 통해 배우면서 작곡을 하고 있어요. 물론, 작곡을 하는 시간보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요(웃음).

 

Q.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지만, 특히 파티 음악을 좋아합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DJ 프로듀서가 되는 게 최종 목표예요. 강렬한 에너지와 힘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장르의 곡이든 곡이 사람에게 미치는 힘이 엄청나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을 듣는 단 몇 분만으로도 기분이 좌우되기도 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파워풀한 에너지와 뜨거운 응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Q. 작곡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고충인지 궁금해요. 어떤 순간이 가장 힘드신가요?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을 때 가장 힘들어요. 음악뿐 아니라 예술 계열에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겪는 고민일 텐데요. 하고 싶은 일로는 지금 현재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에 갈증을 느낄 때가 많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돈을 벌고 있어 생활에 어려움은 없지만, 언제까지 좋아하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 걸까 막막할 때가 있어요. 그때는 좀 힘들죠.

 

Q. 힘들지만 우주 님이 계속해서 음악을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작곡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던 그 날이 잊혀지지 않아요. 지금도 아주 선명해요.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는 기대감과 행복감에 설렜거든요. 지금의 현실 속에서는 언제나 기대감, 행복감만을 느끼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음악은 그 자체로 저에게 휴식이고, 행복이고, 희망이에요. 그래서인지 돈이 되고 안 되고와 관계없이 음악 작업을 할 때는 늘 행복해요(웃음).

 

Q. 요즘 소확행이 유행인데, 우주님 만의 소확행순간이 있다면?

작업을 하다 보면 잘 안 풀리는 순간들이 있어요. 제가 취미로 칵테일을 하는데, 일이 잘 안 풀릴 때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면서 좀 쉬어가요. 그때는 정말 저만의 행복감이 차올라오는 거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곡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작년 말에 했던 작업 중에 기억에 남는 곡이 있어요. 한화생명,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맘스케어 리사운드 캠페인송을 제작했던 건데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없는 보육사 선생님들의 마음을 담은 AI 자장가 2곡과 제가 작곡한 자장가 3곡이 실렸어요. 모든 음원 수익은 보육원 영아의 양육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했던 캠페인이었고, 저도 작업을 하면서 보육원 어린이들의 자장가로 내 노래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뭉클하기도 해서 기억이 많이 남아요. 그리고 현재는 새롭게 선보일 미니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Q. 음악 작업을 하면서 늘 마음에 새겨두는 생각이나 인생에서의 철학이 있으시다면요?

제가 만든 노래를 기다려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계속 노래를 만들자는 게 저의 철학이에요. 아주 소수의 사람이라도 제가 음악에 담은 것을 느끼고 있다면, 제 작업 자체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Q. 우주 님처럼 취업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는, 특히 음악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응원의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도 아직 잘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언제나 자신감을 잃지 마시길 바라요. 절대 포기하거나 주눅 들지 말고, 누군가는 나의 창작물에 공감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하다 보면 곧 빛을 보게 될 거에요. ‘무형의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인간은 잘난 인간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늘 힘내시길 바랍니다.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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