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함이 기본, 늘 진료실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는 역량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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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함이 기본, 늘 진료실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는 역량 필요해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08.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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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 | 박연희 치과위생사

치과에 가면, 환자들과의 대화에도 능숙하고 의사 옆에서 찰떡같이 진료를 돕는 치과위생사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보면 하드스킬과 소프트스킬을 모두 겸비한 만능인처럼 느껴지곤 한다. 치과위생사 근무 경력 10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치과위생사 박연희 씨를 만나 그들이 하는 일, 겪는 고충, 직업인으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치과위생사들을 꿈꾸는 이들에게 '생각보다 더 다채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응원을 잊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원에서 치과위생사로 9년째 근무 중인 박연희입니다.

 

Q. ‘치과위생사란 직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치과에 있는 간호사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진료실에서 진료 업무 협조하는 것이 가장 큰 업무에요. 하는 일이 정말 많아서 이렇게 설명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하하). 치석 제거나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예방치과 처치, 구강위생관리 교육 등을 맞춤으로 제공해 드리는 것도 치과위생사의 역할이에요.

가장 많이 하는 게 칫솔질 교육과 치실, 치간칫솔, 워터픽 등의 구강 위생관리 용품 사용법 교육이에요. 아직까지 칫솔질만으로 구강관리를 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서, 칫솔 이외의 구강 위생관리 용품을 잘 사용하실 수 있도록 사용법을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칫솔질만으로는 이와 이 사이의 닿는 면 관리가 쉽지 않거든요, 성장과 함께 이는 잘 썩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와 이 사이가 위생 용품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충치가 생기기 쉬워요.

진료실뿐 아니라 데스크에서 하는 일 중 상당 부분도 치과위생사가 담당하고 있어요. 내원하시는 분들 접수도 도와 드리고, 상담도 하고, 진료 후 수납도 하고요. 업무 범위가 적지 않죠. 대부분의 치과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 특정 치료에 특화되어 있는 교정 치과나 발치만 전문으로 하는 구강외과에서는 일반 병원의 치과위생사들과 조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요.

 

Q. 치과위생사가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신지요?

수능을 보고 나서, 주변 지인으로부터 보건계열이 취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성이 경력을 지속적으로 쌓기 어려운 환경에서 치과위생사는 여성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경력을 이어나가기 적합한 일이라는 조언도 있었고요.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빠르게 취업이 되었어요. 취업이 잘된다고 하더니 사실이더라고요. 지금도 치과위생사 수요는 엄청나요. 이렇게 치과위생사가 필요하다는 치과들이 많으니, 일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경쟁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수월할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 이미 취업난이 한창이던 때라 취업이 잘 되는 과인가를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치과위생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3년제, 혹은 4년제 치위생학과에 입학을 해야 해요. 졸업 학점을 이수하고,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국가고시를 통과해 의료기사 면허를 취득해야만 치과위생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시험 합격률은 다른 보건 의료기사 직종에 비해 높은 편이에요. 필기시험 이후에 진행되는 실기시험에서는 시험관 앞에서 시연을 하는데, 그때 심리적 압박감만 잘 이겨내시면 돼요. 학교를 성실히 다녔다는 가정하에, 실기 단계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신 분들이라면 거뜬히 합격하실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Q. 치과위생사에게 필요한 역량과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꼼꼼함이 중요해요. 동시에 시야도 넓어야 하고요. 팀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지금 내 앞에 누워있는 환자만 보면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흐름에 맞춰서 각 타임의 환자들이 제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근데 사실 처음 병원에 들어오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요. 그 여유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4~5년차가 되어서 진료실 내의 팀장이 되었을 때 쯤엔 내부 상황이 훤히 보이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단번에 그려져요.

지금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팀장이 있는 직급 체계는 아니지만, 팀장과 실장이라는 직급이 있는 병원들이 있어요. 실장은 대부분의 병원에 있는 직급이고요. 팀장은 진료실 안에서 진료도 보고, 아직 연차가 쌓이지 않은 위생사 선생님들이 겪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나 어려운 부분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해서 진료실이 잘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아요.

실장을 전체 체계로 보면 팀장의 위 직급인데, 실장급부터는 진료실에만 있지 않고 데스크에서 환자 상담을 하기도 하고, 보험청구 업무를 하기도 해요. 치과 원장님과 위생사 선생님들 사이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부터 환자-의사 간 커뮤니케이션, 진료, 보험청구 업무까지 워낙 다양한 일을 해서인지 눈치가 빠르고 빠릿빠릿하신 분들이 일찍 진급하시는 것 같아요.

 

Q. 치과위생사의 직업적 전망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대체될만한 직종이 없고,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회사들처럼 직급체계가 복잡하지 않아서 진급 등 동기부여 요소가 조금 부족해 보일 수는 있지만, 전문직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비교적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아요. 필요로 하는 곳들이 워낙 많고, 어느 지역이나 치과는 있기 때문에 어딜 가도 구직이 쉽기도 하고요.

 

Q. 업무 환경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총 업무시간으로 따지면 일반 회사원들과 다를 게 없어요. 40시간 근무가 기준이거든요. 근데 치과 특성상 토요일에 4~5시간 근무하는 형태가 많아요. 대신 주중에 하루 쉬고요. 이게 저는 정말 좋더라고요. 주중에 5일 내리 일하기가 힘든데, 중간쯤 하루 쉬어주면 리프레시도 되고, 휴일이었으면 붐볐을 장소에 가서 여유를 느끼기도 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치과에서는 한 타임을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 보고 역할을 분담해 팀워크를 하는 구조에요. 보통 의사 1명에 3~4명의 치과위생사가 있고, 모두가 역할 분담을 하는 거죠. 한 타임에 환자를 3~4명 받아요. 환자가 내원하면 의사가 상담을 하고 진단을 한 뒤, 치료 계획을 세워요. 치료 계획에 선택지가 생기는데, 이때 이 선택지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일부터는 치과위생사가 담당해요. 환자가 치료에 대해 질문하면 그것에 대해 답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요. 주로 이거 아파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하시는데, 이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을 저희가 제공합니다. 이것은 한 타임 안에서 각 환자에게 배정되어 저희가 제공하고, 늦어지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면, 가서 도와주는 형태로 타임별로 진료를 진행합니다.

 

Q. 일을 하면서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파서 내원하시는 환자들을 마주하다 보니,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의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이더라도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은 긴장 상태에요. 연차가 쌓여도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예민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좀 힘들죠.

 

Q. 반면, 보람은 느끼시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섬세함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다 보니, ‘오늘 편하게 진료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해요. 늘 아프지 않게, 편히 진료를 받으시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직접 그 말씀을 해주실 때는 기분이 좋아지면서 안도감도 느끼는 것 같아요.

하나 더 말씀 드리면, 구강 위생교육을 했던 환자가 치과에 재방문했는데, 좋은 구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사는 게 고단하셔서 구강 위생관리가 힘드셨던 중년 여성 환자분을 진료했던 적이 있는데, 처음 진료받으러 오셨을 때, 열심히 구강 위생교육을 했거든요. 잇몸이나 치아는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힘들고,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드렸는데, 다음 방문 때 잇몸과 치아 상태가 정말 많이 좋아지셔서 정말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요.

Q. 일 외적인 질문도 해볼게요. 일을 하는 순간 외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시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기 이전에는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여행지에서 자유를 느끼면서 이곳저곳 다니기도 하고 푹 쉬기도 하고요. 치과위생사들이 이직을 앞두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에요. 워낙 수요가 많아서 이직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이 다른 직종보다 적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이직을 앞두고 한달 동안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여행을 못갔는데, 집에 있을 때는 늘 손 닿는 곳에 누워있는 고양이 구남이를 쓰다듬을 때 가장 행복해요.

 

Q. 향후 연희 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진료실에서만 9년째 근무하고 있어서 데스크 업무까지 할 수 있는 치과위생사가 되는 것이 가까운 목표에요. 어디에 가든, 어떤 상황이든 당황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치과위생사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 옆에서 석션만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단정 지으면 딱 거기까지만 할 수 있어요. 정말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많은 직종이라서 치과위생사가 되었으니 끝!’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어떤 길을 열어볼지 고민해보시길 바라요. 보험 청구 업무와 관련 강의를 제공하는 강사가 되는 사람도 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수가 되는 사람도 있어요.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심사평가원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보건계열 공무원으로 일할 수도 있고, 구강보건실에서 근무할 수도 있어요. 치과 마케팅 회사나 치과 컨설팅 회사에서 일할 수도 있고, 보험 관련 자격증을 따서 치과에서 해당 치료에 어떤 보험이 적용되는지 환자들과 상담하는 역할도 있고요. 치과 진료실에서 일하는 직업으로 단정 짓기에는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열려 있습니다. 어느 길이든 열려 있으니, 이 기술을 배워서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세요. 생각보다 더 다채롭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사진 / 박연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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