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콘플릭투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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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콘플릭투스(2)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2.08.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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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우리는 생각보다 남들에 대한 뒷담화를 많이 한다고 한다. 뒷담화의 주요 대상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과 사연이 많고 할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뒷담화의 주요 내용도 좋은 담화보다는 좋지 않은 담화가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사람보다 차라리 애완견이 낫다는 말도 회자된다. 사람들과는 오래 같이 지내면 반드시 갈등이 생기는데 애완견은 사람과 같이 충분한 소통은 안 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실망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는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거나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이직 사유를 들어보면 일 자체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어서라고 한다.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직장에서 사람이 싫어서 떠난다는 이 참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인류의 최대 과제이고 딜레마이다.

그래서 인류역사상 위대한 철학자나 종교 교주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왔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해법이 거의 비슷하다.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 유교의 ()’과 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고 자신을 낮추라는 덕목이다. 결국 이 선각자들도 인간의 최대 한계는 서로 간 다툼과 갈등이라고 본 것 같다. 그러나 우매한 인간들은 선각자들의 가르침에는 무관심한 채 스스로 동굴을 파고 살아간다.

 

갈등의 목소리가 분출되어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속세의 중생들 차원에서 실현가능한 갈등 해소 대책을 몇 가지 생각해 본다.

먼저, 갈등의 속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갈등은 누구에게나 생기는데 그 원인이 특정 상대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갈등도 그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면 안 된다. 상대를 탓하기 시작하면 절대 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은 상대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만이라도 이해해야 한다. 나는 옳고(right) 상대는 틀리다(wrong)가 아니라, 우리는 다르다(different)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게 되고 싸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안 되면 서로 소통하고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알고 보면 내가 오해했다는 것을, 상대가 내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확한 정보나 정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인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갖추면 많은 갈등이 예방되고 치유된다.

주위 사람들과의 갈등을 줄이는 좀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 갈등을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하고 갈등의 존재를 양성화하는 것이다. 많은 조직의 경우 조직 내에서 갈등이나 이견이 있는 것을 감추거나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 유교문화, 군사문화, 일방지시적 교육풍토 등의 영향으로 조직에서는 일관되고 하나로 통일된 의견만 존재하고 다른 목소리는 전체 조직에 좋지 않은 것이라는 편견이 매우 넓게 존재한다. 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는 조직이 좋은 조직이라고 믿는 경우가 아직 많다. 경영진의 하향식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것이 높은 생산성과 조직 성장에 필수적인 덕목으로 여겨졌다. 다양한 조직 구성원들은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고, 작은 갈등들은 그냥 묻힌다. 그러나 그것이 나중에는 치유할 수 없는 큰 사고로 터지거나 더 큰 발전을 방해하는 조직의 암 덩어리가 된다.

이제는 조직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분출되어야 한다. 시대도 바뀌었고 철학도 달라졌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조직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 구성원들은 자기 목소리의 분출을 통해 존재를 호소하고 조직의 충성심으로 이어간다. 곧 갈등이 조직의 에너지가 된다.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은 성숙하고 개인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 간 갈등도 해소되고 조직의 결속력도 높아진다.

 

갈등의 순기능을 활용하라

다음으로 사람 간 갈등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치는 당사자 간 다소의 거리를 두는 것이다. 앞에서 사람 간 갈등은 서로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너무 가까워서 생긴 일이라면 거리를 좀 둬 보자는 것이다.

한 동안 가깝게 잘 지내는 것으로 보이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다소 소원해지는 사람들을 본다. 서로가 좋아서 자주 만나고 붙어살듯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충돌을 경험하고는 급기야 헤어지거나 소원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진정으로 평생을 같이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과는 절대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라는 충고가 있다. 평생 보고 싶은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말라는 농담도 있다.

오래 자주 만나면 사람은 충돌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 갈등으로 이어지고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상대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만남의 횟수를 줄이고 다소 거리를 두자.

갈등에 대한 마지막 충고는 갈등을 조장하고 활용하자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생각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갈등이 피할 수 없는 인간적 유물이라면 잘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이른바 갈등의 순기능이다.

갈등은 나쁜 것만이 아니라 좋은 역할도 한다. 갈등이 있으면 사람과 조직은 대립과 긴장을 한다. 대립과 긴장을 통해서 상대를 경계하고 경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더 노력을 하거나 일치단결하여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거나 개인의 능력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사실 많은 조직에서 이러한 전략을 이미 구사하고 있다. 정치에서 내부 결속을 위한 외부 위기 조장이나, 기업에서 조직 긴장을 위한 경기침체론과 같은 것이다. 위기의식이 없는 조직이나 평상론으로는 조직을 움직이기가 어려운 경우, 불가피하게 외부 위기를 끌어들여 내부 위기를 키우는 수법이다. 물론 너무 자주 사용하거나 악용을 하면 부작용이 있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조직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고, 구성원들의 긴장을 높여 업무 몰입도나 성과를 제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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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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