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 팬데믹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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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팬데믹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오명철 기자
  • 승인 2022.08.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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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이야기 / 빌 게이츠(Bill Gates)
빌 게이츠 <출처: www.ted.com>

서기 6년에 로마는 화재로 큰 피해를 입습니다. 이에 대응해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이례적인 일을 합니다. 로마 제국 역사상 없던 상시 소방대를 구축하였죠. 그는 개인만의 힘으로는 화재에서 안전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공동체의 도움이 필요한 일임을 알았죠. 누군가의 집에 불이 나면 다른 사람들의 집도 위험해지기 때문이죠.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겪은 건 전 세계로 퍼진 끔찍한 화재와 같습니다. 코로나로 수백만 명이 죽었고 경제는 뿌리째 흔들렸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합니다. 코로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빈부의 보건 불평등을 악화시켰고, 생존 여부는 개인의 소득이나 인종 혹은 주거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 다른 팬데믹이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사는 세상 말이죠.

 

코로나 팬데믹을 거울삼아 새로운 시스템 구축해야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잘 돌아가는 것도 많았지만 전혀 안 되는 것도 많았어요. 이 때문에 우리에게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지식이 충분합니다.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이번이 마지막 팬데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과거 로마 사람들이 한 일과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대화재 예방에 얼마나 능숙해졌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화재 예방은 이제 일상의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만약 지금 화재 경보가 울린다면 이곳의 모두는 침착하게 밖으로 대피한 후 한 곳에 모여 지침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 겁니다. 구조대가 오고 있다는 것도 알겠죠. 왜냐하면 평소에도 훈련하는 숙련된 소방관들이 많으니까요. 이런 시스템이 있어야 팬데믹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종종 팬데믹을 다룹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저는 참 대단하다 느낍니다. 전염병 발발이 감지되면 신속히, 말 그대로 며칠 안에 의사들이 파견되고 최초 발생지로 헬리콥터가 출동합니다. 장비도 제대로 갖췄고요. 발병이 감지되자마자 바로 이렇게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이런 팀이나 자원이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새롭게 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GERM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네요. GERM은 세계 감염병 대응 및 동원의 약자입니다. 정규 직원으로 구성되며 이들의 유일하고 최우선 과제는 팬데믹을 예방하는 일입니다. 제반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만드는 팀이니 각자 분야에서 전문지식도 다양하겠죠. 전염병 학자, 데이터 과학자, 물류 운송 전문가 등일 겁니다.

이 팀을 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합니다. 10억 달러가 넘는 연간 예산으로 3천 명이 넘는 사람을 고용해 이 팀에서 일하게 할 것입니다. 이 팀의 임무는 한 곳의 감염병이 세계적 대유행이 되는 것을 막는 겁니다. 팀의 업무 편성은 WHO(세계보건기구)가 할 것이고 세계 여러 지역에 주재할 것입니다. 공공 보건기관에서 근무하면서 현지 국가 인력과 긴밀히 협조할 것입니다. 나라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빈곤한 나라에 더 많은 인력이 배치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GERM팀 소속 전염병 학자가 아부자(나이지리아 수도)에 있는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일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소방관들처럼 GERM팀도 실전 대비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해요. 빠르게 대응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훈련입니다. 그래야 모두가 각자 역할을 숙지할 수 있죠. 물론, 위험한 감염병 위험이 없을 때가 있겠죠. 그러면 이 팀은 다른 감염병과 관련된 업무를 보며 팀의 전문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의료 체계는 감염병 대응의 최전방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상한 기침을 하며 병원에 오는 사람이 많아지면 GERM팀이 조사에 들어가서 감염병이 발발한 것인지, 새로운 병원체가 생겨났는지, 그 병원체의 유전자 염기 서열 등을 조사할 것입니다. 이 모든 작업에 첫 100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서 첫 100일 내에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면 사망자 중 적어도 98%는 지금 살아있을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대응한 국가들이 있긴 했어요. 호주가 좋은 예입니다. 진단검사 능력을 구축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조치 방안 등을 내놓았죠. 그래서 호주의 인구당 사망률은 다른 나라의 10분의 1일도 안 됩니다.

<출처: www.ted.com>

팬데믹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 필요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왔을 때 우리는 꼭 로마 상황 같았어요. 필요한 인력, 시스템, 도구 등이 갖춰지지 않았죠. 이제는 적절한 투자만 해준다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장비를 갖추게 될 수 있습니다.

진단의 영역에서 좋은 예는 바로 루미라(Lumira)라는 기기입니다. 이 기기를 전 세계에 퍼뜨려서 수많은 종류의 질병을 테스트할 수 있죠. 비용은 PCR 테스트의 10분의 1이고 아주 정확하고 간단한 기기입니다. 그래서 어디서든 테스트가 가능하죠.

다른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도 필요합니다. 제가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디어는 흡입 방식으로 투여하고, 감염 자체를 막고, 병원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면역 반응을 일으켜서 우리를 보호하게 할 약입니다. 진단도구나 감염 자체를 막아줄 여러 수단 등도 중요합니다. 미리 정비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백신도 필요하고요.

백신을 생각해보면 이번 팬데믹에서 기적 같았죠. 덕분에 수백만 명이 목숨을 건졌지만 백신에는 개선 여지가 아주 많습니다. 투여를 더 쉽게 만들 필요가 있어요. 팔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패치 방식이나 흡입하는 방식처럼요. 또한 애초에 감염 자체를 막아줄 백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팬데믹에서는 백신을 맞고도 감염되는 사례가 많았죠. 그리고 광범위로 작용하여 새로운 변이에도 효과적이어야 합니다. 이번 팬데믹에서는 백신이 그런 역할은 못했죠. 상시 대기 중인 공장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전 세계로 공급할 충분한 백신을 6개월 안에 생산해 더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음 팬데믹을 막기 위해 들어갈 돈은 수백억 달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비용을 이번 팬데믹과 비교해 보죠. IMF 통계에 따르면, 이번 팬데믹으로 약 14조 달러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수십조 달러를 아끼기 위해 몇 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큰 장점이 있습니다. 감염병 발발이 없을 때에도, 루미라나 향상된 백신 등은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건강 상의 엄청난 격차를 줄일 것입니다.

우리가 적절한 조치만 취한다면 COVID-19 팬데믹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고 모두가 더 건강하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www.ted.com

정리 / 오명철 기자 mcoh98@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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