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WOMAN 문미화 라네즈브랜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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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WOMAN 문미화 라네즈브랜드매니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1.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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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OWER WOMAN


“호기심이 새로운 나를 만듭니다”



문미화

라네즈브랜드매니저

초등학교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 용돈을 모아서까지 화장품을 사서 혼자 메이크업 연습을 했다는 태평양 라네즈 브랜드 매니저 문미화씨.
어렸을 때부터 유독 메이크업을 좋아해 엄마 화장품을 훔쳐 바르는 것도 모자라 용돈을 모아 화장품을 살 정도였다. 메이크업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태평양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97년, 여성으로는 처음 영업직을 택한 그녀는 영업현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2년 6개월간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거쳐 지금은 라네즈의 색조 제품 브랜드를 총괄하는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다.

“라네즈 포인트 브랜드 매니저 문미화님입니다.”
라네즈 홍보팀의 소개를 받아 자리를 함께 한 문미화씨에 대한 호칭이 대리나 과장이 아닌 ‘님’이라는 게 기자에게는 어쩐지 어색하게 들린다.
어느 정도 경력이면 최소한 직급은 갖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2개월 전부터 사내의 모든 직급체계가 없어졌어요. 사장님부터 생산 공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들이 ‘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죠.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젠 익숙해졌어요. 대부분의 사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었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아예 벌금함까지 만들어 실수할 때마다 1,000원씩 벌금을 내야 할 정도였죠. 저도 상당히 기여를 했구요.”

직원 4만여명에 이르는 큰 기업에서 이런 발상을 내놓을 만큼 자유스러운 경영 철학이 있어선지는 몰라도 신입사원 공채로 태평양에 발을 들였던 문씨 역시 처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학을 전공한 문씨가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영업파트. 물론 향후 마케팅 업무를 하기 위해 스스로 지원한 것이다. 당시 영업직은 대부분 중견 간부급 남자 직원들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이면서 그것도 신입이 영업파트에 지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화장품 상점들의 점주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태평양측에서도 여자 사원을 영업직에 배치하려던 터라 운 좋게 다른 여자 동기 2명과 함께 영업직에 발령받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영업이었지만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려면 소비자와 직접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처음 맡았던 일은 화장품 영업점주들을 직접 만나서 제품교육이나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었죠. 제가 하기 전까지는 점주들이 대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남자 직원들뿐이었는데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여직원이 본사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니 믿음이 안가는 부분이 많았나봐요.”

하지만 2년 6개월간의 영업직은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품의 장점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현장 기회가 됐다.

영업직을 떠나 그녀가 원한 부서는 입사 때부터 원했던 마케팅 부서.
라네즈 브랜드의 기초, 베이스, 컬러 메이크업 등 3개 브랜드 중 그가 맡게 된 브랜드는 컬러 메이크업이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인지라 대학 재학시절부터 메이크업 과정은 모두 찾아서 공부하고 화장품 회사에서 발간하는 잡지도 모두 섭렵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지금은 뷰티 관련 잡지가 워낙 많지만 당시만 해도 화장품 회사에서 발간하는 사내용 잡지가 관련 매체로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현장 경험을 바탕 삼아
컬러 트렌드 분석, 자사 및 경쟁사 제품 분석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컬러를 제안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이와 함께 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에서부터 다방면의 정보 습득 및 분석, 그리고 새로운 유행 경향 등을 짚어내면서 신제품이 개발되면 또 어떻게 이 브랜드를 알릴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 광고, 홍보 계획까지 맡고 있다.

한 제품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 지휘하는 셈이다. 브랜드 마케팅과 연관돼 업무 협조를 해야 하는 부서 또한 디자인실, 연구소, 홍보팀, 광고대행사 등 회사의 거의 모든 부서, 그리고 협력업체가 관여돼 있다.

처음에는 화장품과 색조에만 관심이 많았던 그였다. 하지만 실제 브랜드 마케팅이란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화장품과 패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지라 패션 트렌드 분석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화장을 할 때 어떤 옷을 입을까를 먼저 결정하고 나서 그에 맞는 색조를 선택하고 화장을 하잖아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기 전에 패션 유행을 먼저 분석합니다. 주말이면 동대문이나 쇼핑센터 등도 많이 돌아다니고 여성 전문 웹사이트도 수시로 서핑하지요.”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낸 브랜드 중 가장 인상깊은 제품은 ‘클린&컬업’ 이란 브랜드로 출시됐던 삼각 마스카라다. 마스카라에 삼각형의 개념을 처음 도입해 선보였던 제품으로 출시하자마자 50%의 판매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놀라운 반응을 얻었다.
이 제품으로 태평양은 한국능률협회 마케팅 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는 그의 부서가 히트상품 대상까지 거머쥐는 행운을 안았다.

패션 유행 분석에도 열심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직접 체크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야 하는 일인지라 문씨가 하루에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하루 평균 30~50명의 사람들과 전화로 업무를 논의해야 하는 데다 만나는 사람만도 20여명에 이른다.

모든 업무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결혼 4년차이지만 집안일은 거의 돌볼 겨를이 없다. 빨라야 8~9시가 돼야 퇴근준비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가 지금도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투자하는 건 바로 일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결혼할 때는 아예 집안일은 50:50으로 하기로 약속한 데다 다른 맞벌이 부부들과는 달리 신혼집도 남편 회사 근처에 얻었다. 처음엔 남편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이제는 상당부분 이해해 준다.

내년에 문씨가 야심차게 기대하고 있는 제품은 얼마전 출시한 새 브랜드 ‘리퀴드 루즈’다. 액체 타입의 립스틱으로 일반적인 립스틱과는 달리 입술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촉촉함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제품이다.
리퀴드 루즈에 대한 기대는 판매 목표치만도 1,000만개 이상으로 높다. 그뿐 아니라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2003년에 이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고민 중인데 그중에는 고객과 좀더 친숙해지기 위한 소비자 커뮤니티 활성화도 포함돼 있다. 일반 소비재 상품으로 소비자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게 쉽진 않지만 고객이 혜택을 얻어야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프로젝트다.

“리퀴드 루즈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와도 같아요. 정성껏 보살피고 키워서 ‘클린&컬업’에 이어 두 번째 히트상품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에 아이도 갖고 싶구요.”
2003년에는 일에 대한 포부도 누구 못지않게 많지만 이제는 아이도 낳아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도 꿈꾸고 싶다는 그의 모습이 왠지 따스하게 다가온다.

[한경리크루트 2003-01] 김지향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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