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WOMAN-고유선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상태바
POWER WOMAN-고유선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3.04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EOPLE : POWER WOMAN


실력으로 주목받는 국내 증권가의 홍일점



고유선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선 안됩니다. 나만의 전문성을 갖고 차별화된 경제지표를 내놓아야 하지요.” 메리츠증권의 홍일점 이코노미스트인 고유선 과장은 지난해 초 남들이 통상 3년 걸리는 과장 승진을 1년 앞당기면서 증권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경제학을 전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코노미스트란 직업을 갖게 됐어요. 경제학은 언뜻 보기에는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경제연구소를 떠나 실물경제와 직접 접하는 주식 시장에서는 매우 역동적이란 점이 큰 매력이에요.”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5년 7월 서강대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처음 거시경제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사회 초년생이긴 했지만 운 좋게 거시경제 분석을 담당하게 돼 탄탄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란 거시 경제지표를 예측하면서 주식시장의 큰 흐름을 짚어주는 사람으로 국내 증권사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직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코노미스트란 직업이 있어왔지만 국내서 본격적으로 정착된 건 97년 외환 위기 이후부터로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대우경제연구소 시절부터 거시 경제 분석 업무를 원해 줄곧 외길만을 걸어온 고과장은 지금도 주말 할 것 없이 일손을 놓지 않는 맹렬 여성이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지 오래지만 월별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월말이면 주말도 없이 일 속에 파묻혀 지내는 게 이제는 습관처럼 되었고 주중에도 9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변모하기 시작한 금융권인지라 지금은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경향이 상당히 사라졌지만 아직 증권가에서 여성 임원을 찾아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고과장과 같은 30대 중반의 떠오르는 우먼파워들에 거는 기대도 크다.

실력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어차피 여성, 남성을 따지지는 않지만 그동안 여성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 지금은 자기만의 색깔로 차별화된 거시 경제 지표를 내놓으면서 당당히 인정받는 고과장이지만 올초에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경제 지표를 발표했다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2003년을 전망하면서 그리 밝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회사측과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예측 적중시 보람 느껴
“주식시장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거시 경제를 다루다보면 바닥세와 상승세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한 분석을 해내야 회사 입장에서도 이익이 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시장상황이 좋을 때 좋다고 하고, 좋지 않을 때는 또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게 오랫동안 투자자들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다. 특히나 주식시장은 다른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과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자신의 예측이 정확히 맞았을 때는 말못할 쾌감을 느낀다고.

“2001년 말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주식 시장이 상승국면을 맞기 직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9.11 테러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에 단기적인 바닥신호가 보이고 있었지만 메리츠증권은 ‘사자’는 분석보고서를 발표했지요.
곧바로 2~3일만에 테러사건이 터지면서 주가가 계속 상승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당시 최고가였던 940선까지 뛰어올랐어요.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중이 제머리는 못깎는 탓일까. 부부가 모두 이코노미스트이지만 주식에 대한 투자는커녕 재테크 역시 거의 문외한 수준이라고.
“아주 소액으로 미미한 정도의 주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아요. 재테크에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운 좋게 99년에 결혼하면서 싸게 집을 하나 장만할 수 있었어요. ”

이코노미스트란 직업을 갖게 된 데 대해 그녀는 지금도 만족한다. 6년간을 몸담은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국내 거시경제 조사분석을 담당하다 대우사태로 인해 메리츠증권으로 옮기게 됐지만 오히려 그녀에게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증권사의 경우 리서치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이상은 신입사원을 이코노미스트로 채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경력자를 원하기 때문.

게다가 애널리스트 등과는 달리 거시 경제 분야이므로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치면서 탄탄한 기량을 갖춘 선배 밑에서 착실히 수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새로운 이슈가 항상 터지는 게 재밌어요. 연구소에 있을 때는 주로 정책 위주의 업무를 했었는데 증권사는 시장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롭다.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어렵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아직도 스스로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 현장에서 좀 더 많은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 여기 더해 요즘에는 많지 않은 시간임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전문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편씩 디지털타임스에 ‘알기쉬운 경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도 항상 현장의 실무 경험에 목말라 하지만 이코노미스트가 되고자 하는 후배가 있다면 무엇보다 남과는 다른 전문성을 갖추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분석을 하면 차별화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끊임없이 관심이 필요하고, 또 경제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늘 궁금증을 갖고 있어야 하며, 거기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이 바로 그녀만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한경리크루트 2003-02] 김지향 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