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전쟁-"사장님! 직원들이 가족으로 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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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사장님! 직원들이 가족으로 보입니까?"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3.0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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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 HR REPORT 인재전쟁


"사장님! 직원들이 가족으로 보입니까?"


올해도 기업의 화두는 역시‘인재’다.
기업들은 저마다 핵심인재 확보에 미래를 걸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핵심인재란 ‘확보’라기보다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옳다.
인재 확보에서부터 적재적소 배치 활용 평가 보상 육성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구성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기업은 비로소 원하는 핵심인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올해는 뭔가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일 것 같고 감사한 일들이 많아질 것만 같아 마냥 즐겁다. 새로운 리더의 등극은 많은 것을 새롭게 할 것이고 이로 인해 생길 거센 변화의 물결은 새로운 희망으로 우리를 감싸 안을 것이며 신바람을 몰고 올 것 같아 더욱 가슴 설렌다.

변혁의 물결 속에서 특별히 기업경영의 일선에 서있는 CEO, HR전문가 그리고 인사 실무자들이 생각하고 있어야 할 신년의 경영 화두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인재전쟁”이다.

지난해 연말 전경련 회장단 송년모임이 끝난 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신년 경영 화두를 묻는 질문에 “내년에도 인재육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이 핵심 우수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으며 새해에도 최고경영자들이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내부 전문인력 육성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인현장성(人賢長城)’이란 말이 있다. 당태종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의 여러 주변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자 고민 끝에 칙사를 보내 적과 직접 화친을 맺어야겠다고 생각한 뒤 이세적(李世勣)이란 인재를 선발해 적진에 보냈는데 그가 놀라운 기지를 발휘해 화친에 성공하고 돌아왔다.

그러자 태종은 이세적에게 ‘인현장성(人賢長城)’이라는 네 글자를 써주며 그 공을 치하했다고 한다. 이 글의 뜻을 풀이하자면 ‘사람이 장성보다 낫다’는 말이다.
철벽의 위용을 자랑하는 만리장성으로서도 도무지 얻을 수 없었던 국경의 평화를 뛰어난 인재 한 명의 탁월한 능력으로 이뤄낸 것을 본 당태종은 ‘인재’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인재 제일의 정사를 펼쳐 나갔다는 얘기가 있다.

기업은 곧 사람이며 기업의 성패는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21세기 디지탈 혁명, 인터넷 혁명, e비지니스의 혁명 속에서 세계를 한마당으로 뛰어야 하는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인재의 소중함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는 얘기와 함께“인재는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쓸려고 하니 쓸만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인적자원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현실 속에서 인재에 관련된 전략과 전술 부재를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재의 중요성은 성과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데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 성과가 크게 달라지며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현대 조직에서는 사람을 인적자원, 인적자산이라 한다.

인적자원으로서의 사람은 단지 숫자만을 채우며 존재하고 있는 인원이 아니고 직무를 창조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특성과 능력을 지닌 역량 있는 사람인 인재를 말한다.

맥킨지 컨설팅의 굽타 회장은 “미래는 인재확보전쟁의 시대(the war of talents)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기업이 우수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그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되는 시대다.

특별히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5%의 우수인재가 95%의 종업원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우수인재 확보는 기업의 생존 조건이라 할 것이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가치이며 그 지식은 인재에 체화(體化)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철저한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
IMF 구제금융의 위기를 넘기고 무한경쟁의 글로벌 경영시대를 맞은 기업들은 기업의 HR 전략에도 대변혁을 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철저한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인재를 충원하고 조직을 관리, 운영한다.

핵심인력 확보와 육성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열쇠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벤처기업들까지도 최고 경영자들이 앞장서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그야말로 ‘인재 전쟁’인 것이다.

‘인재전쟁’(원제 The War for Talent)이란 책은 번역판이 출간되기 전부터 국내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00년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됐던 인재전쟁 리포트는 당시 국내외 최고경영자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일부 그룹에선 이 책에 대한 독서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리고 삼성 현대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탁월한 핵심인재 확보와 차세대 핵심인재 육성에 이미 전력투구를 시작했다.
삼성은 국적불문 채용, 기존 핵심인력의 글로벌 역량 강화, 이공계 학생 지원 등 인재전략 3대 과제를 발표했고 현대자동차 LG 등은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미국 명문대학 출신의 엘리트 사냥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삼성은 일단 핵심인재를 S급 H급 A급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S급은 높은 잠재능력을 갖고 있으며 실제 업무에서도 뛰어난(Super) 성과를 올리는 인재를 말하고 H급이란 충분히 성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높은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일컫는 말로 GE가 특별한 소수의 인재들을 ‘High Potential’이라 부르며 별도 관리한 데서 따온 말이다. A급은 S급보다는 못하지만 뛰어난 성과와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핵심인재는 회사의 미래 수종(樹種)사업이 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능력을 지닌 사람 또는 경영 성과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정의 했는데, 핵심인재란 단순히 지적 능력이나 전문성이 우수한 사람만은 아니다.

혼자서는 큰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만 좋아서는 안되고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하며 리더십, 회사에 대한 충성심, 인간미, 도덕성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은 직장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자신이 회사내 핵심인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모 헤드헌팅업체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회사내 핵심인력이라는 응답자는 전체의 53.2%에 달했고 직급별로는 과장 이상의 70.5%, 대리 이하의 46.2%가 그런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비핵심인력으로 분류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남성의 51%가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다’고 답한데 비해 여성의 53.6%는 ‘더 분발하겠다’고 응답했다.

자신이 핵심인력으로 분류될 경우에 대해서는 ‘더 분발해 회사에 기여하겠다’(51.9%), ‘이전과 차이가 없을 것’(24.7%), ‘더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회사를 떠나겠다’(10.8%) 등으로 답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 경영자나 인사 담당들에게 “당신 회사의 핵심인력은 몇 %나 되는가” 라고 물어보면 대체적으로 5~7%라고 대답하고 있으니 이러한 생각의 차, 인식의 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새로운 이슈다.

그런가 하면 직장인 10명중 9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채용업체는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직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89.7%가 이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기업 비전(41.3%)과 연봉(23.4%)을 꼽는 응답자가 많았고 직장 동료와의 불화(9.9%), 복리후생(7.5%) 등의 순이었다.

최근 들어 철새처럼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새로운 직장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IMF 체제로 전통적인 직장관이 깨어진데다 변화를 좋아하는 신세대의 기본성향과 벤처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일확천금의 기회가 크게 늘어남에 따른 기대감의 상승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차별화된 새로운 HR전략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인재들이 다니던 기업을 떠나고 있다. 더 나은 보상을 위해, 더 괜찮은 조직문화를 찾아, 도전을 위해 그들은 사표를 던진다.

어떤 조직은 그런 알짜배기 인재를 잡으려고 끝이 안보이는 전쟁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조직은 자기 내부의 ‘옥’조차 눈앞에서 날려 버리면서도 전혀 아까운 줄을 모르고 있다.

핵심인재 확보 및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사람을 핵심인재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절차 없이 단순히 ‘핵심인재를 어떻게 유지 확보하고 처우해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조직내 위화감 발생은 물론이고 향후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 금전적 측면뿐 아니라 비금전적 측면에서도 고유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새로운 HR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재 확보에만 급급할 뿐 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활용하는 데는 너무나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인재 확보에서부터 적재적소 배치 활용 평가 보상 육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유기적인 전략시스템으로 이뤄져서 조직 구성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줌으로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통해서 우수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일을 수행하되 마치 취미생활을 하는 것처럼 일을 즐기며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구성원들간에 서로를 아끼며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적인 관계 속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한국적인 인사관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한국적인 인사관리의 핵심은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 가족으로서의 소속감과 자격을 소유하고 주인으로서 소명의식과 애정을 갖고 신바람나게 일하게 하는 것이며 구성원들간에 끈끈한 동료의식을 발휘하며 함께 일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가족 공동체를 중요시 여겨 왔기 때문에 우리 민족성을 반영한 가족형 인사관리 모형이 실제적인 회사 성과와 연결된 인적자원 관리의 효율 극대화를 이룰 수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필자는 인사·조직관련 컨설팅을 하다 보니 기업체로부터 의식개혁이나 조직문화, 리더십 개발 등을 위한 특강 요청을 자주 받는다. 강의 요청을 받게 되면 생산적인 강의를 위해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게 되는데 “우리 회사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부족합니다. 주인의식 좀 팍팍 주입시켜 주세요”라고 하는 주문을 사장님이나 인사책임자들로부터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장님. 사장님은 직원들이 가족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라고 물어 본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대답하기를 비싼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해 온 용병들이라는 것이다.

직원들로 하여금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주인의식이 생기는 것이지 머슴한테 아무리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노래를 불러봐야 소용없는 노릇이다.

최근 일부 기업들의 경우 매력적인 금전적 보상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고 확보한 인력에 대해서도 금전적 보상만으로 동기 부여해주면 그만이란 생각을 갖고 전형적인 관리를 하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렵게 고용한 고비용의 머슴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부려서 비싼 연봉의 몇배 성과를 얻어낼 것인가가 고민거리라는 얘기니 얼마나 살벌한 현실인가 말이다.

필자는 인사관리란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관리란 단어의 뉘앙스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 인재전략 인력계발 인재계발이란 말을 좋아한다.

이 얼마나 흐뭇하며 가슴 설레이는 단어인가? 한국적 인사관리의 궁극적인 방향은 인사관리(HRM)가 아닌 인재계발(HRD)이 목표가 돼야 한다. HRD를 위한 전략적인 HRM의 전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인재들이 금전적인 보상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문가로서 자아실현을 도모하고 보다 도전적인 업무 수행을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받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개인 성장 등 내재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인력에게는 회사에서 구체적인 육성 프로그램과 경력 개발 계획을 제시하고 용병이 아닌 한 가족으로서 소속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개인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동기부여 효과가 크다고 확신한다.

인재전쟁의 새바람은 처음으로 직장을 구하는 신입사원들이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 옮기려는 경력사원들이나, 현재의 직장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끊임없는 자기개발 노력을 통해 몸값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변화에 대응, 도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생한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경리크루트 2003-02] 신원동·한국인재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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