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 양덕근 eKC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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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인물 - 양덕근 eKCC 사장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4.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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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화제의인물


후덕한 미소를 지닌 사랑의 개척자



양덕근

eKCC 사장


2002년 1월30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에 카페 하나가 개설됐다. 이름하여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따라하기(cafe.daum.net/mbclovehouse)’.
이 카페는 1년이 지난 지금 회원수가 170명 정도로 다른 카페와 비교해 인기가 많지는 않다. 모 방송사를 통해 개그맨 신동엽과 관련 전문종사자가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집을 새로 고쳐준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간 적이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주며 삶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이 카페 역시 방송 프로그램보다 규모는 작지만 뜻이 맞는 여러 사람이 모여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집안 곳곳을 수리해주는 일을 하는 봉사모임이다.

“그동안 오직 건축자재와 집짓기에 빠져 살아왔기에 그 외의 것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을 가지고 이 카페를 열게 됐습니다. 그리고 집 전체를 고쳐드리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벽지 마루 화장실 등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나가고자 합니다.”

이 카페지킴이이자 주인공인 양덕근 이케이씨시(eKCC) 사장의 말이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1977년 2월 지금의 금강고려화학(KCC) 기획실에 입사한 양사장은 2000년 건자재 수출담당 이사를 지내고 같은 해 12월 eKCC 사장으로 취임했다.

카페 첫머리에는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솔직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아직은 경험이나 활동이 미진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양사장의 마음을 일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카페 개설이후 지금까지 50여 가구, 매달 2~3가구의 집을 수리하며 나름대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회에는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바라는 이들이 있지만 연결고리가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양사장은 자신의 활동이 성에 차지 않는다.

그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차츰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도 생겼다.
중요한 것은 카페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자청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남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양사장은 마음을 바꿔 외부에 이 일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당장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나 서로 돕고 지내며 기쁨을 나누는 세상을 만드는데 한 몫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생겼다.

“카페를 개설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 때문입니다. 예전에 생활이 무척 어려웠던 기억이 항상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성장하고 어느 정도 먹고 지낼만해지면서부터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꼭 도와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연말 보너스로 어려운 이웃 도와
양사장은 어렸을 때 보통 사람들은 꿈꾸지도 못했던 자동차가 있을 정도로 넉넉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KCC에 입사할 무렵 어머니가 병을 얻으면서 모든 재산을 병원비로 탕진하고 빚까지 지는 신세가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월급으로는 평생 이자도 내지 못할 상황이었으며 그대로 인생을 접고자 자살까지 고려했었으나 용기가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꾸준히 노력해서 빚을 갚고 신혼살림을 차리는 등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양사장은 연말 보너스가 나오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자 했고 그런 일을 오랫동안 지속해왔다고 전한다. 그리고 eKCC 사장을 맡게 됐고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를 본후 나름대로 건자재 관련 회사에 있으면서 회사에 도움이 되고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자 카페를 열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건축자재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불편함이나 잘못된 것은 없는지를 경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으며 개인에게는 집수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수리에 필요한 일부 자재들을 회사로부터 제공받고 일손은 카페 회원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했다. 회사에서 제공되는 자재는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양사장 개인 부담으로 해결했다. 카페 회원들에게는 한푼도 받지 않았다.

“우리가 현재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3,000년 전에 이미 약속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만난 사람은 죽을 때까지 A/S차원으로 도와줄 것입니다. 가진 것을 다 털어서 남을 돕는 이들도 많은데 아껴 쓰고 남은 것 가지고 베푸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커질수록 배고파지는 게 사람 욕심이다. 누구나 밥그릇은 다 가지고 있으며 단지 크기만 다를 뿐이다. 한번 그릇을 챙기기 시작하면 그룻만 더욱 커질뿐이다. 그래서 아예 그릇이 커지지 않도록 하고 작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양사장이 없지만 남을 돕는데 힘쓰는 이유다. 그는 없다는 것은 조금 불편할 뿐 생활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많이 갖고 있으면 불안해져 살기 힘들다고 전한다.

양사장은 얼마전 코트를 다리다 잘못해서 옷에 구멍을 냈다. 남들 같으면 새 코트를 마련했겠지만 그는 구멍난 곳을 손수 기워서 입고 다닌다. 한명은 군대에 있지만 대학생 자녀 둘과 부인을 거느린 한 가정의 가장인 양사장에게 남을 돕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생활을 알뜰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1만원으로 100만원어치 보람 느껴
“이 일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충분한 능력과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남 돕기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렵거나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주위에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는 이들은 못사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느낍니다.”

이와 함께 양사장은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즉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아쉬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할 때는 형언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자신에겐 1만원의 가치밖에 안되지만 남을 도왔을 땐 그 노력을 100만원보다 더 가치 있게 생각해주기 때문이다.

양사장의 이같은 신념과 생활은 회사 직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항상 홀로설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회사에서 샐러리맨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언제 급박한 순간이 닥칠지 모른다. 이에 어떤 상황이든 자신 있게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하며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설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

양사장은 “카페를 통해 남을 돕는 일을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지속할 것”이며 “그때 카페 회원수가 1만명이 되면 전업해서 직접 사이트를 운영해볼 생각”이라 말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경리크루트 2003-03] 김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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