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했다 - 하영철 쉐라톤 워커힐 호텔 조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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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했다 - 하영철 쉐라톤 워커힐 호텔 조리장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4.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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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Ⅰ : 나는 이렇게 했다


화장실서 몰래 고통 달래



하영철

쉐라톤 워커힐 호텔 조리장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진학에 실패해 재수했던 하영철 쉐라톤 워커힐 호텔 조리장은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장남이자 장손으로서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에 고민하던 어느날, 아버지 친구분이 경희 호텔대학 홍보책자를 보냈다. 호텔산업 전망이 밝으니 참고해 보라는 것이었다.

호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하씨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여러 학과 가운데 하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조리학과였다. 83년 무렵 대학에 호텔관련학과가 있었던 곳은 경희대, 세종대, 경기대 정도였고 조리학과가 있었던 곳은 경희대 뿐이었다.

이 때부터 부모님과 싸움이 시작됐다. 특히 아버지께서 “무슨 남자가 여자나 하는 조리를 하냐”며 심한 반대를 했다. 그러나 하씨는 취업전망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조리사가 될 것을 결심했고 결국 부모의 승낙을 받아 84년 경희 호텔대학 조리학과에 입학했다.

86년 아시안 게임때는 선수촌에서 각국 선수들의 급식을 담당하기도 했던 하씨는 재학시절 워커힐 호텔에서 주는 장학금이 인연이 돼 이 호텔 조리사로 입사했다. 처음엔 그릇닦기, 청소, 감자 껍질벗기기, 양파와 파 다듬기 등 조리 보조사로 일하면서 손에 물 마를 겨를 없이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하씨는 다리가 아파 화장실 변기에 앉아 쉬기도 했다며 그 순간을 회고했다.

하씨는 17년 동안 일을 해오면서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며 조리사가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더 바랄 것이 있다면 후배조리사들이 많이 배출돼 한국의 조리업계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발전했으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음식은 꼭 필요할 것이고 최근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기능성 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리사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해요.”

의사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직업이고 조리사는 아프기 전에 건강을 책임져 주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하씨는 손님이 대통령일지라도 먼저 음식맛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하얀접시 위에 예술가 기질을 발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조리사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고객들이 남김없이 먹고 난 후 요리장을 불러 고마움을 표시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10년후에도 조리사이고 싶다는 하씨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DEL VINO’라는 이태리 식당 조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조리사에게 있어 위생은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며 조리에 관한 전문서적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어학실력도 갖춰야 한다.

“항상 밝은 미소와 깨끗한 차림새, 바른 자세 등의 서비스정신은 어려움을 이겨낼 줄 아는 끈기와 함께 조리사가 갖춰야 할 필수덕목이예요.”
조리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예술적 감각과 눈썰미, 프로정신 연마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하씨는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귀뜸했다.

[한경리크루트 2003-03] 김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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